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연 美미시간대 교수 "다양한 사회 집단을 포괄하는 노력 필요"
"'기생충'처럼, 한국의 모순과 비극 함께 조명하는 게 진정한 세계화"

홍지연 미국 미시간대 정치학 교수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홍지연 미국 미시간대 정치학 교수가 14일 재외동포청과 한국정치학회가 공동 주최한 세계 한인 정치학자 초청 리셉션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5. 07. 14. phyeon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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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제도적 민주화가 곧 민주주의적 대표성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권위주의의 유산을 극복하려는 지속적인 노력 없이는 정치적 퇴행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세계정치학회 서울총회 참석차 모국을 방문한 홍지연(46) 미국 미시간대 정치학 교수가 14일 재외동포청과 한국정치학회가 공동 주최한 세계 한인 정치학자 초청 리셉션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세계정치학회 총회는 80여개국의 정치학자 3천500여명이 모여 최근 세계 정치의 흐름과 향후 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행사로 '정치학의 올림픽'이라고도 불린다. 홍 교수는 권위주의의 정치·경제를 연구하는 정치학자이며, 특히 동아시아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정치외교학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친 뒤 뉴욕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홍 교수는 지난 2014년부터 9년간 홍콩 과학기술대 사회과학부 교수를 지냈다. 현재 미시간대에서 권위주의 과거의 유산, 정치적 폭력의 장기적인 영향, 권위주의 체제 하 엘리트 행동 및 정부 정책 결정 요인 등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 한국학 기금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홍 교수는 한국 정치의 근간을 이루는 '권위주의 유산'에 대해 깊이 있는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 정치는 권위주의로 시작됐기 때문에 어떤 것이 '유산'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며 "민주화 이후 제도와 문화, 관행을 바꾸려는 과정 자체가 유산과의 싸움이자 극복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한 모든 국가가 겪는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퇴행과 진보, 굴곡이 함께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의 양당 모두 엘리트 중심 정당 구조를 갖고 있지만, 민주당은 과거 학생운동권 출신과 기존 제도권 엘리트를 폭넓게 아우르고 있는 반면, 국민의힘은 검찰 등 특정 관료 엘리트 중심으로 구성되는 경향이 있다"며 "정당의 이념적 대표성과 더불어 다양한 사회 집단을 포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하는 홍지연 교수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홍지연 미국 미시간대 정치학 교수는 1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권위주의의 유산을 극복하지 못하면 정치적 퇴행도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25. 07. 14. phyeon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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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시기 권위주의와 경제정책의 관계에 대해서는 "서구와 달리 한국은 국가 주도의 개발 모델로 성공한 사례"라며 "IMF 외환위기 이후 민간 중심 체제로 전환됐지만, 최근 서구, 특히 미국에서 다시 산업정책을 강화하며 한국 모델을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최근 미·중 경제 전쟁 또한 국가가 주도하는 국제 정치경제 체제 재구성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학의 세계화와 관련해 그는 "한국이 경제와 민주주의 모두에서 성취한 나라로 주목받는 것은 분명하지만, 한국학의 목표가 단순한 자랑이어선 안 된다"며 "영화 '기생충'이 보여준 것처럼, 한국의 모순과 비극까지도 함께 조명하는 것이 진정한 세계화"라고 밝혔다.
홍 교수는 또 "디지털 아카이브가 확장되면 한국학 연구의 접근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영어 설명이 병기된 자료 확충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K-컬처 열풍이 학문적 한국학 연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분명하다고 봤다. 한국 문화의 영향력이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이는 한국학에 대한 투자와 관심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차세대 한국학 연구자들에게는 "이미 열려 있는 언어 감각과 사고방식, 다양한 주제에 대한 관심이 뛰어나다"며 "세계 학계와 소통하며 기여할 수 있는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서울 총회에서 '새마을 운동이 한국 민주화 과정에서 농촌의 투표 성향에 미친 영향'과 '양극화와 민주주의 후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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