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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순정 베어링'에 전국 원전 본부 4곳 뚫려…검수 절차 부실
입력 2025.07.15 01:00수정 2025.07.15 01:00조회수 0댓글0

한울·한빛·고리·새울에 총 718개 공급…28개는 실제 설치돼
진품 여부도 확인 안 하고 가장 중요한 'Q등급' 부여


비순정 베어링 납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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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전국 원자력발전소에 '비순정 베어링'이 대량 납품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원전 부품 조달 절차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국 원전 본부 4곳에 비순정 베어링이 납품된 것으로 확인된다.

국내 5개 본부 중 월성 원전을 제외한 한울·한빛·고리·새울 본부에 비순정 제품이 공급됐다.

스웨덴 기업인 SKF사의 정품 베어링이 납품돼야 하지만 제조사가 불분명한 베어링이 납품됐다.

해당 베어링 중 28개는 길게는 6개월가량 실제 설치돼 있다가 지난달 27일 전량 교체됐다.

한수원은 해당 부품을 공급한 8개 업체에 대해서 경북·전남·부산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베어링은 각 원전 본부에서 경쟁입찰로 낙찰자를 선정해 공급받았다.

한수원은 이들 업체가 SKF 마크를 부착한 모조품을 공급한 것으로 의심한다.

베어링은 모조품이었는데도 한수원의 인수검사를 버젓이 통과했다.

한수원은 일반적으로 인수검사에서 제작사, 모델번호, 형상, 외관 등 식별 특성을 확인하고 치수·재질 등 필수 특성을 시험하는 검사를 한다고 설명했다.

신한울원전 1호기(왼쪽)와 2호기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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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은 일반 산업 등급으로 납품받은 베어링을 자체 '품질검증(CGID)'을 통해 등급을 높이는 과정에서도 진품인지 확인하지 못했다.

고리2호기에 실제 설치돼 있던 베어링의 경우 각각 'Q등급'과 'A등급'이 부여돼 있었다.

'Q등급'은 가장 중요한 등급으로 고장 발생 시 방사성 물질 누출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안전과 직접 관련된 품목에 매기는 등급이다.

'A등급'은 Q등급만큼 중요하지는 않지만, 기능적으로 신뢰성이 요구되고 고장 발생 시 원전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품목에 주어진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베어링이 소모성 자재여서 발전소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이다.

정교하게 제작된 비순정품에 대해 육안 검사나 치수 등으로 구분이 어려웠고, 제작업체가 기술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정품 식별에 어려움이 있다고도 설명했다.

한수원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본사 일괄 구매방식 도입, 승급용 자재 별도 관리와 진위확인 강화, 품질 검증 승급 시험 검사 강화 등 절차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과 전문가로 구성된 고리원전 안전협의회 한 관계자는 "원전에 사용되는 부품은 신뢰가 핵심"이라면서 "부품의 생산 과정이 추적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쓰는 것이 공급망 관리의 기본"이라고 지적했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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