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와일드 씽'서 2000년대 아이돌 연기…"힙합 동작 저절로 나와"
"B급 코미디 정서 좋아해…은퇴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

영화 '와일드 씽' 배우 강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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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힙합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로스앤젤레스(LA)에서 춤 연습을 시작했어요."
영화 '와일드 씽'에 출연하기로 한 배우 강동원이 극 중 아이돌 그룹 트라이앵글의 음악을 처음 받아본 건 미국에 있을 때였다. '와일드 씽'에서 트라이앵글의 리더이자 자칭 '댄스 머신' 현우 역을 소화하기 위해 그는 미국의 브레이크 댄스 단체 '주스'(JUiCE)라는 곳에서 바로 연습에 착수했다.
그러나 강동원에게 힙합은 낯선 장르였다. 춤도 제대로 춘 적이 없었다. 힙합을 랩이 있는 음악 정도로만 알던 그에게 춤을 추면서 서로의 눈을 마주 봐야 한다는 브레이크 댄스의 세계는 낯설었다.
강동원은 매일 4시간씩 현우 역의 스턴트를 맡은 배우에게 춤을 배웠다. 리듬감 있게 걷는 것부터 시작해 헤드스핀(머리를 바닥에 대고 물구나무 자세로 몸을 돌리는 동작)이라는 고난도 동작까지 매일 연습했다. 윈드밀(팔과 상반신을 바닥에 대고 몸을 돌리는 동작)을 연습하다가 갈비뼈를 다치기도 했다.
그렇게 수개월간 연습에 매달린 뒤 트라이앵글 무대를 촬영하는 날이 됐을 때 그는 정말 아이돌이 된 기분이었다.
"하도 연습을 많이 하니까 데뷔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스태프들에게 보여주고 싶더라고요, '우리 이만큼 준비됐어.' (웃음)"
1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강동원이 아이돌 역할을 소화하기 위한 그간의 시간을 돌아봤다. 힙합에 문외한이었던 그가 브레이크 댄스 배틀의 시초를 기자들에게 설명해주는 모습에서 배역에 들인 큰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영화 '와일드 씽' 속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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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3일 개봉하는 '와일드 씽'은 2000년대 가요계를 휩쓸던 혼성 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공연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다.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해체돼 각자의 삶을 살던 이들은 재회하고 공연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는다. '달콤, 살벌한 연인'(2006), '이층의 악당'(2010) 등을 만든 손재곤 감독이 연출했다.
강동원은 "시나리오가 신선했다. 제가 어릴 때 할 수 있는 역할은 아니니 지금 하면 딱 맞겠다 싶었다"며 "변신까지 생각한 건 아니고 제가 이런 역할을 하면 웃길 것 같았다"고 출연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노래부터 스타일링까지 제작 초기 단계부터 많은 아이디어를 냈다. 헤드스핀을 하겠다고 고집한 것도, 트라이앵글 2집에서 현우가 선보인 세기말 콘셉트의 머리 스타일도 그의 생각이었다. 1집 '러브 이즈'(Love is) 때와 다른 2집 때의 '파격 변신'은 관객의 웃음을 자아낸다.
"당시 세기말 감성으로 선배님들이 했던 스타일로 머리를 하겠다고 했죠. 최대한 비슷한 가발을 썼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대만족이었습니다."
그렇게 현우 역에 푹 빠져들었다가 나온 그는 이제 음악이 나오면 자연스레 리듬에 맞출 수 있다며 힙합 손동작을 선보였다.
"예전에는 창피해서 어색하게 했다면, 지금은 힙합 문화를 세게 접하니까 그런 동작들이 저절로 나오더라고요."

영화 '와일드 씽' 속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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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을 비롯해 래퍼 상구 역의 엄태구, 메인보컬 도미 역의 박지현이 2000년대 아이돌로 분한다는 소식에 영화는 개봉 이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지난달 21일 공개된 트라이앵글의 뮤직비디오 '러브 이즈'(Love is)는 이날 현재 조회 수 250만회를 넘겼다.
강동원은 전날 행사에서 일반 관객과 만나며 대중의 관심을 실감했다고 한다.
그는 "저도 활동한 지 오래됐으니 대부분 팬의 얼굴은 다 아는데, 어제는 못 보던 분들이 꽤 보이더라. 뮤직비디오를 보고 오신 것 같다"며 "다만 저희 다음 무대가 없는데 언제까지 인기가 지속될까 싶긴 하다"며 웃음 지었다.
영화는 배우들의 변신을 비롯해 연이어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관객에게 웃음을 준다.
강동원은 "엄청난 사건보다는, 작은 사건들이 스노우볼(눈덩이)처럼 커지는 작품이다. 로드무비(주인공 여정을 좇는 영화)의 성격도 있다"며 "과거 장면에는 B급 코미디 같은 느낌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러면서 "B급 정서들을 좋아해서 그런 점을 많이 살리려 했다"고 덧붙였다.

영화 '와일드 씽' 속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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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은 이번 영화를 비롯해 그간 여러 작품에서 계속 변신했다. 영화 '초능력자'(2010)에서 악역을, '두근두근 내 인생'(2014)에서는 아빠 역을 맡으며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 '그놈 목소리'(2007)에서는 유괴범 목소리 연기를 하기도 했다. 그는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그 역할 왜 하세요'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런 그는 최근 들어 "은퇴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2004년 영화 '늑대의 유혹'으로 대한민국 영화대상 신인남우상을 받으며 '죽을 때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남긴 데 비춰보면 예상하지 못한 말이다.
"연기자는 은퇴가 없잖아요. 나이에 맞는 역할이 있으니까요. 예전에는 병이 들면 '병이 생긴 사람'을 맡아서 죽을 때까지 연기하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그건 내 생각뿐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나이 들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생각인 것 같아요."
다만 그가 설령 은퇴하더라도 다양한 분야에서 그를 볼 수 있을 듯하다. 강동원은 회사를 차려 영화 제작에 나서고 있고 의류 브랜드도 출시했다. 그는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많다고 했다.
"가구도 판매용으로 만들어보고 싶고 와인도 만들어보고 싶고요. 해보고 싶은 것은 많네요. 일단은 제작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영화 '와일드 씽' 배우 강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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