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당신이 죽였다' 이정림 PD "가정폭력 방관도 얘기하고 싶었죠"
입력 2025.11.10 05:48수정 2025.11.10 05:48조회수 0댓글0

"日 소설 원작 넷플릭스 시리즈…"'VIP'·'악귀' 이어 3번째 여성 드라마"


이정림 PD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원본프리뷰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의 원작은 일본 소설 '나오미와 가나코'(ナオミとカナコ)다.

이 소설을 시리즈로 만든 이정림 PD는 제목을 완전히 바꾼 것은 원작 속 가정폭력이라는 소재에 그치지 않고 방관에도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그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하며 "'당신이 죽였다'라는 제목에는 진짜 당신이 죽였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방관자들이 죽인 것일 수도 있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며 "방관에 대한 메시지를 좀 던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방관 속에서 무력해진 가정폭력 피해자의 심리는 극 중 살인 혐의로 기소된 희수(이유미 분)의 법정 최후진술에서도 생생하게 전달된다. 그는 "신은 불러도 오지 않는데, 남편의 발길질은 언제나 코앞까지 와있었다"고 피해자가 직면하는 현실을 말한다.

이 PD는 "가정폭력이 사생활처럼 다뤄지지만, 사회문제로 많이 다뤄지면 좋겠다"며 관점의 전환을 촉구했다.

원작 제목은 회차별 부제에 담아냈다. 1회 제목은 '은수', 2회는 '희수', 3회는 '은수와 희수' 이런 식으로 반영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 제작발표회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5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이무생(왼쪽부터), 전소니, 이유미, 장승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11.5 jin90@yna.co.kr

원본프리뷰

이 PD는 원작 소설의 팬을 자처했다. 하지만 시리즈는 인물부터 결말까지 원작과는 다르게 가져갔다.

우선 은수(전소니)와 희수의 조력자인 진소백(이무생)이 원작에서는 여성이지만, 시리즈에서는 남성으로 설정됐다.

그는 "(악역인) 장강(장승조)의 역할이 원작보다 커졌고, 은수를 위협하는 권성철(민성욱) 회장도 있다. 좋은 남자 어른도 한 명쯤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원작 결말에는 완벽한 도피가 자리하고 있다면, 시리즈에서는 죗값을 치르는 모습이 담겼다.

이 PD는 "은수와 희수에 대해 생각해보니 이들은 자수를 할 것만 같았다. 이들이 더 자유로워지려면 법정 장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작가님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원작자인 오쿠다 히데오(奧田英郞)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로부터 직접적인 피드백은 얻지 못했지만, 소설 지식재산(IP) 보유사 관계자가 여러 차례 촬영 현장에 방문했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1·2부 시사를 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오쿠다 작가님이 너무 좋아하셨겠다"는 감상을 남겼다고 이 PD는 전했다.

이 PD는 연출 전 가정폭력 관련 수업도 듣고, 이 시리즈가 실제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를 자극하지 않는 영상물이 되도록 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생존자를 만나보니 (생각보다) 더 처참한 삶이었다. 트라우마가 있는 분들이 2회의 폭력 장면들을 견디면서 볼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진짜 조심하려 했다"고 말했다.

배우들의 스트레스를 고려해 현장에 심리상담사가 배석했고, 촬영 전후로도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조율했다.

이 PD는 시리즈를 통해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환기하되 피해자가 이를 딛고 일어서는 모습도 함께 그리고자 했다.

"한 생존자분은 한동안 집 밖에 전혀 못 나갔다고 하셨어요. (중략) 희수도 (가정폭력을 당할 때는) 태풍이 불든, 밤이든 낮이든 밖의 날씨를 궁금해하지 못하죠. 그런 희수가 마지막에는 날씨를 궁금해하는 모습을 담아보려 했어요."

이 PD는 SBS에서 'VIP', '악귀' 등을 연출했다. 이번 '당신이 죽였다' 까지 연달아 여성들의 복수와 연대에 주목하는 작품을 내놓았다.

그는 "어쩌다 보니 여성 주인공 드라마만 하긴 했다. 제가 여자다 보니 자연스럽게 끌리는 것도 있고, 딸을 키우다 보니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살아야 하지 않나 싶은 책임감도 있다"고 털어놨다.

물론 다음에는 남성 원톱(나홀로 주인공) 드라마도 해보고 싶다고 웃었다.

"폭탄도 터뜨리고 총도 쏘는 남성 원톱물도 해보고 싶어요. 다만, 로맨틱 코미디는 어렵네요. 결혼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지 마음에 사랑이 사라져서 대본에 이입이 잘 안되더라고요. 하하하"

heeva@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좋아요
0
댓글0
이 댓글에 대한 법적 책임은 작성자에게 귀속됩니다.
0/300
한일생활정보 한터
한터애드
딤채냉장고
한국시장
여행나무
냥스튜디오
월드크로스 여행사
한일여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