앨범 양분한 성덕대왕신종 소리…팀 과거·현재 다룬 힙합→미래 노래한 팝으로
"우린 한국서 온 촌놈" 정체성이 곧 주제…일각선 "대중적 흡입력 아쉬워"

그룹 방탄소년단(BTS) 5집 '아리랑'(ARIRANG)
[빅히트뮤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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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김선우 기자 =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위에 통산 7번째 오른 그룹 방탄소년단은 5집 '아리랑'(ARIRANG)에서 흥행이 담보된 아이돌 그룹의 문법을 답습하는 대신, 낯설더라도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하는 길을 택했다.
방탄소년단은 과거 글로벌 히트곡에서 보여준 희망차고 밝은 색깔을 싹 뺀 채 다소 어두운 느낌의 음악, 재킷 이미지, 패션으로 팀의 새로운 출발인 'BTS 2.0'을 선언했다.
이들은 이전 앨범들처럼 또렷하고 통일된 메시지를 발신하는 대신, 그룹의 서사와 지향점을 드러낸 음악으로 '지금의 방탄소년단' 자체를 음반의 핵심 주제로 선보였다.

그룹 방탄소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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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난의 고개 넘는 '아리랑'…'BTS 2.0'서 K팝 고정관념 탈피
방탄소년단의 5집은 발매 직후에는 '아리랑'이란 앨범명이나 컴백쇼 무대였던 광화문 광장 등에서 드러난 한국적 요소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한국적 요소라는 '포장지'를 한 꺼풀 벗겨내면 앨범 곳곳에 깃든 일곱 청년의 치열한 성장통을 접할 수 있다.
무표정한 정장 차림의 앨범 메인 재킷 사진부터 '아이돌스러운' 유쾌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또한 타이틀곡 '스윔'(SWIM)은 물론, 첫 트랙 '보디 투 보디'(Body to Body)부터 마지막 곡 '인투 더 선'(Into the Sun)까지 앨범 전반에서 '다이너마이트'(Dynamite), '버터'(Butter),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 같은 명랑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30일 "앨범 전체가 묵직한 어둠 속에 잠겨 '고난의 고개'를 넘고 있는 듯하다"며 "전체적인 사운드 역시 선율의 힘이나 감격스러운 분위기 대신 거칠고 꽉 찬 사운드가 앨범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탄소년단은 이 같은 음악적 행보로 기존의 아이돌 그룹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진중한 아티스트 혹은 뮤지션으로 인정받고자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멤버들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BTS: 더 리턴'(BTS: THE RETURN)에서 "계속 똑같은 것을 할 수는 없다"며 "변화를 주려면 지금 밖에 없다"고 음악적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해외에서 K팝을 바라보는 일종의 고정관념인 '가벼움'을 탈피하려는 노력이 보이는 앨범"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5집에서 팀의 음악적 근원과도 같은 힙합으로 돌아갔고, 전통적 요소나 해외 활동의 고충을 녹여낸 가사로 디아스포라(이산) 정서도 드러냈다. 노래와 가사 모두 팀의 '뿌리'를 되짚은 셈이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20일 컴백 소감으로 "다시 돌아와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는 것은 결국 뿌리에서 시작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뿌리가 함께 견고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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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댕∼' 앨범 가른 성덕대왕신종 명징한 울림의 의미는
5집의 가장 큰 특징은 성덕대왕신종 소리를 담은 6번 트랙 'No.29'를 기준점으로 앨범이 명확히 두 부분으로 나뉜다는 점이다.
1분 38초 길이로 깊고 오묘한 타종 소리와 맥놀이(소리의 강약이 반복되며 길고 은은하게 이어지는 현상)까지 담아 청취자가 1∼5번 트랙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호흡을 잠시 가다듬고, 7번 트랙 '스윔'으로 시작하는 앨범 후반부를 차분하게 받아들이도록 했다.
거친 힙합과 랩이 주를 이루던 앨범은 성덕대왕신종 소리를 지난 뒤 팝과 보컬이 두드러지는 음악적 전환을 보여준다. 이러한 구조는 래퍼 3명과 보컬 4명인 방탄소년단 특유의 팀 구성도 떠올리게 한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열기가 느껴지는 '보디 투 보디'나 자신들을 향한 인종차별적 시선을 디스(Diss·깎아내림)한 '에일리언스'(Aliens) 등 힙합 스타일의 곡들을 전반부에 몰아넣었다면, 'No.29' 이후 후반부에서는 감성적인 노래들이 이어진다"며 "성덕대왕신종 소리는 분위기를 전환하는 동시에, 듣는 이에게 명상의 시간을 주는 듯한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No.29'를 전후해 음악뿐만 아니라 가사가 품은 서사도 달라진다고 해석했다.
전반부에서는 해외 진출사를 되돌아보고 팀의 제2막을 선포하며 그룹의 과거와 현재를 노래했고, 후반부에서는 삶을 헤엄쳐 나가겠다는 자세나 어떤 순간에도 함께하겠다는 약속을 통해 미래를 그려냈다는 것이다. 전반부에 '팀'의 서사가 담겼다면, 후반부에는 '개인'으로서의 감상이 짙게 묻어난다는 차이도 있다.
김정섭 성신여대 문화산업예술대학원 문화산업예술학과 교수는 "멤버들은 5집을 통해 방탄소년단이라는 집단 서사(전반부), 균열(인터루드·No.29), 개인 서사(후반부)로 이어지는 연계형 서사를 보여주고 있다"며 "전반부에선 방탄소년단의 성장·발자취나 ·월드스타로서의 위상·고민 등이 담겨 있다면, 후반부에선 사랑·불안·다짐 같은 개인적인 감정이 복원된다"고 분석했다.

