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싱글맘 된 브리짓, 상처 극복하고 사랑 찾는 과정 그려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 뉴 챕터' 속 한 장면
[유니버설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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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영국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주인공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대표적인 시리즈물이다.
2001년 개봉한 1편은 런던에 사는 젊은 싱글 여성 브리짓(러네이 젤위거 분)이 어릴 적 친구 마크(콜린 퍼스), 직장 상사 다니엘(휴 그랜트)을 만나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2편엔 마크와 브리짓의 갈등과 화해가, 3편에선 브리짓의 임신과 결혼이 담겼다.
브리짓은 기존 로맨틱 코미디 여자 주인공들과는 달리 완벽하지 않은 외모에 실수도 연발해 스스로 '흑역사'를 만드는 캐릭터다. 하지만 삶을 힘껏 개척해나가는 주체성과 엉뚱한 매력으로 관객에게 큰 사랑을 받았고, 신작이 나올 때마다 '올드팬'들은 그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기대했다.
3편 이후 9년 만에 나오는 마이클 모리스 감독의 4편 '뉴 챕터'에서 브리짓은 어느덧 50대에 접어들었다. 세월의 무게로 얼굴엔 주름이 늘었고 통통했던 예전과는 달리 살도 빠졌지만, 사랑스러움만큼은 여전하다.
브리짓에게 훈수를 두는 철없는 친구들도 변함없이 그대로다. 마크와 사이에서 낳은 아들 빌리와 딸 메이블 역시 엄마 곁을 지키고 있다. 다니엘은 늙어서도 바람둥이 기질을 버리지 못하고 젊은 여자들과 만남을 이어가는 중이다.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 뉴 챕터' 속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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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사람, 마크만이 보이지 않는다. 마크는 4년 전 수단에서 인권변호사로 일하다 폭탄테러로 세상을 떠났다.
브리짓은 종종 마크의 환영을 본다. 자기를 향해 걸어와 "헬로, 미세스 다시"라고 부르는 남편을 바라보는 그는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인다.
그러나 행복은 환상일 뿐 그의 진짜 일상은 엉망이다. 방송국 프로듀서 일은 그만둔 지 오래고 넷플릭스를 보며 시간을 흘려보낸다.
타이틀 시퀀스가 나온 뒤 영화는 브리짓이 점차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브리짓은 데이비드 보위 노래를 따라부르며 아침을 깨우고 직장에 복귀해 워킹맘으로 좌충우돌을 겪는다.
이 시리즈에서 빠질 수 없는 브리짓의 연애 상대도 등장한다. 젊고 잘생긴 대학생 록스터(리오 우돌)다. 브리짓보다 스무살은 어린 그는 한동안 잠자고 있던 브리짓의 연애 세포를 깨우고 삶에 활력을 더해준다.
아이들 학교의 과학 교사 스캇(추이텔 에지오포)과도 묘한 기류가 흐른다. 브리짓이 초췌한 몰골을 하고 있거나 성인용품을 살 때처럼 민망한 상황에서 마주치는 우연이 거듭되면서다.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 뉴 챕터' 속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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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짓이 두 명의 남자와 엮이는 모습은 1∼3편에서 계속 봐온 만큼 스토리나 캐릭터가 새롭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시리즈와 함께 세월을 보낸 팬들이라면 브리짓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 소녀처럼 웃는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반가움을 느낄 듯하다.
이젠 절친한 친구 사이가 돼 브리짓의 아이들을 돌보는 다니엘과 할머니가 돼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브리짓의 어머니, 정신과 의사처럼 상담해주는 산부인과 의사 등 시리즈와 함께해온 인물들도 왠지 모를 뭉클함을 안긴다.
브리짓과 아이들이 마크를 잃은 상처에서 회복해나가는 모습에선 기어코 눈시울이 붉어진다. 극 후반부 마크에게 보내는 카드가 담긴 풍선을 하늘로 날리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전반적으로 '브리짓 존스의 일기' 특유의 발랄한 분위기는 유지된다. 영국식 억양으로 톡톡 쏘는 유머러스한 대사와 브릿팝의 조화가 절묘하다.
무엇보다 20년 넘게 브리짓으로 살아온 러네이 젤위거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상실의 아픔에도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중년 브리짓을 언제나처럼 훌륭하게 표현했다. 5편에선 어떤 브리짓의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되는 이유다.
16일 개봉. 125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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