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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 '대만 문제' 놓고 긴장 격화…트럼프 만난 뒤 확전 양상
입력 2025.11.15 04:19수정 2025.11.15 04:19조회수 0댓글0

中외교부, 주중 일본대사 초치…격한 발언 쏟아내며 신경전
日총리, 발언 철회 거부…자민당서 中총영사 추방 거론도
전문가 "트럼프 방일·미중 관세 협상 후 양국 발언 대담해져"


경주에서 만난 중일 정상

(경주 교도=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31일 경주에서 열린 중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25.10.31 pho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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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현정 기자 = 중국의 자칭 '핵심 이익'이자 일본 안보 전략의 변수로 떠오른 대만 문제를 놓고 중일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14일 중국 외교부는 쑨웨이둥 부부장(차관)이 전날 가나스기 겐지 주중 일본대사를 초치(召見)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중국 관련 '잘못된 언행'에 관해 엄정한 교섭을 제출('외교 경로를 통한 항의'를 의미하는 중국식 표현)했다고 밝혔다.

외교부가 지적한 '잘못된 언행'은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7일 중의원(하원)에서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대만 유사시'는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을 가리킨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계열의 소셜미디어 계정 '뉴탄친'은 외교부가 가나스기 대사를 초치했다고 홈페이지에 밝힌 시각이 이날 오전 2시 56분(중국시간)이라는 사실을 들어 심야에 초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심야 초치는 중국 외교부가 상황의 엄중함과 심각성을 표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외교부는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에 방문했던 때에도 주중 미국대사를 늦은 시간 초치해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외교부는 전날에도 린젠 대변인을 통해 '선 넘는 잘못된 언행'을 즉각 중단하기를 촉구한다며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해서는 안 된다. 불장난하는 자는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중국 관영매체도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양국 관계뿐 아니라 국제 질서에 타격을 줬다고 평가하며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다카이치 총리를 향해 "황당하기 그지없고, 악질적이며, 의도가 사악하다"며 "이는 국제 정의를 난폭하게 짓밟은 것이며, 전후(戰後) 국제 질서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이고, 중일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2일에는 중국중앙TV(CCTV) 계열의 소셜미디어 계정 '위위안탄톈'이 다카이치 총리를 향해 '멍청하다'는 의미로 "당나귀에게 머리를 걷어차였느냐"는 욕설에 가까운 언급을 했고, 앞선 8일에는 쉐젠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가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다카이치 총리를 겨냥한 듯 '더러운 목을 벨 수밖에 없다'는 위협성 글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일본 정부는 대만 관련 언급을 철회하지 않은 채 중국 측의 격한 발언에 항의하고 나섰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이 10일 쉐 총영사의 '더러운 목' 발언에 "재외 공관장으로서 매우 부적절하다"며 주중 일본대사관이 항의와 글 삭제를 촉구했다고 밝힌 데 이어 집권 자민당 고바야시 다카유키 정무조사회장은 11일 당내 모임에서 쉐 총영사의 추방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발언을 취소하기를 거부한 다카이치 총리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의 발언은 일본 국방·경제 관련 다수의 견해를 반영한 것"이라며 관련 입장이 일본 내각의 중론이라고 진단했다.

물러서지 않는 양국 간 마찰의 배경으로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얻은 외교적 자신감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시러큐스대학교 맥스웰 스쿨의 마르가리타 에스테베스-아베 교수는 FT에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로 (외교적) 성공을 거뒀고,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성사해 승리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다카이치 총리는 자기 생각을 더 강하게 말해도 된다고 봤고, 중국도 미국과의 관세 문제를 합의하지 못했다면 더 조심스러웠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에베스테베스-아베 교수는 "(미중·미일 정상회담 후) 판세가 상당히 많이 바뀌었고, 양측(중일) 모두 대담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본이 안보 문제를 의존하고 있는 미국의 군사·경제적 신뢰도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로버트 뒤자리크 도쿄 템플대 현대아시아연구소장은 "일본 대중(對中) 정책의 큰 난제는 신뢰성이 훼손된 트럼프 행정부"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 관계에 끼칠 해악에 대한 새로운 두려움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hjkim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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