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왜 베토벤인가'·'음악과 생명'

베토벤 스페셜리스트인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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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2년 후면 서거 200주년을 맞는 베토벤은 여전히 가장 인기 있는 클래식 작곡가 중 한명이다. 수많은 음악이 명멸하는 음악 세계에서 베토벤은 부동의 위치를 점유한다. 베토벤의 곡들은 엄혹한 세월의 검증을 견뎠고,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가장 많이 연주된다. 음악 분야에서 '성인'(악성·樂聖)이라는 호칭을 얻은 이는 베토벤뿐이다.
그러나 생전에 그는 그만큼의 영화(榮華)를 누리지 못했다. 아니 영화라는 말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그는 오로지 독일 본과 오스트리아 빈에서만 살았고, 바다를 본 적도 없었다. 인생에서 특별한 사건도 없었고, 좋은 일보단 우울한 일이 훨씬 더 많았다. 자폐증에 가까워서 사랑에도 계속 실패했다.
서른살부터는 청력이 심각하게 망가졌고, 늘 집은 엉망진창인 상태였다. 그를 찾아갔던 이들은 집에서 풍기는 지독한 냄새와 더러운 바닥에 기겁했다고 한다. 그는 사람들을 멀리해 만남도 꺼렸다. 귀족이나 권력자들에게도 절대 굽신거리지 않았다.
귀도 들리지 않고, 사랑도 모르고, 인간들과의 관계는 늘 삐걱댔으며 사회생활은 엉망이었지만, 그는 인간의 마음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법을 알고 있었다. 어떻게 그런 경지에 도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는 심연을 바라보는 눈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그 눈을 오로지 곡을 만드는 데만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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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음악에 헌신하는 연주자들도 베토벤과 같은 '눈'을 지니길 원했다. 그러나 그들 중 많은 이들이 '베토벤이 본 경지'를 보지 못한 채 좌절했다. 가령, 베토벤의 말년작 피아노소나타 32번(작품번호 111) 같은 경우에는 함부로 도전조차 못 하는 피아니스트들이 많았다. 2악장은 아예 재즈 스타일의 실마리마저 볼 수 있어 클래식 피아니스트들을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피아노에 대한 오랜 연륜을 쌓은 이후에야 그들은 도전이라도 할 수 있었다. 피아니스트 엔젤러 휴잇은 예순이 되어서야 겨우 이 곡에 도전했다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해냈어요. 지난밤 베토벤 작품번호 111을 사람들 앞에서 처음 연주했답니다…연주하면서 긴장한 건 말할 것도 없고요. 이제 남은 평생 이 곡을 더 잘 연주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유명 피아니스트들도 제각각 해석에 나서지만, 설득력이 크진 않았다. 바렌보임은 2악장 피날레 부분에 탱고를 가미했고, 아시케나지는 유령이 가득한 시베리아의 검은 밤을 보는 듯이 표현했으며, 마리야 유디나는 무대에 올라 죽어서 끝내야 하는 춤을 추듯이 연주했다. 그러나 이런 모든 시도가 베토벤의 진의(眞意)에는 가닿지 못했다. 오직 우치다 미쓰코만이 베토벤이 닿은 천상의 경지를 조금 볼 뿐이었다.

우치다 미쓰코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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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간된 '왜 베토벤인가'(에포크)는 영국의 저명한 음악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가 베토벤의 삶과 음악을 조명한 책이다. 이와 함께 베토벤 연주에 대한 음반평과 명연주 추천, 베토벤 작품에 관한 평가까지를 아우른다. 저자는 책에서 베토벤의 탁월한 업적을 칭송하면서도 천재성의 원천이 불행이라고 진단한다. 불행이 없었다면 베토벤이 그토록 뛰어난 성취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베토벤은 신체가 손상되면 정신적 보상이 주어질 수 있음을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청력이 온전했다면 그가 후기 4중주곡을, 음악가들의 이해를 넘어서는 작품을, 지금 여기를 넘어서는 작품을 쓰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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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이 조금 어렵거나 지루하다면 지난해 작고한 작곡가 사카모토 류이치와 생물학자 후쿠오카 신이치의 대화도 음악에 대한 눈을 뜨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최근 출간된 '음악과 생명'(은행나무)은 둘의 대화를 통해 음악과 생명의 본질을 탐구한 책이다. 자연의 순수한 소리를 음악으로 전달하려는 음악가와 실험실 바깥에서 생명의 본질을 포착하는 생물학을 주창한 생물학자가 음악과 생명이라는 서로의 분야를 넘나들며 나눈 감각적인 대화를 기록했다.
책에 따르면 음악은 악보에 갇히지 않고 생명은 유전자에 의해 작동되는 것이 아니므로, 모든 음악과 생명은 '단 한 번뿐'인 고유한 무엇이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그 '일회성'이야말로 음악이 갖는 '아우라'이며, 인간이 만든 훌륭한 예술이 자연의 조형과 복잡함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라고 말한다.
▲ 왜 베토벤인가 = 장호연 옮김. 548쪽.
▲ 음악과 생명 = 황국영 옮김. 2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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