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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링부터 청년멘토까지…100세시대 진화하는 新노인일자리
입력 2026.05.11 04:06수정 2026.05.11 04:06조회수 0댓글0

베이비부머 세대 일자리 욕구 다양화…경력·기술 살려 사회적 가치 기여
노인일자리 115만개…높은 만족도 속 지역 격차·일자리 질 개선 과제


부산 금정구 우리동네 ESG 센터에서 일하는 어르신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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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울산=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노인 인구가 1천만명을 넘어선 초고령 사회에 노인 일자리가 진화하고 있다.

거리 청소나 교통 지도 등 단순 노무만 떠올린다면 옛말이다. '신 노년' 베이비부머 세대의 수요에 맞춰 경력·전문성을 살려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하고, 청년 세대에게 멘토 역할을 하는 새로운 노인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7일 방문한 부산 금정구 '우리동네 ESG센터'는 어르신들이 폐플라스틱을 수거·세척해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고 시민들에게 환경 교육을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다.

고장 난 장난감을 고치거나 분해 부품으로 새 장난감을 만드는 일, 페트병을 분쇄한 작은 조각(플레이크)을 활용해 조끼와 운동화를 만드는 일 모두가 어르신들의 손으로 이뤄진다.

정부가 운영하는 노인 일자리는 ▲ 기초연금 수급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형(노인공익활동 사업) ▲ 숙련기술과 전문성을 활용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사회서비스형(노인역량활용 사업) ▲ 민간에 인센티브를 부여해 노인 고용을 촉진하는 민간형으로 나뉜다.

사회서비스형에 해당하는 우리동네 ESG센터는 2022년 금정점을 시작으로 부산에 현재 11개 지점이 있다. 금정점에서는 현재 60명이 일하고 있다.

부산 금정구 우리동네 ESG 센터 노인일자리 참여자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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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직 전까지 30여년 간 조선업계에서 일했던 이충남(67)씨는 이곳에서 장난감 수리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뼛속까지 엔지니어'라고 칭하며 "내가 좋아하고 특성에 맞는 일을 할 수 있어 재밌고 좋다. 일을 해 소정의 돈을 벌어 자식에게 의지하지 않고 젊은 세대에게 짐이 되지 않아 기쁘다"고 말했다.

8일 방문한 울산 울주군 소재 제련기업 고려아연은 민간형 노인일자리 중 '세대통합형 시니어인턴십'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노인 고용시 정부가 1인당 연 최대 300만의 인건비를 기업에 지원해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는 모델이다.

고려아연의 경우 정년 퇴직자를 재고용하는 방식으로 시니어 인턴십을 운영한다. 인턴십 참여자들은 자신이 일했던 회사에 다시 몸담아 오랜 기간 축적한 노하우로 현장 업무를 하면서 청년 대상으로 멘토 활동도 한다.

이 사업장에서 지난해 25명이 정년퇴직하고, 그중 14명이 올해 시니어 인턴십으로 재고용됐다.

시니어 인턴십 참여자들을 주로 공장 신·증설 업무에 투입된다. 30년 이상 쌓인 경험과 상황 대처 능력이 신·증설 현장에서 가장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의식(61)씨는 "30년 이상 경험을 바탕으로 신증설 현장에서 일하며 회사에 필요한 의견을 내고, 후배 직원들에게 설비와 안전에 대한 교육을 계속한다"며 "AI가 대세이긴 하지만 현장에서는 AI가 못하는 숙련도가 필요한 일이 많다"고 말했다.

울산 울주군 고려아연 노인일자리 참여자

[촬영=김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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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남구 소재 한식당 '대나무향기'는 음식 조리부터 고객 응대까지 모든 업무를 어르신들이 담당한다. 노인들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판매하는 민간형 '공동체사업단' 일자리다.

공동체사업단은 정부가 참여 노인 1인당 연 267만원 안팎의 사업비를 지원한다. 대나무향기에서는 현재 50명의 어르신이 주 2∼3일, 하루 3∼4시간 조별로 근무하고 있다.

장부터 반찬까지 모두 어르신들이 직접 만들어 손맛이 좋은 데다, 솥밥을 포함한 한 상 가격이 1만900원인 '가성비 맛집'으로 손님들이 매일 빈자리 없이 꽉 찬다.

이곳에서 요리사인 하춘자(72)씨는 자신이 한식당을 운영했던 경험과 손맛을 살려 음식을 만든다. 하씨는 "70살이 넘어서도 건강하게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했다.

대나무향기 바로 인근에는 같은 노인 일자리로 운영되는 초밥 전문점 '스시은'이 있다. 두 식당이 성업해 이 일자리 사업을 수행하는 울산남구시니어클럽은 식자재 공수를 위한 농장도 마련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2025년 노인일자리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자의 만족도는 5점 만점에 평균 4.1점으로 높은 수준이다. 노인 일자리를 통해 경제적 여건뿐 아니라 건강, 자신감·자존감, 자가발전 등 삶 전반이 개선된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과제는 노인 일자리 격차다. 노인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구직 경쟁이 치열한 반면, 인구 소멸 지역이나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에서는 노인 일자리가 남는 것이다.

또한 공공형 일자리는 11개월, 사회서비스형은 10개월의 계약 기간이 끝나면 새 일자리를 찾거나 기존 일자리에 다시 절차를 통과해야 하는 점도 노인들에게는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울산 남구 한식당 '대나무향기' 노인일자리 참여자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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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방문한 부산의 경우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25%로 전국 특별·광역시 중 가장 높아 노인 일자리 경쟁률이 20대 1에 육박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노인 인구수에 비례해 국비 지원을 해달라는 요청도 나온다.

금정구 우리동네ESG센터에서 환경도슨트로 일하는 최수철(67)씨는 "일자리가 더 필요한 분이 있다면 양보해야겠지만, 떨어지면 또 다른 곳에 가서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현실"이라며 "매년 10월이 다가오면 불안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체 노인 일자리 115만2천여개 중 공공형 사업이 70만9천여개로 가장 많고, 사회서비스형 19만7천여개, 민간형 24만6천여개다.

정부는 공공형 일자리는 올해부터 전국 사업으로 확대된 지역사회 통합돌봄과 연계하고,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는 전년의 120% 수준인 6만9천여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민간형 일자리도 초기 투자비 지원 확대,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지원할 방침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김수영 원장은 "노인의 전문성과 경력, 지역 특성을 살린 사회서비스·민간형 일자리가 노인 일자리의 진화이자 미래"라며 "앞으로 기업과 구직자를 매칭해주는 온라인 플랫폼도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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