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선·결선서 막판 불꽃 스퍼트로 대회 최대 이변 연출

얼굴을 밟힌 비미시
13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5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3,000m 장애물 예선 경기 중 넘어져 얼굴을 밟힌 비미시.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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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조디 비미시(28·뉴질랜드)는 예선에서 넘어져 다른 선수 스파이크에 얼굴을 밟히고도 "정신 차릴 계기가 됐다"고 웃었다.
극적으로 예선을 통과한 비미시는 결선에서 짜릿한 역전극을 펼치며 뉴질랜드 육상 트랙 종목 선수 중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비미시는 15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5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3,000m 장애물에서 우승한 뒤 "내가 생각해도 놀라운 일"이라며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열린 예선 2조 경기에서 비미시는 한 바퀴(400m)를 남기고 넘어졌다.
뒤따르던 장-시몽 데가네스(캐나다)는 비미시를 피하지 못하고, 그의 얼굴을 밟았다.
3위를 달리던 비미시는 10위로 처졌으나 남은 400m를 역주해 조 2위(8분27초23)로 예선을 통과했다.
데가네스는 8분36초58로 2조 10위에 머물렀으나 예기치 않은 '사고'를 당한 것이 인정돼 결선행 티켓을 받았다.

비미시, 짜릿한 역전 우승
(도쿄 AP=연합뉴스) 뉴질랜드의 비미시(가운데)가 15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5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3,000m 장애물 결선에서 우승한 뒤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결승선 앞에서 역전당한 바칼리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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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열린 결선에서 비미시는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
결선에 나선 16명 중 2,700m까지 11위에 머물던 비미시는 점점 속력을 높이더니 200m를 남기고 스프린터처럼 달렸다.
결승선 바로 앞에서는 대회 3연패를 노리던 수피아네 엘 바칼리(모로코)마저 제쳤다.
비미시는 8분33초88로, 8분33초95의 바칼리를 0.07초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비미시는 양팔을 휘두르며 포효했고, 바칼리는 주먹으로 자신의 머리를 치며 자책했다.
뉴질랜드 국기를 두르고 트랙을 돌던 비미시는 3,000m 장애물 챔피언의 전통 의식인 '입수 세리머니'를 하며 도쿄의 밤을 즐겼다.
경기 뒤 비미시는 로이터 통신, 뉴질랜드 RNZ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내가 챔피언이 될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나. 나도 그런 예상은 하지 못했다"며 "마지막 200m를 남기고 체력이 남아 있었다. 전력으로 달리면서 내게 기회가 오고 있다는 걸 느꼈고, 그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0.07초 차
(도쿄 AP=연합뉴스) 뉴질랜드의 비미시(오른쪽)가 15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5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3,000m 장애물 결선, 결승선 앞에서 바칼리를 제치고 있다. 둘의 기록 차는 0.07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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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뉴질랜드는 세계육상선수권에서 필드 종목에서만 금메달을 땄다.
비미시는 "내가 뉴질랜드 육상 사상 첫 트랙 종목 세계선수권 챔피언이 됐다는 것도 알고 있다"며 "정말 기분 좋은 일"이라고 기쁨을 만끽했다.
예선에서의 불운을 떠올리면서도 비미시는 "예선에서는 장애물을 넘을 때 균형을 잃었다. 결선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며 "완벽한 마무리"라고 웃었다.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고, 이번 도쿄에서 세계선수권 3연패에 도전했던 바칼리는 "사실 뉴질랜드 선수(비미시)의 이름도 몰랐다"고 털어놨다.
바칼리는 "뉴질랜드 선수에게 축하 인사를 전한다. 내겐 무척 힘든 일이지만, 스포츠에서는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현실을 받아들였다.
비미시는 "바칼리는 남자 3,000m 장애물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다음 경기에서 바칼리를 이길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상대를 예우하면서도 "세계선수권에서 바칼리를 제치고 우승한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자부심을 느낀다"고 기뻐했다.

남자 3,000m 장애물 입수 세리머니
(도쿄 AP=연합뉴스) 비미시(오른쪽)가 15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5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3,000m 장애물 결선에서 우승한 뒤 2위 바칼리와 입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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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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