멋진 방탄소년단의 공연
(서울=연합뉴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발매를 기념해 무료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BTS THE COMEBACK LIVE|ARIRANG)을 열고 있다. 2026.3.21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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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의 방탄소년단' 자체가 앨범 주제…대중성 아쉽다는 시선도
방탄소년단이 5집 '아리랑'을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가 한 문장으로 명료하게 압축되지 않는다는 것도 이전과 달라진 점이다.
이들은 데뷔 이래 '학교 3부작'과 '화양연화'로 대표되는 청춘 시리즈, '러브 유어 셀프'(LOVE YOURSELF) 시리즈 등을 통해 10대를 대변하고, 시대 현실을 파고들고, '자신을 사랑하라'는 보편적인 메시지로 나아갔다.
특히 '러브 유어 셀프' 시리즈의 '자신을 사랑하라'는 울림은 전 세계 '아미'(팬덤명)의 마음을 움직였고, 이는 팬과 멤버들을 연결하는 끈끈한 매개체로 작용했다.
이번 앨범은 그러나 '지금의 방탄소년단'이 가진 정체성과 고민 자체를 주제 의식으로 삼았다. 이는 "우리가 지켜내야 할 부분은 한국에서 온 촌놈이라는 변하지 않는 사실"이라는 멤버들의 고백과도 맞닿아 있다.
김도헌 평론가는 "앨범을 관통하는 서사가 없다"며 "'윙스'(WINGS)의 데미안 이야기, '맵 오브 더 솔 : 페르소나'(MAP OF THE SOUL : PERSONA)의 융 심리학처럼 앨범 전체를 하나로 묶는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방탄소년단(BTS) 광화문광장 공연
(서울=연합뉴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발매를 기념해 무료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BTS THE COMEBACK LIVE|ARIRANG)을 열고 있다. 2026.3.21 [빅히트 뮤직/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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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화려한 귀환 아래 켜켜이 쌓인 피로감, 한국적 상징의 나열, 한국 사회에서 (방탄소년단이란)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의 고통이 앨범의 역설적인 주제 의식"이라고 풀이했다.
디플로, 라이언 테더, 엘 긴초 등 유명 해외 프로듀서가 참여한 앨범의 사운드가 훌륭하지만, 'DNA'·'불타오르네'·'아이돌'(IDOL) 같은 대중성이 부족해 아쉽다는 일각의 시각도 있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스윔'은 타이틀곡에 가장 걸맞은 곡이고 '노멀'(NORMAL)이나 '메리 고 라운드'(Merry Go Round)도 팝 사운드를 잘 구현한 훌륭한 곡"이라면서도 "자기 성찰적 앨범으로서의 작품성을 인정할 수 있으나, 전작에서 보이는 세대 의식이나 노래의 대중적 흡입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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