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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AI] ② 엔비디아 선택받은 한국…칩·통신·전력 '총력전'
입력 2025.11.05 12:21수정 2025.11.05 12:21조회수 0댓글0

삼성·현대차·SK까지 제조업 자동화 로드맵 가속
NPU·6G·전력망 확충 없인 'AI 산업혁명'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엔비디아가 한국을 인공지능(AI) 산업혁명을 이끌 파트너로 선택하면서 앞날이 불투명했던 우리나라의 피지컬 AI 역량이 일대 도약의 기회를 얻게 됐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업체에서 벗어나 AI 운영체제(OS)를 장악하려는 포부를 가진 엔비디아는 피지컬 AI의 강력한 경쟁 상대인 테슬라와 비교했을 때 갖추지 못한 부분이 아직 많다.

테슬라는 엔비디아처럼 AI의 '두뇌'에 해당하는 자체 칩을 제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AI를 실물 세계에서 구현하는 하드웨어 자율주행 자동차, 휴머노이드 로봇을 직접 만든다. FSD 등 구동 소프트웨어도 갖췄고 스타링크라는 통신 사업자이기도 하다.

엔비디아는 최고의 AI 칩 제조 능력과 AI 플랫폼을 갖추고 있지만 하드웨어와 통신 역량이 부족하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 자동차·전자기기 제조 강국이자 통신 인프라에서도 강점을 지닌 한국을 파트너로 골랐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한국은 엔비디아의 선택을 받기 전까지 피지컬 AI 세계에서 걸음마를 떼는 수준에 불과했다. 피지컬 AI 모델 개발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 데이터, 인재 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정부ㆍ민간기업과 AI 관련 협약

(경주=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APEC 정상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접견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현대차, 엔비디아의 국내 피지컬 AI 역량 고도화 협약 관련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이 대통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2025.10.31 superdoo8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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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피지컬 AI 수준은…미중에 크게 뒤처져

산업연구원의 '피지컬 AI 시대, 중국 로봇 산업의 성장과 시사점' 보고서는 미국이 피지컬 AI의 원천 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면서도 이를 물리적으로 구현하는 제조 기반은 상대적으로 약한 맹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 점유율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며 피지컬 AI 시대를 주도하고 있지만 개인정보 보호 문제나 국가 안보적 측면에서 서구 시장 확장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은 미·중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지만, 피지컬 AI 기본 단계인 자율주행 차에서도 테슬라·샤오미·BYD 등에 크게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엔비디아 최첨단 GPU 수급 계획으로 비로소 피지컬 AI 경쟁력에서 치고 나갈 기회를 얻은 셈이다.

이동하는 젠슨 황 CEO-메디슨 황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그의 딸 메디슨 황이 지난 30일 오후 서울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5.10.30 [공동취재] citybo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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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영 삼성증권[016360] EV·모빌리티팀 수석연구위원은 "현대차[005380]가 내년 초에 (직립 보행 로봇) 아틀라스 3세대 공개와 함께 실증 데이터 축적이 예상되는 등 피지컬 AI 로드맵이 뚜렷해지면서 중국 전기차에 원가 경쟁력도 뒤처지고, 자율주행 실력도 모자란다는 비난을 일시에 해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005930]가 엔비디아와 손잡고 반도체 인공지능(AI) 팩토리를 구축, 글로벌 제조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나 SK그룹이 엔비디아의 GPU와 제조 AI 플랫폼 옴니버스를 활용한 '제조 AI 클라우드' 구축에 나서는 것은 한국 산업계가 더 이상 피지컬 AI의 변방에 서 있지 않겠다는 선언과 같다.

엔디비아로부터 GPU 6만장을 공급받는 네이버는 로봇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과 상용화를 선언했고 산업용 AI 휴머노이드 로봇 설루션을 개발 중인 LG CNS, 제철소 등 산업 현장에서 AI·로봇을 적용해온 포스코 등이 대표적 피지컬 AI 국면에서 치고 나갈 수 있는 기업들로 꼽힌다.

정부는 로봇, 자동차, 조선, 가전, 반도체 등 주요 제조업에서 이른바 'AI 대전환'을 선도하기 위해 내년 5천억원, 향후 5년간 6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생태계 육성에 노력 중이다.

◇ GPU만 있으면 해결?…피지컬 AI의 두뇌 NPU 주목해야

엔비디아 최첨단 GPU 수급으로 AI 모델 학습용 컴퓨팅 파워 확보에 숨통이 뚫린다고 해서 피지컬 AI 강국의 지위가 쉽게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도 엔비디아 협력 뒤 가진 브리핑에서 "GPU를 확보한 것으로 어떤 AI 모델을 만드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산업 현장 혹은 새롭게 다가올 로봇 사회, 소프트웨어가 정의하는(SDV) 모빌리티 등에서 핵심 원천 기술이 될 AI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브리핑하는 김용범 정책실장

(경주=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김용범 정책실장이 31일 경북 경주 APEC 미디어센터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접견 등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우창 국가AI정책비서관, 김 정책실장,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2025.10.31 xy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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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그간 목말랐던 AI 모델 학습은 충분한 컴퓨팅 파워를 가지고 수행할 수 있게 됐지만, 이렇게 해서 개발한 AI 모델이 실제로 공장·로봇·자동차·선박·항공기 등에 탑재돼 실제 인간을 대체해 움직이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라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진정한 피지컬 AI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신경망처리장치(NPU) 기술 고도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때라고 제언한다.

