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수·소송전·여론전…내년 3월 주총 '이사회 재편' 분수령
영풍 "지배구조 바로 세울 것" vs 고려아연 "기업가치 훼손 맞서 싸울 것"

고려아연 CI·영풍 CI
[고려아연·영풍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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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영풍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를 앞세워 비철금속 분야 세계 1위 기업 고려아연의 경영권 인수에 나선 지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간 MBK·영풍 연합은 자본의 논리를 앞세워 경영권을 손에 넣기 위해 쉼 없이 고강도 공세를 펼쳤지만, 고려아연 임직원들은 사활을 걸고 막아서 경영권 수성에 일단 성공했다.
그러나 영풍·MBK 연합은 인수전 과정에서 확보한 지분을 바탕으로 여전히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을 시도하겠다는 기세여서 내년 3월 주총 등 결과가 주목된다.
◇ 사모펀드 개입한 경영권 분쟁에 75년 동업관계 '마침표'
16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작년 9월 영풍이 MBK와 손잡고 고려아연 지분 7.0∼14.6%를 주당 66만원에 공개 매수한다고 밝히면서 촉발됐다.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함께 세운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지난 75년간 최씨 일가가 경영을 맡아오며 영풍을 일군 장씨 일가와 동업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영풍이 사모펀드를 앞세워 '적대적 M&A'에 나서면서 오랜 동업 관계에 마침표가 찍혔다.
MBK·영풍 연합과 고려아연 간의 싸움은 '쩐의 전쟁'으로 주목받았다.
경영권 확보를 위해 MBK·영풍이 공개 매수 가격을 66만원에서 75만원, 83만원으로 차례로 올리며 약 2조5천억원의 자본을 쏟아부었고, 이에 맞서 고려아연도 자사주 공개 매수 가격을 89만원까지 높이며 약 3조7천억원을 투입하는 등 승부수를 띄웠다.

MBK파트너스 CI
[MBK파트너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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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매수 경쟁이 과열되자 금융감독원장이 나서 양측에 시장 질서 교란 행위 등 불공정거래가 발생하면 엄정 조치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소송전도 치열했다. MBK·영풍 연합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에 대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시작으로 수십건의 고소·고발·가처분을 제기하며 공세를 폈고, 고려아연도 이에 맞서 소송전으로 대응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발생한 경영권 분쟁 관련 소송은 24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5건은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경영권 분쟁은 지난 1년간 수차례 분수령을 맞았지만, 결정적 순간은 올해 3월 고려아연 주주총회였다.
고려아연은 자회사 썬메탈홀딩스(SMH)를 통해 영풍과 상호주 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고려아연 지분 25.42%를 보유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데 성공, 신규 이사를 대거 진입시켜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하려던 MBK·영풍 연합의 시도를 막아냈다.
◇ '이사회 장악' 놓고 표 싸움·여론전 계속…내년 3월 주총 '주목'
내년 3월 주총도 주목된다. 올해 3월 주총에서는 고려아연이 경영권 수성에 성공했지만, MBK·영풍 연합도 추천 이사 중 3명을 이사회에 진입시키며 고려아연 경영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 멤버는 총 19명으로, 직무 정지 상태인 4명을 제외하면 15명이 실제 활동하고 있다.
이사회 구성은 고려아연 측 11명 대 MBK·영풍 연합 측 4명으로 고려아연 측이 우세하지만, 이 같은 구도는 오래 지속되기 힘들다.
내년 3월 정기 주총에서는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이사 6명의 임기 만료로 또다시 후임 이사 인선을 놓고 표 대결이 예상된다.
지난 3월 주총 결의로 앞으로 이사 선출 시 집중투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MBK·영풍 연합의 이사회 과반 확보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
(서울=연합뉴스) 지난 3월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2025.3.28 [고려아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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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MBK·영풍 연합이 인수 의지를 꺾지 않고 계속 가져간다면 고려아연 이사회 과반 확보가 가능한 구조다.
이에 고려아연 측도 이사회 수성을 위해 다양한 전략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양측은 모두 자기편에 우호적인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홍보전에도 열을 올렸다.
분쟁 초기 MBK·영풍 연합은 고려아연 경영진의 비정상적 의사 결정으로 무분별한 투자가 단행돼 재무 건전성이 훼손되는 등 문제가 크다며 경영 정상화를 위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 자본 시장의 호응을 얻었다.
이에 고려아연은 MBK를 '약탈적 투기자본'으로 규정하고, 영풍에 대해서는 '자기 회사 경영도 못 하면서 고려아연 경영권을 노린다'고 공격하며 인수 시도를 비판했다.
그러나 올해 초 이른바 '홈플러스 사태'로 MBK의 경영 능력과 신뢰도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고려아연의 본업이 국가기간산업인 전략광물 등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이라는 점 등이 주목받으며 경영권 분쟁을 바라보는 일반의 시각에도 영향을 미쳤다.
경영권 분쟁 1년을 맞아 양측은 최근에도 공방을 주고받았다.
영풍은 보도자료를 내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그동안 보인 경영 행태는 나쁜 기업지배구조의 전형이자 주주가치 훼손의 모든 것"이라며 "고려아연 지배구조가 바로 설 때까지 법과 시장의 원칙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주주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입장문에서 "글로벌 불확실성과 경기침체에 더해 적대적 M&A 공격이라는 초유의 어려움 속에서도 전 임직원이 합심해 최대 매출과 102분기 연속 흑자 등 성과를 이뤘다"며 "기업가치 훼손에만 올인하는 MBK·영풍에 맞서 고려아연을 끝까지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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