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 "홍콩·中 통합 흐름 반영"…대만과 엇갈린 행보

2023년 베이징 일식당의 '일본산 수산물 판매 중단'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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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현정 기자 = 홍콩 당국이 일본 측과의 공식 교류 행사를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등 중국 본토가 진행 중인 '한일령'(限日令) 분위기를 따라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일본 교도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홍콩 당국이 당초 다음 달 초로 예정됐던 미우라 준 일본 총영사와 홍콩 정부 경제 정책 담당 고위 관료 간 회의를 취소해달라고 일본 측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다음 달 중순 일본 총영사관이 주최 예정이던 또 다른 행사에 초청된 홍콩 경찰 고위 간부도 자신의 참석이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부적절하다며 불참 소식을 알렸다.
홍콩 정부 산하 투자유치 기관인 인베스트HK가 일본과 홍콩 기업 간 교류 촉진을 위해 지난 18일 개최하려 했던 행사도 사실상 취소됐다.
또 다른 소식통은 논의 끝에 행사가 연기됐다고 알렸지만, 인베스트HK 측은 앞서 일본 총영사관에 "참석할 필요 없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당국의 이 같은 행보는 지난 7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가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발언한 뒤 일본과의 경제·문화 교류를 끊은 중국 본토의 이른바 '한일령'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홍콩 공영방송 RTHK는 일본 애니메이션 '일하는 세포들' 시즌2의 방영을 중단했다. 이 애니메이션의 극장판은 '짱구는 못말려' 시리즈와 함께 최근 중국 본토의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다.
이밖에 지난 15일 홍콩 보안국은 "일본에서 중국 국적자에 대한 공격 사건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면서 시민에게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중국 외교부 역시 같은 날 유사한 이유를 들어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자제령을 내린 바 있다.
캐세이퍼시픽 등 홍콩 항공사들은 중국 본토와 마찬가지로 일본행 항공편을 예약한 승객들에게 여행 계획 변경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홍콩 현지 언론에 따르면 홍콩 교육국은 안전상의 이유로 일본 정부가 다음 달 주최하는 지역 청소년 교류 프로그램에 홍콩 참가단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교도통신은 양측 교류 중단이 분쟁 지역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에 대한 일본의 국유화로 중일관계가 급격히 악화한 2012년과 대조적이라고 짚었다.
이 매체는 "(2012년) 당시에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체제 아래 홍콩 당국이 일본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조치는 2020년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중국의 통제가 강화되면서, 홍콩이 중국 본토와 더욱 통합되는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콩과 마찬가지로 중국 본토에서 '일국양제' 체제 하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대만의 경우 오히려 일본 편에 서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지난 21일 대만 위생복리부 식품약물관리서(식약서)는 일본 후쿠시마산 식품 수입에 부과했던 제재를 전면 해제했고, 하루 전인 20일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일본산 해산물로 만든 초밥을 먹는 사진을 올리며 연대 의지를 내비쳤다.
hjkim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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