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시간들] 이멜다, 엘레나, 김건희…반복되는 영부인의 유혹
입력 2025.09.17 12:23수정 2025.09.17 12:23조회수 0댓글0

사치의 여왕 이멜다, 창고에 구두만 3천켤레
명품욕 무가베 부인, 빚 갚으러 중국에 동물 팔아
차우셰스쿠 부인, 학력 콤플렉스…노벨상까지 넘봐
김건희 목록에 그림 추가…아내 역할에 충실했더라면


'사치의 여왕' 이멜다 컬렉션

(서울=연합뉴스) 황금색 가구 앞에서 "사치한 적 없어요"라며 부패 혐의 부정하는 이멜다의 모습. 2008년 2월18일

원본프리뷰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1986년 2월, 마르코스 독재정권의 부정선거에 분노한 필리핀 국민 수백만명이 수도 마닐라의 도심 고속도로인 '에드사'로 몰려나왔다. 정권을 떠받치던 정부군이 민주화 세력에 합류했고, 말라카냥 대통령궁에서 그들만의 대통령 취임식을 열던 마르코스는 그제야 현실을 깨닫고 하와이로 줄행랑을 쳤다. '피플 파워'로 불리는 에드사 혁명의 완성이었다.

부정선거 못지않게 국민을 분노케 한 건 마르코스의 아내 이멜다(96세)가 미처 챙기지 못한 사치품들이었다. 말라카냥궁 지하의 넓은 방에서는 금과 은,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구두 3천켤레, 가격표가 그대로 붙어있는 핸드백 수천개, 명품 팬티 3천500장이 발견됐다. 욕실에는 100% 순금의 세면대가, 침실에는 황금으로 만든 이멜다의 동상이 놓여있었다. 이멜다는 그렇게 역사에 영원히 남을 사치의 전설, 혈세로 탐욕을 채운 부패 영부인의 상징이 됐다.

독재자 무가베의 영부인 '구찌 그레이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원본프리뷰

짐바브웨의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의 아내 그레이스(60)도 아프리카의 이멜다로 불린 탐욕의 영부인이었다. 국민들이 배고파 죽어 나가는 판에 세금으로 궁전 같은 집을 짓고 명품, 특히 구찌 쇼핑에 빠져 '구찌 그레이스'로 불렸다.

혈세 50억원을 들여 성대한 딸 결혼식을 치렀고 나라가 빚에 쪼들려 명품을 사기 어렵게 되자 야생동물원에서 코끼리와 사자, 기린을 빼내 중국에 팔았다. 남편이 37년 만에 권좌에서 쫓겨나자 그녀의 학력 위조 사실도 드러났다. 남편이 총장으로 있던 짐바브웨 대학에서 강의 한번 듣지도 않고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던 것이다.

"국민은 벌레" 외치며 형장으로 끌려가는 차우셰스쿠 부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원본프리뷰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의 부인 엘레나도 모든 것이 가짜인 영부인이었다. 초등학교 중퇴가 학력의 전부인데도 화학실험실 조수 경력을 이용해 국립화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이 됐고, 남편이 집권하자 화학연구소장과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돼 과학계를 주물렀다.

다른 학자들이 쓴 논문 100여개에 제1저자로 등재하고 세계 유명 과학 저널에 싣도록 했다. 그런데도 학력 콤플렉스가 풀리지 않았는지 노벨상을 받으려 각국에 로비까지 했다. "국민은 벌레"라는 망언을 남기고 남편과 함께 총살형을 당한 엘레나가 남긴 호화 주택에는 디올, 에르메스 핸드백과 모피 코트 수백벌, 다이아몬드 구두가 발견됐다.

서울중앙지법 나서는 김건희

(서울=연합뉴스) 김건희 여사가 1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중앙지법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5.8.12 [사진공동취재단]

원본프리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씨가 받았다는 사치품 의혹 리스트에 명품백과 다이아몬드 목걸이에 이어 이우환 화백의 고가 그림이 추가됐다. 이멜다의 보석 구두, 그레이스가 사랑한 구찌, 20세기 퀴리 부인이 되려고 했던 엘레나의 가짜 학위, 그 이름은 달라도 공통점은 하나다. 영부인이 재물을 탐하면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이라는 사실이다.

김 씨는 대선 직전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사치품 목록을 보면, 애초부터 그럴 생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jahn@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좋아요
0
댓글0
이 댓글에 대한 법적 책임은 작성자에게 귀속됩니다.
0/300
한일생활정보 한터
여행나무
노 카스하라   (Noカスハラ)
와카바야시 인테리어
밸런스살롱・아카스리 스탭모집
한터애드
딤채냉장고
월드크로스 여행사
Good Life 인테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