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명소화·생태 보존의 갈림길…점등 시간 축소·철새 도래기 가동 제한해야

경포생태저류지의 대형 인공 달
[촬영 유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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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강원 강릉지역의 대표적인 겨울 철새 서식지인 경포생태저류지에 국내 최대 규모의 대형 인공 달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생태계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수 시 물을 담아 두는 방재 공간인 생태저류지는 강릉의 대표 관광명소인 경포호와 오죽헌, 선교장 인근에 있다.
전체면적 24만7천㎡ 가운데 8만3천㎡는 물이 찬 상시 수면이 형성돼 있고, 나머지 부지 일부는 올해 초부터 18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으로 조성돼 운영 중이다.
강릉시는 9월부터 이곳에서 관광 거점 육성을 목표로 '경포달빛아트쇼 나의 달' 사업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경포생태저류지의 쇠부엉이
[촬영 유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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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달빛아트쇼는 생태저류지 중앙에 지름 10m 규모의 대형 LED 인공 달을 설치해 17종의 미디어아트를 계절 및 주야간 특성에 맞춰 다채롭게 선보이는 사업이다.
운영 시간은 매일 오후 1시부터 밤 10시까지다.
시는 이 사업을 통해 방문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야간 관광을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야간에 현장을 직접 확인한 결과 인공 달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시각각 색이 변하는 강렬한 빛이 수면과 주변을 사방으로 비추고 강한 음향이 주변 환경을 압도해 우려를 자아냈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도 "멋지고 아름답다"는 반응과 함께 "저류지 구조물에서 나는 소음 때문에 잠을 못 이룬다", "소음 정도가 아니라 고문", "소음을 중단하라"는 등 비판적인 글도 이어지고 있다.

경포생태저류지에서 쉬는 큰고니 가족
[연합뉴스 자료사진.촬영 유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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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문제는 이곳이 경포호와 더불어 가을 및 겨울철, 봄철이면 북상하거나 남하하는 철새들의 주요 휴식처이자 장거리 비행 전 에너지 충전소라는 점이다.
이곳에는 매년 겨울 붉게 노을이 물드는 저녁이면 조용하게 나타나 먹이활동을 하는 주인공이 있다.
전 세계에 1만 개체 이하로 추정되는 겨울 철새 쇠부엉이(천연기념물 제324호)로 강원 동해안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종이다.
이외에도 큰기러기(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홍머리오리, 장다리물떼새, 큰고니(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말똥가리 등이 저류지나 주변에 서식하며 먹이활동을 한다.

생태저류지에 설치된 대형 인공 달
[강릉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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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보호종인 잿빛개구리매(천연기념물 제323-6호이며 멸종위기종 야생생물 Ⅱ급)도 겨울이면 이곳을 찾는다.
또한 수달(천연기념물·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과 삵(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등 주요 보호종도 이곳에 상시 서식하거나 먹이 활동을 위해 찾아온다.
전문가들은 야간의 강렬한 LED 조명과 음악이 야행성 조류와 포유류, 양서류의 생체 리듬을 심각하게 교란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인공조명으로 말미암아 낮과 밤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야생동물의 휴식 시간이 크게 부족해지고 이는 면역력 저하 및 행동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생태저류지에서 까치 사냥한 삵
[촬영 유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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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야간 조명으로 소형 야생동물의 은신처가 노출되면서 포식자에게 쉽게 발견돼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질 위험도 높다.
이규송 강원대 교수는 "밤늦게까지 불을 밝히고 소리까지 더해지면 새들이 서식지를 피할 것"이라며 "낮과 초저녁 등 특정 시간대에 집중해서 행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왜 이런 시설을 추진할 때 자문회의나 공청회가 없었을까? 시설도 문제지만 운영 시간은 더 문제"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관광 명소화와 생태 보존이 상생하기 위해서는 점등 시간의 축소나 음향 최소화, 철새 도래기 가동 제한 등 실질적인 생태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안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포생태저류지에서 먹이 찾는 잿빛개구리매
[촬영 유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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