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데리기 부사장 시리 언급에 시장 냉담…WSJ "AI 본격 복귀 아직 멀어"

팀 쿡 애플 CEO
[쿠퍼티노(미 캘리포니아주)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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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퍼티노[미 캘리포니아주]=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시리가) 우리의 높은 기준에 다다르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합니다"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본사에서 열린 애플의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 행사가 열린 본사 야외무대에는 예년처럼 전 세계에서 온 수천명의 개발자와 미디어로 가득 찼다.
행사 시작 5분 전인 오전 9시 55분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굿모닝"이라는 인사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쿡 CEO는 "오늘 엄청난 발표가 있을 것이고, 유의미한 소통의 하루가 될 것"이라며 이날 발표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WWDC는 당초 매년 애플 기기의 운영체제(OS) 업데이트 행사였다.
그러나 최근 2년 동안에는 애플이 새로운 제품을 발표했던 터라 올해에도 이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2023년에는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가 공개되고, 지난해에는 첫 인공지능(AI) 애플 인텔리전스가 발표되며 시장의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올해는 기대감이 다소 낮아지긴 했다. 행사 시작 전 만난 한 외신 기자는 "특별히 눈에 띄는 발표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항상 전 세계 정보기술(IT)을 선도하는 애플이기에, 더욱 치열해지는 AI 경쟁에서 다른 기업들에 비해 다소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터라 이날 '깜짝' 발표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애플 WWDC 2025
[쿠퍼티노(미 캘리포니아주)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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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분간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애플은 12년 만에 대대적으로 개편한 운영체제를 선보였다. 그러나 '깜짝' 발표는 없었다.
이날 행사 시간도 두 시간을 꽉 채우며 쉴 새 없이 AI 기능을 선보였던 지난해와 달리 30분이 짧았다.
쿡 CEO가 짧은 인사말을 한 뒤 애플은 예전처럼 미리 녹화된 영상을 통해 새로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내용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크레이그 페데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 부사장이 발표를 주도했다.
페데리기 부사장은 작년에 도입한 애플 인텔리전스를 소개하며 애플의 음성 비서 '시리'(Siri)도 언급했다.
애플은 당초 자사 기기에 장착된 시리에 생성형 AI를 탑재함으로써 더욱 개인화된 AI로 발전시킬 구상이었다.
이런 구상이 지난해 발표됐을 때 "역시, 애플"이라는 반응이 나왔고, AI 경쟁에서 경쟁사들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애플은 계획과 달리 지난해 '개인화된 시리'를 내놓지 못했다. 이날에는 이 시리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팀 쿡 애플 CEO(왼쪽)과 크레이그 페데리기 부사장
[쿠퍼티노(미 캘리포니아주)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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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데리기 부사장은 "시리도 크게 발전해 더욱 자연스럽고 유용해졌다"며 "잘 알겠지만, 우리는 시리가 당신의 개인적 맥락을 더욱 잘 파악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높은 기준에 다다르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계속해서 소식을 전해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언급은 개인화된 시리가 당장 출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이에 시장은 냉담하게 반응했다. 행사 시작 전 뉴욕 증시에서 소폭 상승했던 애플 주가는 금새 하락으로 떨어졌다. 이날 주요 대형 기술 기업 대부분이 주가가 상승 마감한 가운데 애플 주가는 1.2% 내려갔다.
이날 행사에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외에 새로운 제품 발표는 없었다.
한 참석자는 "원래 WWDC는 오늘과 같이 소프트웨어 행사였다. 최근 2년간 큰 발표가 있었지만, 원래 행사로 돌아간 것"이라고 위안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행사 자체에 큰 놀라움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언어 번역 도구와 대대적인 소프트웨어 재설계를 발표했지만, 일부 AI 업그레이드는 여전히 지연되고 있다"며 "애플의 AI 본격 복귀는 아직 멀었다"고 진단했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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