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량 최고조 1971년작…역대 1위 '우주' 132억원에는 못 미쳐

김환기 1971년 작 '19-VI-71 #206'

'CHRISTIE'S IMAGES LTD. 2025'
[크리스티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원본프리뷰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한국 추상미술 선구자 김환기(1913∼1974)의 전면점화가 한국 현대 미술품 경매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김환기의 1971년작 전면점화 '19-VI-71 #206'은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크리스티 뉴욕 '20세기 이브닝 세일'에서 840만 달러(약 123억1천600만원)에 낙찰됐다. 약 110억∼146억6천만원(750만∼1천만 달러)에 출품돼 추정가 중간 수준에 판매됐다.

구매자 수수료 포함 가격은 1천29만5천 달러(약 151억원)다.

이는 2019년 홍콩 경매에서 당시 환율로 약 132억원(수수료 포함 153억원)에 낙찰돼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 기록을 세운 김환기의 '우주'(05-IV-71 #200)에 이어 두 번째로 비싼 가격이다.

'19-VI-71 #206'은 가로 254㎝, 세로 203㎝ 크기로 화면에 방사선 형태로 확산하는 점들이 우주로 팽창하는 듯한 무한한 공간감을 표현한 작품이다. 하단의 에메랄드빛 띠는 상부보다 한층 깊은 색조로 그려져 신비롭고 초월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시기 제작된 작품 중 200호(가로 259.1㎝, 세로 193.9㎝) 이상은 30점 이내로 추정되기 때문에 매우 희소성이 높은 작품이라고 크리스티는 소개했다.

이 작품은 역대 최고가인 '우주'와 같은 해에 제작된 것이어서, 최고가 기록을 경신할지 관심이 집중됐다.

김환기는 1963년 제7회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 뒤 미국의 추상화에 큰 충격을 받았고, 무작정 미국 뉴욕으로 떠나 일명 '김환기의 뉴욕시대'를 시작했다.

그는 미국에서 이전과 전혀 다른 화풍을 만들었고, '점화'(點畵)로 불리는 독자적 추상 회화를 완성했다.

김환기는 1970년부터 화면 가득 점으로 채워 무한한 우주를 표현하는 작업에 집중했고, 전면점화 연작을 내놓기 시작했다. 특히 1971년 작품들은 기량이 최고조에 달한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역대 3위 기록은 2018년 5월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당시 환율로 85억3천만원(6천200만 홍콩달러)에 낙찰된 김환기의 1972년작 붉은색 전면점화 '3-II-72 #220'다.

laecor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