엔비디아 GPU는 AI 모델 학습의 최강자이지만 개발한 AI 모델을 하드웨어에 이식해 기기가 실물 세계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온디바이스 AI 국면에서는 싸고 가볍고 전력 효율이 좋은 NPU가 적임자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GPU가 지능(토큰)을 생산하는 거대한 컴퓨팅의 두뇌라면 NPU는 실물 기기(엣지) 단에서 컴퓨팅이 이뤄지도록 하는 작은 두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보내지 않고 기지국· 에지 서버에서 처리해야 초저지연·보안·네트워크 효율이 올라갈 수 있다.

구글, 애플, 아마존, 화웨이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자체 NPU 개발에 매진 중이며 우리나라에서는 퓨리오사AI, 리벨리온, 딥엑스 등이 대표적인 NPU 개발업체다.

NPU 등 AI 컴퓨팅 자원의 효율적인 연결을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지원하는 모레, 망고부스터 등의 회사도 주목된다.

하 수석은 "엔비디아 GPU로 강력한 AI 모델을 만들고 이것이 공장, 로봇, 자동차 등에 녹아들어 갈 때 AI를 운용하기 위해 NPU가 굉장히 많이 필요하고 전력 및 가격 경쟁력을 만들 국내 NPU 기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자 반도체 석학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가급적 우리의 강점인 D램이나 비휘발성 메모리를 기반으로 하는 AI 연산기를 적극 개발해서 전력 소모를 줄이고 AI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디지털 기반 AI 컴퓨팅은 많은 글로벌 경쟁자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강점을 지닌 아날로그 컴퓨팅 기반 저전력 인공지능 반도체(NPU)를 모바일이나 엣지형으로 개발하면 글로벌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 피지컬 AI 성공하려면…통신·전력 인프라 고도화도 시급

젠슨 황 CEO가 APEC 참석차 한국을 찾기 전 핀란드 통신장비 기업 노키아에 10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 2.9%를 확보하고 미국 내 6G 통신 설치에 협력한다고 밝힌 것도 시선을 모았다.

로봇·자율주행차·선박·드론·스마트 공장 등 피지컬 AI 도구들이 원활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저지연·고효율 통신 기반이 필수인 상황에서 기지국 등 주요 통신 장비를 중국산에만 의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엔비디아가 과거의 통신 '고수' 노키아와 손을 잡은 것이다.

엔비디아는 젠슨 황 방한에서 삼성전자, 통신 3사, 전자기술연구원(ETRI), 연세대와 협력해 AI랜과 6G 인프라를 개발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엔비디아는 "지능형 저전력 네트워크 기술은 GPU 연산 작업을 기기에서 기지국으로 보냄(오프로딩)으로써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고 배터리 수명을 연장한다. 이는 로보틱스의 광범위한 도입을 지원하는 핵심 기술이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에서도 '엔비디아 제국'을 완성하기 위해 노키아, 한국 통신 기술과 맞손을 잡는 전략을 택한 것인데, 막상 우리나라의 통신 인프라는 답보 상태인 점이 AI 시대에 역행 요소가 될 수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AI 이동통신 인프라 고도화의 주요 쟁점' 보고서에서 국내 이동통신 인프라 고도화가 5G 도입 이후 정체돼 있다며 국내 통신업계가 LTE 기지국을 5G와 함께 쓰는 비단독 모드(NSA)에 의존해온 것을 지적했다.

정부는 3G·LTE 용도 주파수 재할당을 앞두고 5G 단독 모드(SA) 의무화를 발표할 전망이다.

AI 시대를 앞두고 통신 인프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통신사에게 주파수 선점에서 유리한 고지를 주겠다는 사인을 보내는 것이다.

통신업계에서는 그간 통신 전송 분야에만 투자가 집중되고 컴퓨팅·클라우드·AI 시스템 등에 대한 인재나 연구 자원 투입이 부족했다는 자성도 나온다.

통신업계·당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5G에 고무된 뒤 차세대 5G A(어드밴스드), 6G 준비에 소홀했던 상황에서 중국은 국가 인프라 차원에서 AI를 통신망에 녹이는 작업을 착착 수행 중이다.

세계 5G 경쟁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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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AI 시대와 6G를 앞두고 필수 통신 인프라로 꼽히는 저궤도 위성통신 인프라 확보도 시급한 상황이다.

발사 위성 수를 4만2천개까지 목표로 하며 시장을 선도 중인 미국의 스페이스X나 지난 한 해 저궤도 위성 263개를 발사하고 레이저 통신 기술을 연구 중인 중국의 공세 속에서 위성통신 인프라가 부족한 우리나라는 원웹, 아마존 카이퍼 등 제3의 기술 주체들과 연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종호 교수는 "피지컬 AI 시대에 저지연 통신, 저전력 기지국은 필수적 인프라로 통신업계가 차세대 통신에 투자할 수 있는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전반적인 초고속 통신 외에도 AI 연산기의 칩·보드·랙 사이를 초고속으로 연결해 빠르고 효율적으로 연산할 수 있는 기술도 함께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엔비디아 GPU 대규모 공급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며 전력 공급 역량도 해결 과제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지난 1일 미국 경제 전문 팟캐스트 'BG2'에 출연해 "AI 산업의 병목은 그래픽처리장치 공급이 아니라 전력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 관계자는 "엔비디아 GPU 대량 공급에 따른 데이터센터 구축 속도에 맞춰 송배전 인프라가 문제 없이 건립될 수 있도록 기후환경에너지부 및 한국전력[015760]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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