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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 스며든 한국의 향기를 맡다…솔거미술관 '신라한향'전
입력 2025.10.21 11:50수정 2025.10.21 11:50조회수 0댓글0

APEC 정상회의 기념 특별전…신라의 미학으로 담아낸 '지속 가능한 내일'
수묵화 거장 박대성, 가로 15m·세로 5m 초대형작 '코리아 판타지' 공개


솔거 미술관 특별전 '신라한향' 전시 전경

(경주=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21일 경주 솔거 미술관에 전시 중인 김민 작가의 (왼쪽부터) '석가여래 상주설법탑'과 '적연명', '다보여래 상주증명탑'이 전시돼 있고 그 앞에 검은 연지가 설치돼 있다. 2025.10.21.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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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전시장에 들어서자 세로 5m 길이의 걸개에 은색 석굴암 본존불이 그려져 있다. 본존불 오른쪽에는 금색으로 그려진 불국사 다보탑과 은빛 달이, 왼쪽에는 금색 석가탑과 금빛 해가 자리한다.

작가는 금색과 은색을 모두 실제 금과 은을 사용해 그렸고, 바탕이 되는 묵처럼 짙은 검은색은 전기석을 갈아 물감으로 만들었다.

세 그림 앞에는 검은 연지(蓮池·연꽃을 심은 못)가 설치됐다. 안을 들여다보면 물에 비친 본존불과 다보탑, 석가탑, 해와 달,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나를 만날 수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 김민은 "석가탑, 다보탑, 석굴암 본존불은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신라인들의 신앙과 서원을 담은 상징"이라며 "검은 바탕은 심연의 우주를 금과 은은 꺼지지 않는 정신과 시간을 상징하며 수면에 비친 형상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초현실적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22일부터 경북 경주 솔거 미술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신라한향(新羅韓香): 신라에서 느끼는 한국의 향기'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뜻에서 마련됐다. 수묵화의 거장 박대성을 비롯해 전통 회화 작가 김민, 불교미술가 송천 스님, 유리공예가 박선민 등 4명의 작가가 APEC 주제어인 '지속 가능한 내일'을 찬란한 신라의 문화와 불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재해석했다.

박대성 작 '코리아 판타지'

(경주=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21일 경주 솔거 미술관에 전시된 박대성 작가의 '코리아 판타지'. 2025.10.21.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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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박대성의 초대형 작품 '코리아 판타지'다. 7장의 종이를 이어 세로 5m, 가로 15m의 대규모 작품을 만들고 곡선 형태로 구성해 관람객을 압도한다. 박대성의 80년 인생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작품이다.

작품에는 제목처럼 대한민국의 환상적인 유물과 자연을 가득 담았다. 화면 중앙에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비롯해 고구려 사신도, 무용총의 사냥하는 벽화, 신라 천마도 등 선사시대와 삼국시대의 도상이 놓여있다.

화면 왼쪽으로는 금강산 폭포가 떨어지고, 오른쪽엔 해금강이 흐른다. 화면 윗부분에는 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이 있고 해와 달, 북두칠성도 있다.

화면 하단에는 고구려 호태왕비문과 훈민정음, 하회탈을 비롯한 각종 유물이 배치돼 있고, 오른쪽 끝에는 단군이 그려져 있다. 산수화 같은 자연 앞에, 박물관에 있어야 할 보물들이 나열된 듯하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 박대성은 "선조들이 좋은 땅에 나라를 만들어 말 그대로 금수강산을 그려 넣었다"며 "여기에 평소 공부하며 좋아하는 것을 다 담았다. 우리의 꿈을 그린 판타지"라고 설명했다.

솔거 미술관 특별전 '신라한향' 전시 전경

(경주=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21일 경주 솔거 미술관에서 박대성 작가가 자기 작품 '반가사유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10.21.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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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돌려 뒤를 보면 세로 5m 길이의 화폭에 담은 '반가사유상'이 걸려 있다. 경북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된 '봉화 북지리 석조반가상'을 참고해 그렸다. 경북대 박물관에 소장된 작품은 반가상 중 세계에서 가장 큰 작품으로 꼽히지만, 상반신이 깨져 없어지고 하반신과 연꽃무늬 발 받침대만 남아있다.

박대성은 "화가의 상상력으로 상반신을 그렸다"며 "외과 수술보다 어려운 작업"이라고 말했다.

솔거 미술관 특별전 '신라한향' 전시 전경

(경주=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21일 경주 솔거 미술관에 전시 중인 송천 스님의 '성모마리아'(왼쪽)와 관세음보살. 2025.10.21.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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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부산비엔날레에 출품돼 주목받았던 송천 스님의 대표작 '관음과 마리아-진리는 우리 곁을 떠난 적이 없다'도 만나볼 수 있다. 이번에 새로 단장해 다시 선보였다.

4m에 이르는 대형 그림으로, 왼쪽에는 파란 옷을 입은 성모 마리아가, 오른쪽에는 붉은 옷을 입은 관세음보살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구도다. 종교를 초월한 진리와 사랑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탑 모양의 좌대에 층마다 폐유리를 재가공해 만든 총 250점의 유리병들을 놓은 박선민 작가의 작품 '시간의 연결성'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내년 4월 26일까지.

솔거 미술관 특별전 '신라한향' 전시 전경

(경주=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21일 경주 솔거 미술관에 전시 중인 박선민 작가의 '시간의 연결성'. 2025.10.21.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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