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후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놓고 벌써 이견…투자 미이행 땐 美관세 재부과 조항
日MOU와 기본틀은 비슷하지만 '연 200억달러 한도' 등 뚜렷한 개선점도

김정관 장관, 한미 관세협상 관련 브리핑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관세협상 팩트시트 및 MOU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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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김동규 기자 = 3천500억달러(약 510조원)에 달하는 한국의 대미 투자 패키지 구체화 방안을 담은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가 14일 체결돼 전문이 공개됐다.
앞서 유사한 MOU를 체결한 일본과 비교할 때 투자 대상을 '상업적 합리성(commercially reasonable)'이 있는 대상으로만 하겠다는 내용이 추가되는 등 개선된 내용이 적지 않지만 향후 실제 투자처 선정 과정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일단 무게가 실린다.
이날 우리 정부가 공개한 전문을 보면, 한미 투자 MOU는 '투자 선정' 문제를 규정한 1조에서 투자처 선정권을 가진 미국 측 투자위원회가 '상업적으로 합리성'이 있는 대상만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추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별도의 부칙에서는 '상업적 합리성' 개념을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투자 기간 원리금을 돌려줄 만큼 충분한 현금 흐름이 창출될 것으로 판단하는 투자라고 설명했다.
'상업적 합리성'에 관한 조항은 앞선 미일 투자 MOU에는 나오지 않던 것이다. 한미 협의 과정에서 안정적 투자 대상 선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한국 측의 강한 요구가 반영되면서 담기게 됐다.
한국 정부가 이렇게 최소한의 투자 안전을 보장받고자 했지만 한국 주도로 판을 짤 수 있는 1천500억달러 규모의 조선 투자와 달리 2천억달러의 현금 (지분) 투자처 선정권은 여전히 미국 정부 주도로 이뤄질 전망이다.
대미 투자처 선정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위원장인 투자위원회가 결정한다. 김정관 한국 산업통상부 장관이 위원장인 협의위원회와의 '협의'를 거치게 되어 있지만 미국은 다양한 장치로 주도권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MOU에는 한국이 사업성 부족 등의 이유로 특정 프로젝트의 사업에 투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재량권을 부여해두기는 했다.
하지만 한국이 특정 프로젝트 투자를 거부하면 그 대가로 다른 투자에서 난 수익을 미국에 더 배분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또한 한국이 전반적 투자를 미이행할 경우 미국은 다시 대(對)한국 관세를 높일 권리를 갖는다는 내용도 MOU에 담겼다.
이런 구조는 앞선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한국과 일본은 모두 미국이 특정 프로젝트를 정해 투자를 요구하면 지정 계좌에 45일 안에 달러화를 입금해야 한다.
따라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의 가장 어려운 관문이던 투자 MOU 서명까지 이뤄졌지만, 구체적인 투자처를 정하는 논의 과정에서 다시 한미 간에 '상업적 합리성' 해석을 두고 견해차가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당장 한미는 트럼프 행정부가 강한 의지로 추진하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 투자 문제를 놓고 공개적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달 30일 엑스(X·옛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추진되는 프로젝트들에 또 다른 2천억달러의 투자를 지시할 것이며 여기에는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에너지 기반 시설, 핵심 광물, 첨단제조업,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터가 포함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알래스카를 '1호 투자 사업'으로 거명한 것이다. 그러나 러트닉 장관의 카운터파트인 김정관 장관은 알래스카 LNG 가스 사업은 현 단계에서 한국의 참여가 어렵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하면서 선을 그었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상업적 합리성의 기준에서 현재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으로 (결과가) 안 나온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상업적 합리성이 없어 참가 안 한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향후 투자처 선정 문제부터 한미 간 견해차가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오현석 계명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어디에 얼마를 투자할지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투자위원회의 위원장을 미국 상무부 장관이 맡고 있고, 미 측이 선정하는 인사들이 위원이 된다고 한 점은 불공정하다"며 "한국이 투자위원회에서 아무런 권한이 없다는 점에서 향후 분쟁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한국의 대규모 대미 투자가 고율 관세를 무기로 삼은 미국의 압박으로 인한 것이라는 점에서 당초에 '공정한 협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웠기에 유사한 처지인 일본보다 상당 부분 개선된 내용을 반영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일 투자 MOU 상으로 일본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까지 5천억달러 전체를 투자하게 되어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이때까지 총 2천억달러의 투자처를 정하는 것으로 했고, 매해 투자 대상도 200억달러를 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을 MOU에 명확하게 반영했다는 점에서 실질적 부담 수준을 크게 낮췄다는 평가다.
김 장관은 "(현금) 투자는 미국이 초기에 요구했던 3천500억달러에서 2천억달러로 43% 축소됐고, 2029년 1월까지 투자하겠다는 약정만 했고 이는 실제 자금 납입과는 다르다"며 "연간 납입 한도를 200억달러로 하고 자금 조달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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