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로 문 닫은 제천 수산의원…의료진 결단·주민출자·정부 지원 삼박자로 재탄생

폐업한 수산의원
촬영 천경환 기자
원본프리뷰
(제천=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24일 방문한 충북 제천시 수산면의 한 2층짜리 벽돌 건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이 지역의 유일한 의료기관이었던 '수산의원' 정문에는 폐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곳은 10여년 전 갑상선 암 진단을 받고 서울에서 내려온 한 흉부외과 전문의가 진료 한번 받으려면 먼 길을 나서야 하는 열악한 지역의료 현실을 보고 직접 진료를 시작한 곳이다.
주민들은 월 30여만원이라는 저렴한 임대료로 마을 명의의 건물을 내줬고, 의사는 사실상 봉사활동에 가까운 진료를 오랜 기간 이어왔다.
수산면뿐만 아니라 인근 마을 주민들의 의료 안전망 역할을 했지만, 최근 가속화된 인구 감소라는 벽을 버텨내지 못하고 결국 지난달 말 문을 닫았다.
지역 유일의 병원이 사라지게 되자 마을은 발칵 뒤집혔다.
윤태일(65) 수산면 수곡리 이장은 "어르신들을 시내 병원에 데려다 줄 사람도 없을뿐더러 어르신들 스스로도 꼬불꼬불한 산길을 지나 병원 한번 다녀오면 녹초가 된다"며 "소멸 위기 지역에서 제일 먼저 없어지는 게 학교고, 그다음이 의료기관인데 병원이 없어진다는 건 사실상 마을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벼랑 끝에 몰린 주민들은 주저앉는 대신 스스로 의원을 되살리기로 결심했다.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료사협)을 설립해 조합 명의로 병원 문을 다시 열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통상 의료사협을 설립해 병원을 운영하려면 조합원 500명 이상(출자금 1억원)을 모으고, 함께할 의료진을 확보해야 하는 탓에 시골 마을로서는 사실상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대책회의하는 수산면 주민들
촬영 천경환 기자
원본프리뷰
다행히 수산면은 인구소멸 지역으로 분류된 덕분에 최소 조합원 300명, 출자금 5천만원만으로 조합 설립이 가능하다.
가장 큰 난제였던 의료진 확보 문제는 주민들을 외면할 수 없었던 수산의원 의사와 간호사들이 조합 가입에 동의하며 물꼬가 트였다.
여기에 노후한 의원 건물 문제는 최근 정부의 '농촌재구조화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비 40억원을 확보하면서 해결 방법을 찾았다.
제천시는 수산면 내 60평 부지에 3층짜리 기초생활거점 시설을 신축할 계획이며 주민들은 이 건물 1층을 새로운 의원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해당 부지는 시내버스 접근성이 좋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어 수산면뿐 아니라 인근 주변 마을 주민들도 편리하게 의원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의료사협 설립을 권장하는 입장이어서 조합 인가 자체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지만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수산면 마을이장협의회는 공백기 동안 의원을 유지하기 위해 이장협의회 명의의 건물을 담보로 6천만원의 은행 대출을 받아 1년간 월 500만원의 병원 운영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2년차부터는 주민들이 조합 가입 시 부담하는 1인당 최소 5만원의 출자금을 기반으로 병원을 운영하게 된다.
조합 설립이 완료되면 의료 취약지인 수산면은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예방접종·노인돌봄 등 각종 공익 의료사업을 위탁받아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안경태 수산이장협의회장은 "현재까지 조합 가입에 동의한 주민은 총 650명인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최종 1천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출자금 외에도 출향인이나 외부 단체 등의 정기 후원을 끌어내 병원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합 설립 추진은 주민뿐 아니라 의료진까지 기꺼이 지역에 남기로 뜻을 모아주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여기에 정부 사업이라는 큰 발판까지 더해져 탄력을 받게 됐다"고 덧붙였다.

수산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원본프리뷰
kw@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