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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품의 아프리카인] ⑸"한국서 AI·음악 둘 다 잡을래요"
입력 2025.10.21 11:58수정 2025.10.21 11:58조회수 0댓글0

'유럽 음원차트 1위' 짐바브웨 출신 EDM 음악 프로듀서 에벤…고려대 석사과정 컴퓨터비전·LLM 연구
한국 알리는 인플루언서 활약도…"릴러말즈 등 한국 뮤지션과 협업 원해"


음악 프로듀서 에벤 씨

[촬영 임경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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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경빈 인턴기자 = "한국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공부하는 동안 제가 좋아하는 음악 제작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싶어요."

아프리카 남부 짐바브웨 출신인 음악 프로듀서 에벤(23) 씨는 지난달 22일 서울시 동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가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AI와 음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고려대 AI 석사 과정 중에 재학 중인 그는 음악 프로듀서로 꾸준히 활동하며 한때 유럽 음원차트 1위를 달성했다. 인플루언서로서 한국의 문화와 역사도 세계에 알리고 있다.

그는 먼저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 삶의 목표"라고 말했다.

에벤 씨는 하우스 장르에 기반한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을 선보인다.

그는 자신의 음악과 관련해 "신나는 EDM 속에는 사랑과 희망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며 "저마다의 역경을 극복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에벤 씨의 음악은 각종 음원 플랫폼에서 총 500만회가 넘는 스트리밍을 달성했다.

싱글 'But....I DON'T TRUST YOU'(하지만 난 널 안 믿어)가 룩셈부르크에서 스포티파이 '데일리 톱 송' 차트 1위를 기록하는 등 유럽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한국에서도 'The Breakup Anthem'(더 브레이크업 앤섬)으로 스포티파이 '데일리 톱 송' 차트 45위를 달성하며 주목받고 있다.

그는 "그간 유럽 시장을 위주로 활동했다"며 "별다른 홍보 활동조차 없었던 한국에도 내 음악이 알려졌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뮤지션과 협업을 희망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에벤 씨는 "실제로 몇몇 뮤지션과 협업 관련 논의를 했으나 일정 문제로 성사되진 못했다"며 "기회가 된다면 릴러말즈와 같은 한국 래퍼와 작업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에벤 씨의 싱글 'But....I DONT TRUST YOU'

[에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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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한 음악 중 일부는 아마피아노 장르의 영향을 받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유래한 아마피아노는 타일라의 'Water'(와터) 등 다양한 팝스타의 노래에 사용되며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다.

에벤 씨는 "아프리카에서는 아마피아노 외에도 아프로팝, 콩고 룸바 등 많은 음악 장르가 유행 중"이라며 "아프리카 음악을 '아프로비트'라는 단일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어렸을 때부터 EDM을 좋아했던 그는 아비치, 데이비드 게타 등 유명 DJ의 음악을 즐겨 들었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하자 작곡에 도전했다. 유튜브로 작곡을 독학하며 인터넷에 자기 작업물을 올리기 시작했다.

에벤 씨는 "코로나19 시기였던 만큼 온라인을 통해 전 세계 프로듀서들과 소통하며 협업했다"며 "꾸준히 음악을 만들다 보니 점차 인지도를 쌓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2023년 첫 앨범을 발매한 그는 현재 10명의 아티스트가 속한 음악 레이블을 이끌고 있다.

짐바브웨 시절 빅토리아폭포 앞에서 포즈 취한 에벤 씨

[에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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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벤 씨가 한국행을 선택한 이유는 음악이 아닌 학업이다.

짐바브웨 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우연히 한국의 정부초청 외국인 장학생(GKS) 사업을 접했다.

GKS는 매년 전 세계의 우수 인재를 한국에 초청해 학·석·박사학위 취득을 지원하는 장학사업이다.

에벤 씨는 "원래부터 AI에 관심이 많았다. 이 분야에서 수준이 높은 한국에서 배우고 싶어 GKS에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서류와 면접을 거쳐 최종 선발됐다. 그는 그해 짐바브웨에서 유일한 합격자였다.

에벤 씨는 "면접관이 내 전공과 열정을 높게 평가한 것 같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그렇게 2022년 한국에 온 뒤 동서대 외국어교육원에서 한국어를 배웠다.

그는 "책으로 한국어 공부를 하다 보니 말하기를 어려워하는 외국인들이 많았다"며 "첫 번째로 응시한 한국어능력시험(TOPIK) 3급에 떨어졌다. GKS가 취소될 위기였기에 매일 열심히 공부해서 다음 TOPIK에 합격했다"며 웃음을 보였다.

이후 고려대 석사 과정에서 컴퓨터 비전(컴퓨터가 디지털 이미지나 비디오에서 정보를 추출·분석하는 기술)과 거대언어모델(LLM)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에벤 씨

[에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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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벤 씨는 16만 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다. 외국인 홍보대사로서 한국 각지를 여행하며 도시와 문화유적을 홍보했다.

그는 가장 좋았던 도시로 부산을 꼽으며 "엄청 자유로운 분위기였고 사람들도 친절했다. 기회가 된다면 부산에서 살고 싶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음악과 AI 연구 모두에서 성공을 거둔 뒤 짐바브웨로 돌아갈 계획이다.

그는 "당분간은 AI 연구에 집중하되, 음악 활동도 병행할 계획이다"라며 "역량을 기른 뒤 기회가 된다면 짐바브웨에서 AI 관련 사업도 펼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에서 겪은 당황스러운 경험도 공유했다.

그는 "처음 한국에 와서 공항철도로 가는 길을 물어봤는데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았다"며 "그땐 한국인이 나쁜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애초에 한국인은 외국인에게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웃어 보였다.

또 한국인이 아프리카에 대한 선입견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에벤 씨는 "아프리카인은 강하다고 여겨지지만 똑똑하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며 "많은 아프리카인이 지적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음을 알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생활하는 아프리카인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에벤 씨는 "한국의 규칙과 문화를 존중하며 잘 적응하길 바란다"며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크게 신경 쓰지 말라"고 당부했다.

imkb04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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