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 작가가 남긴 시 '나쓰메 소세키의 하이쿠'
윤강은 '저편에서 이리가'·김멜라 '리듬 난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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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레슨 =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30대의 롤런드는 불면에 시달리며 어린 시절의 기억에 빠져든다. 기숙학교에 다니던 열한 살의 그는 엄격한 피아노 선생 미리엄 코넬에게서 두려움과 성적 매력을 동시에 느끼며 혼란을 느꼈다.
이후 코넬과 금단의 사랑에 빠져든 롤런드는 자신에게 집착하는 코넬의 손에서 떠나지 못하며 대학 진학과 피아니스트로서의 미래를 포기한다.
시간이 흘러 지금의 아내 앨리사를 만나고 아들 로런스를 낳아 안정된 생활에 접어들지만, 앨리사는 쪽지 한 장만 남긴 채 남편과 한 살짜리 아들을 두고 홀연 사라진다. 롤런드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 혼자 아들을 돌본다.
영화 '어톤먼트'의 원작 소설인 '속죄'를 집필한 것으로 잘 알려진 영국 작가 이언 매큐언(77)의 첫 자전적 소설로, 원서는 2022년 출간됐다.
롤런드는 매큐언과 마찬가지로 직업 군인이던 아버지를 따라 리비아에서 살다가 영국으로 돌아왔고, 기숙학교에 다녔으며, 어머니가 재혼해 이부남매가 있는 등 여러 면에서 작가의 분신과 같은 인물이다.
작중 롤런드는 지나온 여러 선택의 기로를 떠올리며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 것인지 생각한다. 이 같은 모습은 작가가 롤런드를 통해 삶을 반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학동네. 6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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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쓰메 소세키의 하이쿠 = 오석륜 지음.
일본에서 근대문학의 아버지이자 '일본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1867∼1916)가 쓴 정형시 하이쿠(俳句)를 엮고, 각각의 시를 쓸 때 소세키가 처해 있던 상황을 설명한 책이다.
소세키는 '도련님', '그 후', '문', '마음' 등의 소설로 명성을 쌓았으나 생전 2천600수에 달하는 하이쿠를 남긴 시인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하이쿠 시인 데라다 도라히코는 "소세키의 하이쿠를 알지 못하고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바람에 물어라 / 먼저 질 나뭇잎은 / 어떤 것인지"
이 하이쿠는 소세키가 1910년 8월 건강 악화로 요양하던 중 각혈하고 중태에 빠졌다가 간신히 깨어난 이후 뜻밖에도 과거 자신을 치료했던 의사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썼다고 한다.
사람을 나뭇잎에, 운명을 바람에 빗댄 이 시는 소세키가 생사의 기로와 운명 앞에서 느낀 무력감을 표현하고 있다.
푸른길. 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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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편에서 이리가 = 윤강은 지음.
기후 위기로 수많은 생물 종이 사라지고 여기에 정치 갈등까지 더해져 인류 종말이 임박한 미래, 한반도는 자원이 고갈되고 기술이 도태한 채 세 곳의 작은 구역으로 쪼개진다.
식량과 물자를 생산하는 남해안 근처의 온실 마을, 군수 물자가 되는 철을 가공하는 중부 지역의 한강 구역, 군인을 양성하는 압록강 기지. 이 세 구역은 서로 긴밀히 협력하며 아슬아슬하게 삶을 영위하지만, 이들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자 한반도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제48회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윤강은(25)의 장편소설로, 인류 멸망이 임박한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인간이 가진 강인한 생명력을 조명하고 그 생명력의 원천이 무엇인지 탐구한다.
세 구역에 속한 청년들이 암울한 상황에서도 서로 애틋한 마음을 키우는 모습은 인간의 내면에 미래를 낙관하게 할 만한 긍정적인 힘이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1977년 제정돼 공모제 방식으로 운영되던 오늘의 작가상은 2015년부터 한 해 동안 출간된 작품 중 선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다가 올해 공모제로 회귀했다.
민음사. 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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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듬 난바다 = 김멜라 지음.
서울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던 을주는 회사 생활에서 쓴맛을 보고 고향인 바닷가 마을에서 딸기 농장을 운영하며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삶을 선택한다.
그런 을주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근처로 이사 온 비밀스러운 외지인 둘희다. 을주는 둘희와 가끔 해변에서 마주치며 차츰 가까워진다고 느끼지만, 돌연 자신을 외면하는 둘희의 차가운 모습에 어리둥절해진다.
을주는 답답한 마음에 둘희의 집에 찾아가는데, 그곳에서 둘희는 '욕+받이'라는 제목의 인터넷 방송을 하고 있다. 둘희가 섭외한 출연자들은 방송 제목처럼 시청자들에게 온갖 욕을 듣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
젊은작가상 대상, 이효석문학상, 문지문학상을 받은 김멜라(42)의 장편소설로 작년 7∼12월 주간 문학동네에 연재한 작품을 전면 개고해 완성했다.
욕을 들어주는 대신 돈을 받는다는 기발한 소재, 개성이 강한 매력적인 인물들의 등장으로 속도감 있게 읽힌다.
문학동네. 5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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