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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자, 그리고 6개의 점…한글과 한글 점자에 담긴 마음
입력 2026.05.11 04:00수정 2026.05.11 04:00조회수 0댓글0

세종대왕유적관리소, 15일부터 '훈민정음과 훈맹정음' 특별전
훈맹정음 반포 100주년 맞아 점자표·일지 등 자료 한자리에


동국삼강행실도 '자강이 무덤에 엎드리다' 부분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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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글자는 비록 간단하고 요약하지마는 전환하는 것이 무궁하니, 이것을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고 일렀다."(세종실록 1443년 12월 30일 기록)

조선 세종(재위 1418∼1450)은 1443년 새로운 문자를 만든다.

임금이 '친히' 지은 글자는 총 28자(字). 세종은 3년 뒤 문자를 공식 반포하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쉬 익히어 날마다 쓰는 데 편하게 할 뿐"이라는 마음을 전했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문자는 어떨까.

월인석보의 훈민정음 언해 부분

서울대 중앙도서관 소장 자료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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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암 박두성(1888∼1963)은 '우리말로 된 점자'를 만들기 위해 수년을 노력한 끝에 1926년 6개의 점을 이용한 한글 점자 '훈맹정음'을 완성했다.

일제강점기 어려웠던 시절, 시각장애인에게 빛이 되어준 문자다.

훈맹정음 반포 100주년을 맞아 세종대왕과 '시각장애인의 세종대왕'이라 불린 박두성을 함께 조명한 전시가 경기 여주 세종대왕역사문화관에서 열린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산하 세종대왕유적관리소가 이달 15일부터 공개하는 '훈민정음과 훈맹정음'은 한글과 한글 점자에 담긴 의미를 짚는다.

해부학 수업 시간에 학생들을 가르치는 박두성 모습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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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준비한 박상규 연구사는 11일 "세종의 '훈민정음'에 새겨진 사람에 대한 믿음과 사랑은 한글 점자 '훈맹정음'으로 이어졌다"고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전시는 크게 훈민정음과 훈맹정음, 두 부분으로 나뉜다.

훈민정음과 관련해서는 1434년 처음 간행된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를 바탕으로 제작한 '동국삼강행실도'(東國三綱行實圖) 등이 소개된다.

삼강행실도는 모범이 될 만한 충신, 효자, 열녀의 이야기를 모은 것이다.

국가등록문화유산 '한글점자 「훈맹정음」 점자표 및 해설 원고'의 점자표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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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에 편찬한 '삼강행실도'는 글을 읽지 못하는 백성을 위해 그림을 그려 넣었는데, 훈민정음이 반포된 이후에는 한글이 들어간 책도 제작됐다.

'나랏말싸미'라는 문구로 잘 알려진 훈민정음 언해가 실린 '월인석보'(月印釋譜) 복각본도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훈맹정음 전시 부분에서는 박두성의 삶과 훈맹정음의 의미를 보여준다.

인천에서 태어난 박두성은 조선총독부가 세운 제생원(濟生院)의 유일한 조선인 교원으로서 20여년간 시각장애 학생들을 가르쳤다.

박두성의 활동을 정리한 기록

왼쪽은 1926년 8월 12일부터 1954년까지 시각장애 관련 업무를 직접 기록한 일지, 오른쪽은 조선맹인사업협회 입회원서 및 입회 현황 등을 정리한 일지. 모두 국가등록문화유산이다. [송암박두성기념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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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연구사는 "당시 조선어 점자를 창안하는 일은 조선총독부의 언어 동화 정책에 위배되는 일이었으나 박두성은 굴하지 않고 연구를 강행했다"고 설명했다.

"너희들이 눈은 비록 어두우나 마음까지 우울해서는 안 된다…안 배우면 마음조차 암흑이 될 테니 배워야 하느니라."(제생원 교원 시절에 한 말)

전시장에서는 훈맹정음을 널리 보급하기 위해 만든 점자표, 1926∼1954년 업무를 정리한 일지, 조선맹인사업협회 입회원서 및 입회 현황 자료 등이 공개된다.

1949년 7월 발간된 점자 소식지 '촉불' 88호도 볼 수 있다.

촉불 88호

박두성이 인천 거주 시각장애인을 위해 만든 점자 소식지 [송암박두성기념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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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만든 것으로, 1947년부터 한국전쟁 전까지 펴냈다고 알려져 있으나 현존하는 것은 88호가 유일하다고 한다.

특히 88호 소식지에는 백범 김구(1876∼1949)의 영결 소식도 실려 있다.

이번 전시는 시각장애인의 자립과 재활을 지원하는 단체인 복지네트워크협의회 유어웨이와 함께하며, 개막일에는 '오감으로 느끼는 장벽 없는 세상' 행사를 연다.

전시는 7월 19일까지 무료로 볼 수 있다. 월요일 휴관.

부인의 도움을 받아 점자 신약성서를 만드는 박두성의 모습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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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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