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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내고, 허물고, 깨뜨리고…전통 도예의 미학에 도전하다
입력 2025.12.01 05:23수정 2025.12.01 05:23조회수 0댓글0

이헌정·김주리·김대운 단체전…글래드스톤 서울서 내달 3일까지


이헌정, 김주리, 김대운 단체전 '이레버런트 폼스'(Irreverent Forms) 전시 전경

[글래드스톤 서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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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정통 도예의 미학은 완벽성이다. 유려한 곡선, 올곧은 비례, 불을 견디며 단단해진 표면과 영롱한 빛이 그것이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글래드스톤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도예 작가 이헌정(58), 김주리(45), 김대운(33)의 단체전 '이레버런트 폼스'(Irreverent Forms·전복된 형식들)는 이런 도예의 관습적 틀에 도전하는 전시다.

세 작가는 도예가 지닌 예측 불가함, 균열, 순환적 성질에 주목한다. 전시된 작품들은 가마에 의한 형태의 변형, 물에 의한 침식, 균열과 흐름 등 재료의 취약성을 전면에 드러낸다. 이를 통해 파괴와 복원, 그리고 예술과 사회의 회복을 고찰한다.

이헌정 영상 작품 '무제'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글래드스톤 서울에 전시 중인 이헌정 영상 작품 '무제'. 달항아리가 물 속에서 천천히 해체되는 과정을 담았다. 2025.12.1.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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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정의 도예 작품들은 점토 상태에서 손가락으로 누른 자국이 있거나 구멍이 나 있고, 대칭도 맞지 않는다. 전통 도자를 기준으로 보면 망친 작업처럼 보인다.

2023년에 제작된 영상 작품 '무제'는 잘 빚은 달항아리가 부서지는 과정을 담았다. 작가는 흙으로 빚은 항아리를 물속에 넣고 서서히 해체되는 과정을 통해 연약하면서도 순환하는 인간의 삶을 은유한다.

이헌정은 홍익대에서 도예를,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 대학원 과정에서 조각을, 가천대에서 건축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5년 청계천에 192m 길이의 도자벽화 '정조대왕 능행반차도'를, 2009년엔 지하철 9호선 사평역 도자벽화를 제작했다.

김주리 2025년 작 '휘경'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글래드스톤 서울에 전시 중인 김주리 2025년 작 '휘경'. 점토로 만든 집이 물에 의해 천천히 허물어지고 있다. 2025.12.1.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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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리의 '휘경' 연작은 도시 재개발로 인해 사라져간 서울의 풍경을 기록한 작품이다. 붉은 흙으로 빚은 3층 단독주택 형태의 작품은 작가가 어린 시절을 보낸 휘경동의 빨간 벽돌집을 재현했다. 작가는 불에 굽지 않은 점토로 만든 집을 좌대 위에 올려놓고, 그 위에 물을 부어 작품이 천천히 허물어지도록 했다.

김주리는 경희대에서 조각을 전공했다. 그의 작품은 런던 빅토리아 앨버트 미술관,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항저우 허난박물관 등 전 세계 여러 기관에 소장돼 있다.

김대운 2021년 작 '페르소나'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글래드스톤 서울에 전시 중인 김대운 2021년 작 '페르소나'. 2025.12.1.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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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운의 2021년 작 '페르소나'는 달항아리 파편을 붙여 형태가 완전하지 않은 달항아리 두 개를 다시 만들어 쌓아 올렸다. 그리고 그것을 밧줄로 묶어 나무 좌대 위에 올려놓았다. 작가는 깨짐과 이어 붙임을 통해 정체성과 상처, 회복과 화해를 표현했다.

김대운은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알프레드 대학교 미술·디자인 스쿨에서 미술학 학사를 취득했다. 작가는 깨어진 파편을 수집하고 조화하는 작업으로 퀴어 미학을 드러낸다.

전시는 내년 1월 3일까지.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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