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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 아픔 딛고 22년 만에 한자리…박물관에 모인 서고사 나한
입력 2026.09.15 05:24수정 2026.09.15 05:24조회수 0댓글0

국립전주박물관, '도량으로의 귀환, 전주 서고사 나한' 내일 개막
백자로 만든 후령통 등 나한상 복장물·과학 조사 성과 소개


서고사 나한상

전주 서고사·금산사성보박물관 소장 [국립전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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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가사를 걸친 채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무릎 위에 올려 두거나, 한쪽 무릎을 세워 편안히 앉아 있다.

자세히 보면 입가에는 옅은 미소를 띠었고, 표정 하나하나 생생하다.

전주 황방산 자락에 자리한 서고사에서 누군가의 간절한 염원과 소망을 들어주던 '십육나한'(十六羅漢) 혹은 '십육존자'(十六尊者)의 모습이다.

2004년 도난의 아픔을 딛고 제자리로 돌아온 16구의 나한상이 한자리에 모인다.

국립전주박물관과 서고사가 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 본사 금산사와 협력해 16일부터 선보이는 특별전 '도량으로의 귀환, 전주 서고사 나한'에서다.

목조아난(왼쪽)과 가섭존자입상(오른쪽)

서고사 소장 [국립전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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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관계자는 "오랜 기간 흩어져 있다 현재 서고사와 금산사 성보박물관에 봉안된 나한상을 22년 만에 한자리에 모은 전시"라고 15일 소개했다.

나한은 아라한(阿羅漢)의 줄임말로, 부처의 가르침을 듣고 깨달은 성자를 뜻한다.

신통력을 지닌 나한은 불법을 수호하고 중생이 복을 누리도록 돕는 존재로 여겨졌으며 십육나한, 오백나한을 봉안하고 신앙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서고사 나한상은 조선 후기 불교 조각사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나한상을 조성하면서 내력을 기록한 발원문에 따르면 나한상은 조선 숙종(재위 1674∼1720) 대인 1695년 5월 23일 조각승 성심(性沈) 등이 제작했다.

전주 서고사 나한 특별전

(전주=연합뉴스) 김문경 기자 = 15일 전북 전주시 국립전주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도량으로의 귀환, 전주 서고사 나한 특별전' 개막식이 진행됐다. 서고사 나한 전시는 오는 16일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2026.9.15 doo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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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의 주요 제자인 가섭존자, 아난존자와 함께 나한전을 지켜왔다.

그러나 2004년 16구의 나한상 가운데 8구가 도난당하면서 홀연히 사라졌고, 2014년 한 경매에 나오면서 일부를 되찾을 수 있었다.

이후 사건에 연루된 서울 소재 한 사립박물관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나머지 나한상을 찾아 2020년 수행의 공간인 도량으로 환수했다.

훔친 유물을 보관하는 과정에서 일부 나한상은 손상됐고, 색을 덧칠해 마치 다른 작품처럼 보이게 만들려 한 정황도 파악됐다.

현재 나한상은 서고사와 금산사 성보박물관에서 보관 중이다. 박물관은 그간 유물을 보존 처리하면서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조사·연구도 함께 해왔다.

도량으로의 귀환, 전주 서고사 나한

(전주=연합뉴스) 김문경 기자 = 15일 전북 전주시 국립전주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관계자들이 전주 서고사 나한을 살펴보고 있다. 서고사 나한 전시는 오는 16일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2026.9.15 doo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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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26점의 유물을 모은 전시는 서고사의 역사를 비추며 시작된다.

후백제 견훤(867∼936)의 명을 받아 명덕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하는 사찰의 이력부터 '완산지', '전주지도' 등 옛 문헌에 기록된 서고사의 위치를 살펴본다.

전시의 핵심은 도난 사건 이후 처음으로 '완전체'로 모인 나한상을 볼 수 있는 '관상(觀像), 나한을 그리며 바라보다' 부분이다.

도난에서 환수에 이르는 과정, 십육나한의 의미와 각각의 도상도 소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서고사 나한상의 '속' 이야기도 볼 수 있다.

전주 서고사 나한

(전주=연합뉴스) 김문경 기자 = 15일 전북 전주시 국립전주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도량으로의 귀환, 전주 서고사 나한 특별전' 개막식이 진행됐다. 서고사 나한 전시는 오는 16일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2026.9.15 doo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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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타사상(제3존자), 낙거라상(제5존자), 벌나파사상(제14존자)의 몸체 안에서는 발원문과 경전, 다라니 등 여러 복장물이 나온 바 있다.

복장은 불상을 만들 때 각종 보화나 서책 등 귀한 물품을 넣는 것을 뜻한다.

한쪽 무릎을 세운 채 앉아있는 모습의 벌나파사상의 경우, 백자로 제작된 후령통이 발견돼 큰 관심을 끌었다. 백자 후령통은 유일한 사례로 알려져 있다.

후령은 부처님의 원음(圓音) 즉, 설법을 상징하며 뚜껑에 대롱을 달고 통 안에는 5개의 병을 넣어 오방(五方)을 상징하는 천 등을 넣어둔다.

도량으로의 귀환, 서고사 나한 특별전

(전주=연합뉴스) 김문경 기자 = 15일 전북 전주시 국립전주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도량으로의 귀환, 전주 서고사 나한 특별전' 개막식이 진행됐다. 서고사 나한 전시는 오는 16일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2026.9.15 doo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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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서는 CT와 엑스선형광분석(XRF) 등 최신 과학 기술을 활용해 맨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던 제작 기법, 안료의 성분 등을 조사한 내용을 선보인다.

박물관은 다음 달 15일 그간의 연구 성과를 정리한 학술대회도 연다.

학술대회에서는 서고사 나한상의 역사적·미술사적 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2017년 전북특별자치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의미를 짚을 계획이다.

박경도 국립전주박물관장은 "나한상에 담긴 발원과 염원, 그리고 도량으로 돌아온 성보 문화유산의 의미를 함께 나누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11월 29일까지.

벌나파사상(제14존자) 복장물

금산사성보박물관 소장 [국립전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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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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