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고기자의 힘드러운 기자생활' 작가…현직기자 경험 생생히 담아

웹툰 '고기자의 힘드러운 기자생활'
[카카오웹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원본프리뷰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여기 한 명의 기자가 있다.
영화 속에서 보던 것처럼 정의감에 불타지도, 부패에 찌들지도 않았다. 그저 오전에는 숙취에 시달리고, 오후에는 발제 고민에 시달리는 평범한 기자다.
기자의 진짜 삶을 그려낸 웹툰 '고기자의 힘드러운 기자생활'의 고기자(필명) 작가를 서면으로 만났다.
고기자는 2019년 인스타그램에 수습기자에 관한 한 컷짜리 만화를 올리기 시작했다. 조금씩 분량이 늘어나면서 팔로워도 늘었다. 2023년에 카카오웹툰에서 정식 연재를 했다.
그는 "그림을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고 단순히 취미생활이었다"며 웹툰을 그리게 된 특별한 계기도 없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연재 제안을 받았을 때도 단번에 믿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고기자는 "인스타그램 DM(메시지)을 통해 제안받고 처음에는 신종 범죄인 줄 알았다"며 "카카오에 출입하는 동료 기자를 통해 알아보기도 했다. 연차를 내고 판교에서 PD님들을 직접 뵙고서야 의심이 사라졌다"고 웃음기 섞인 답변을 내놨다.

웹툰 '고기자의 힘드러운 기자생활' 한 장면
[카카오웹툰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원본프리뷰
이 웹툰에서는 기자의 역할, 적성에 대한 고민이 묻어나온다. 자신의 성격유형검사(MBTI) 결과를 INFP라고 밝힌 고기자는 글을 쓰고 읽는 것을 좋아하기에 기자가 됐고, 출근하지 않는 주말에는 집 밖을 절대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고기자는 "꼭 사회성이 좋은 기자, 술을 좋아하는 기자, 단독 기사를 잘 쓰는 기자만이 진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누군가는 보고서 읽는 것을 좋아하고, 빠른 마감으로 지면 제작에 보탬이 되고, 루틴한(평상적인) 기사를 빼먹지 않고 챙기는 조용하고 성실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 생활과 웹툰 작업을 병행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웹툰을 그리는 것 역시 노동이고,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며 "웹툰 연재를 하던 시절에는 일상 업무 수행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오히려 일을 더 많이 했다. 각각 다른 고통이었지만 싫지만은 않았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작가로서 저를 정의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저는 저 스스로를 기자로 생각한다"고 했다.

웹툰 '고기자의 힘드러운 기자생활' 한 장면
[카카오웹툰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원본프리뷰
고기자는 철저하게 익명을 유지하고 있다.
웹툰 연재 당시부터 '도대체 웹툰 속 고기자는 누구냐'는 질문이 이어지고 있지만, 작가가 일간지 7년 차 현직 기자라는 것 외에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고기자는 저 하나가 아닌 다수의 기자"라며 "100% 제 이야기가 아닌 주변의 여러 이야기를 섞어 만들어낸 창작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기자와 저를 일대일로 대응할 수 없다"며 "단순히 저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인 만큼 '탈(脫)기자'를 하더라도 (고기자의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기자는 "아직은 기자로서 해보고 싶은 것, 도전하고 싶은 것도 남아있다"며 "종합적으로 생각해보면 현장에 더 남아있고 싶다. 기자로서 해볼 수 있는 것을 '다 해봤다'는 느낌이 들 때면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당장 시즌2를 만나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고기자는 "지금은 더 일에 집중하고 싶은 시기"라며 "우선은 저를 좀 더 단련하는 시간을 갖고, 언젠가는 팀장, 차장 그리고 부장, 편집국장이 된 고기자의 모습을 생각해보겠다"고 덧붙였다.
heeva@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