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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톡스] 유리지갑 최후의 보루, 국민연금…땜질식으론 안 된다
입력 2026.09.14 12:12수정 2026.09.14 12:12조회수 0댓글0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선임기자 = # 매달 월급 명세서에서 어김없이 뭉텅이로 돈이 빠져나간다. 바로 국민연금 보험료이다. 자영업자나 사업소득자는 소득을 조정할 여지가 있지만, 직장인은 급여 명세서가 국세청에 100% 투명하게 공개돼 속이 훤히 보이는 '유리 지갑'처럼 세금과 국민연금 보험료를 월급에서 자동으로 떼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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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국가가 법률로 강제하는 제도로, 국민과 맺은 무거운 경제적 약속이자, 성실한 근로자들의 피땀 어린 미래, 노후 자산이다.

현재 국민연금이 운용하는 자산은 1천400조원에 이른다. 이 자금은 국내외 주식과 채권, 부동산 같은 대체투자 등 전 세계 금융시장에 골고루 퍼져 있다.

그러나 이 자금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에서 사회적 신약(信約)에 금이 가는 파열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 노후 자산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기금운용본부장(CIO) 자리가 1년 가까이 공석 상태로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다.

10년 넘게 추진돼온 온 자산 배분 기조가 흔들리고, 내부 의사결정의 투명성이 흐려졌다.

손발의 기강도 무너졌다. 강남의 한 대형 오피스 자산의 무리한 운용사 교체 시도와 책임자급 인사의 대기 발령, 그리고 거듭된 감사 잡음도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 운용 책임자들이 국민의 돈으로 시장에서 우월적 권력을 행사하며 갑질과 사적 이해 상충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이다. 이는 연기금 운용에 요구되는 고도의 윤리 의식과 내부통제망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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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민연금이 단기 체류 외국인이 추후 납부 제도를 악용해 노령연금을 받아온 사례들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급 형평성 논란도 제기됐다. 이런 사회보장제도의 틈새는 수십년간 보험료를 납부해 온 성실한 가입자들에게 깊은 박탈감을 준다. 이런 곳에 나의 노후 자금을 맡겨도 되나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수급 요건의 허점과 역차별 논란을 방치하는 것은 공적 연금이 지켜야 할 기본인 '형평성'에 대한 직무 유기가 아닐 수 없다.

# 땜질식 대응으로는 안 된다. 근본적인 거버넌스 수술이 필요하다.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담보할 제도적 방벽을 세워야 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은 일본 공적연금(GPIF),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와 함께 세계 3대 연기금으로 꼽힐 정도로 거대 자산을 굴리는 실무 책임자다.

CIO 인선 과정은 체계적인 승계 프로그램과 투명한 검증 절차를 제도화해야 한다. 일본 공적연금이나, 노르웨이 국부펀드처럼 명문화된 자산 배분 원칙에 따라 기계적으로 작동하는 지배구조를 갖춰야 한다.

내부통제와 준법 감시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

대체 자산 투자 시장에서 자금력을 앞세운 권한 남용과 특정 출신들이 밀어주고 끌어주는 불투명한 인사를 원칙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감사실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이해 상충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내부 카르텔의 싹을 잘라내야 한다.

사회보장제도의 형평성 기준은 빈틈없이 정비해야 한다. 제도의 빈틈을 파고드는 무임승차를 방치한 채 국민에게만 더 내고 덜 받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국내 거주 요건과 국민연금 실질 납부 이력을 엄밀히 대조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이가 없도록 제도적 맹점을 원천 봉쇄해야 한다. 다만 해외에 체류하는 국민을 보호하는 상호주의 원칙과 국제 기준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성실하게 납세하고 거주하는 합법 이주민의 기본적 복지권은 보장하되, 단기 체류나 제도 악용 사례를 선별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정교한 기준 설계가 필요하다.

1천400조원의 자금은 정권이나 관료, 대기업, 그리고 금융권 소수 엘리트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눈먼 돈이 아니다. 매일 새벽 집을 나서는 평범한 직장인들이 은퇴 이후 삶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쌓아둔 마지막 방어벽이다. 원칙이 허술한 연금에 미래는 없다.

indi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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