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현지인들로 구성된 '세종합창단' 이끄는 지휘자 이정근
2년만에 20회 무대…"한국문화 알리는 일에 더 쓰임 받고 싶다"

브라질 '세종합창단' 이끄는 이정근 지휘자
[세종합창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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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노래하니 즐겁고, 노래를 가르쳐서 더 행복합니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활동하는 바리톤 성악가이자 '세종합창단'을 이끄는 이정근(브라질명 다니엘 리·55) 지휘자는 23일 연합뉴스와 서면과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지휘자는 주브라질 한국문화원 소속 세종합창단을 통해 지난 2년 동안 브라질 현지인들에게 한국 가곡을 가르치며 20회 넘게 무대에 섰다.
그는 최근 한류 문화를 브라질에 소개하고 양국 문화교류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상파울루 주의회 감사패를 받았다.
수여식은 상파울루주 정부 회의장에서 열려 현지 방송으로 실시간 중계됐으며 150명가량이 참석했다. 이날 세종합창단원들도 참석해 작곡가 김효근의 '웰컴 투 한글'을 불러 축하 무대를 꾸몄다.
세종합창단은 2024년 4월 이 지휘자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그는 당시 김철홍 주브라질 한국문화원장에게 현지인 대상 한국어 노래 수업을 제안했고, 문화원이 이를 받아들이며 문을 열었다.

지난달 22일 상파울루주의회 감사패 받는 이정근(오른쪽) 지휘자
[세종합창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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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한글로 노래하며 배우는 체험학습 성격이 강했지만, 참여자들의 열의가 뜨거워지면서 합창곡을 하나씩 늘리고 작은 공연도 이어갔다. 이후 '세종합창단'이라는 이름을 붙여 정식 합창단으로 자리 잡았다.
첫 수업에서는 '희망의 나라로', '꼬부랑할머니', '밀양아리랑' 등을 가르쳤다.
브라질은 학교에서 음악 교육을 의무화하지 않아 악보를 읽거나 음악 이론을 접한 적이 없는 참가자가 대부분이다.
이런 여건에도 불구하고 지원자는 꾸준히 늘어 이번 학기에도 50명이 수업에 등록했고 이 중 40명가량이 공연에 참여했다. 연령대는 18세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한국어를 몰라도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절반가량은 한글을 읽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단원에게는 가사 밑에 포르투갈어식 발음 기호를 적어주는 방식으로 가르친다.
이 지휘자는 "음악을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어서 듣고 외워서 부르는 부분이 더 발달한 편"이라며 "처음엔 발음을 외워서 부르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악보와 한글을 함께 가르치고 있고, 올해 목표는 전 단원이 한글 가사를 읽으며 노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사의 뜻도 반드시 함께 설명한다. 그는 "단순히 외워서 부르면 감정을 넣을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곡을 번역해 뜻을 알려주고, 곡의 배경과 한국 문화·역사를 소개하며 한국적 정서를 이해하도록 지도한다"고 설명했다.

2025년 이민자박물관에서 한복을 입고 공연하는 세종합창단
[세종합창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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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퍼토리는 한국에서도 사랑받는 전통 가곡과 현대 가곡 위주로 고른다. 다만 지난 5월 상파울루시가 주최한 문화의 날 공연에서는 방탄소년단의 '아리랑'을 불렀고, 현지 시립학교 어린이합창단과의 협업 무대에서는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를 함께 불렀으며, '나는 반딧불' 같은 가요를 거리공연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연습은 매주 한 차례 3시간 30분씩 이뤄진다. 공연이 늘면서 추가 연습을 하기도 한다.
세종합창단은 2년 동안 상파울루대(USP), 시립음악학교 대강당, 상파울루 시청 문화행사, 크리스마스 축제 야외무대 등에서 공연했다.
지난 9일 KBS가 주최한 'K-가곡 슈퍼스타' 콩쿠르 브라질 현지 2차 예선 특별공연에서 '못잊어'와 '희망은 깨어있네'를 불렀다.
이 지휘자는 "60년 브라질 이민 역사 속에서 자녀들이 한국어를 점점 잊어가는 한인사회인데, 오히려 브라질 사람들이 유창하게 한국어로 노래하는 모습이 감동과 도전이 된다"고 말했다.
단원중에는 한국을 다녀온 이들도 여럿 있다. 음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이번 K-가곡 콩쿠르에도 참가한 단원은 한국 유학을 꿈꾸고 있다.
이 지휘자는 1986년 열다섯 살에 부모님을 따라 브라질에 이민했다. 도착과 동시에 학년에 맞춰 학교에 들어가야 했던 탓에 2~3년은 언어의 어려움으로 고생했다.
이후 브라질에서 대학에 다니다 한국 유학 기회를 얻어 연세대 음대를 졸업했고, 이탈리아 유학을 거쳐 2022년부터 다시 브라질에서 지내고 있다.

지난해 8월 상파울루 한국문화원 앞에서 공연하는 세종합창단
[세종합창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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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유학을 마칠 무렵 브라질 오페라 극장에서 주역을 맡는 기회가 늘었고, 이후 솔리스트로 활동하며 상파울루 시립극장 오페라단에 몸담고 있다.
그가 속한 시립오페라 합창단은 90명 규모로, 그는 바리톤 파트에서 노래하며 때때로 솔리스트로 무대에 서 왔다.
이 지휘자는 한국의 인기 덕에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오히려 호응을 얻을 때가 많다고 했다. 그는 이번 K-가곡 슈퍼스타 콩쿠르에 극장 동료 30명가량의 참가를 돕기 위해 두 달가량 한국 가곡을 가르쳤고, 그중 1명이 결승에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그는 세종합창단과 함께 언젠가 한국에서 노래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한국에 수준 높고 훌륭한 합창단이 많은데, 세종합창단이 그 모습을 보고 배우며 함께 노래할 수 있는 무대가 주어진다면 정말 꿈같은 날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문화와 아름다운 노래를 알리고 가르치는 일에 더 쓰임 받고 싶다"고 덧붙였다.
phyeon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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