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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도 최저 30도' 찜통 된 강릉…몸집 키우는 '여름 불청객'
입력 2025.07.04 05:43수정 2025.07.04 05:43조회수 0댓글0

1년 새 열대야 일수 23일→35일…전날 7월 초 가장 더운 밤 신기록
'지구열대화'로 팽창하는 여름…푄 현상으로 동해안 '잠 못 드는 밤'
역대급 더운 여름 전망…"야외 활동 자제하고 식중독·온열질환 주의"


강릉의 잠 못 드는 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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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강원 강릉에서 연일 수은주가 30도 안팎에서 떨어지지 않는 등 동해안을 중심으로 뜨거운 밤이 이어지고 있다.

4일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밤 최저기온은 강릉 29.3도, 삼척 27.8도, 속초·양양 27.2도, 고성 간성 26.8도, 동해 25.5도로 열대야가 나타났다.

전날 밤에 이어 지난 2일 밤 강릉의 최저기온은 30.4도로 1911년 지역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7월 초순으로는 역대 가장 무더운 밤을 기록했다.

그보다 하루 전 밤 최저기온도 30.3도로 강릉에서는 연이틀 기온이 30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초열대야' 현상이 발생했다.

초열대야 자체도 흔한 일은 아니지만, 과거 전국적으로 초열대야가 8월 초에나 처음 나타났던 것과 비교하면 시기가 한 달가량 빠르다.

게다가 강릉을 비롯한 동해안 지역에서 나타나는 열대야 일수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실제 도내 다른 지역보다 열대야 일수가 많은 강릉은 2023년 6∼8월 열대야 일수가 23일이었으나 지난해에는 같은 기간 35일까지 치솟아 열대야 빈도수도 더 잦아지는 추세다.

기상 전문가들은 지형과 바람, 일사의 영향으로 폭염·열대야 일수가 많고, 길어지는 등 '최악의 여름'으로 꼽히는 1994년과 2018년과 같은 역대급 더위를 전망했다.

운동으로 극복하는 열대야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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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헉' 잠 못 드는 밤…강릉·속초서 10년간 초열대야 17건 관측

4일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52년간(1973∼2024년) 강원도의 열대야 일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영서 지역은 평균 4.1일 늘었고, 영동 지역도 평균 3.6일 증가했다.

열대야 일수가 늘어나는 만큼 그해 여름 처음 열대야가 발생하는 날은 더 빨라지고, 마지막으로 열대야가 관측되는 날은 더 늦어지고 있다.

실제 강릉의 첫 열대야·마지막 열대야 관측 날짜를 살펴보면 2015·2016년도에는 7월에 시작해 8월 중순에 끝이 난 열대야가 점차 빨리 찾아오고 늦게 물러가더니 2023·2024년에는 6월 초에 시작해 8월 말∼9월 중순까지 밤에도 더위가 사그라지지 않았다. 초여름부터 늦여름까지 내내 열대야가 발생하는 셈이다.

올해에는 강릉에서 지난달 29일 열대야가 시작돼 5일째 이어지고 있고, 동해안 5개 지역에서도 지난달 30일부터 4일째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다.

더위의 강도 역시 더 세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초열대야가 관측된 건 2013년 8월 강릉이었는데, 올해는 지난 1일에 강릉에서 초열대야가 발생했다.

도내에서는 최근 10년간 강릉과 속초에서만 초열대야 현상이 총 17일 발생했는데, 속초에서는 2018년 8월에 한 차례 발생했던 초열대야가 지난해 7월에는 두 차례 나타났다.

강릉에서는 6월에 초열대야가 관측된 2022년을 제외하고 지난해 7월에만 초열대야가 4일 나타났다.

폭염과 열대야에 대관령으로 몰려든 캠핑카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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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온난화→지구열대화 영향…지형적 특성과 바람의 방향도 한몫

여름이 점차 '팽창'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원인은 단연 '지구열대화'다.

지구열대화는 유엔이 지구온난화를 대체해야 할 만큼 펄펄 끓는 날씨가 지속되는 현상을 두고 언급한 신조어다.

김승배 한국자연재난협회 본부장은 "열대야가 잦아지는 근본 원인은 지구가 뜨거워지는 데 있다"며 "바닷물의 온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대기 중으로 증발하는 수증기 역시 뜨거워 밤에도 기온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지형적 특성과 바람의 방향 등도 열대화 발생에 영향을 끼친다.

현재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기류의 흐름을 살펴보면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인도양으로부터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불고 있다.

이 바람이 산을 넘으면 습기를 잃고 건조해지는데 이를 '푄 현상'이라고 부른다.

산의 서쪽은 고도가 높아지며 바람이 열을 빼앗기지만, 고도가 높아지면서 열을 흡수한 바람이 산의 동쪽으로 향하면 기온이 높아진다.

이러한 원리로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영동 지역의 기온도 오른다. 같은 강원도라도 동해안에 열대야가 더 자주 관측되는 이유다.

같은 영동이라도 풍향의 각도에 따라 조금씩 온도교차가 나타나기도 한다.

실제 최근 10년간(2015∼2024년) 지역별 여름철 평균 열대야 일수를 살펴보면 강릉이 19.9일로 가장 많았고, 양양 11.7일, 삼척 10.6일, 속초 9.8일, 동해 7.6일, 고성 4.9일로 나타났다.

영서는 원주와 춘천이 각각 10.7일과 10.3일로 가장 많았고, 홍천 4.2일, 철원 2.9일 등이었다.

열돔 현상 (PG)

[박은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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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돔'에 갇힌 한반도…가마솥더위 가을에나 풀려

이번 더위는 가을이 되어서야 풀릴 전망이다.

아래로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영향을 끼치고 있고, 위로는 티베트 고기압이 일본까지 뻗어 있어 한반도가 뜨거운 '열돔' 속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대기 불안정으로 인한 소나기가 내리거나 남쪽에서 비구름을 몰고 오는 태풍이 발생하면 일시적으로 기온이 떨어질 수 있지만 더위를 식히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체전선이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남부지역과 제주는 다른 해보다 20여일 장마가 끝나 폭염과 열대야가 일찍 끝난 기간만큼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는 역대급 더운 여름으로 기억된 31년 전 1994년과 매우 유사한 기상 흐름을 보여 그때와 마찬가지로 매우 더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상청도 주변 기압계에 따라 북태평양 고기압 위치의 변동성은 있지만, 다음 주까지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을 덮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체감온도 33도 내외(일부 35도 이상)의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청은 "실내외 작업장과 논밭, 도로 등에서는 관측 환경보다 체감 온도가 더 높을 수 있으니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며 "식중독에 걸리기 쉬운 날씨인 만큼 혈변, 고열 등 의심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의료 기관에 방문하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또 "영유아, 노약자, 임산부, 만성질환자는 온열질환에 거리기 쉬우니 야외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tae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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