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이후 다시찾은 텔아비브 인질광장…'인질억류시간' 전광판 카운트는 계속
인질 시신 6구 미귀환에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가자 민간인 참상엔 "미안한 감정"

인질 광장의 시계
(텔아비브=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6일(현지시간) 텔아비브미술관 앞 인질 광장의 시계. 2025.11.7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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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아비브=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전쟁이 완전히 멈춰서, 이스라엘이 하루빨리 예전처럼 '보통의 나라'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6일(현지시간) 오후 이스라엘 텔아비브미술관 앞에서 머리에 헤드폰을 쓰고 걷던 20대 남성 조지는 "밖(해외)에서 사람들도 많이 오고, 문화 행사도 열리고 하던 일상이 그립다"며 이같이 말했다.
연합뉴스는 이날 미술관 앞의 '인질광장'을 다시 찾았다.
2년여 전 전쟁이 발발한 이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손에 살해당한 이들을 추모하고, 납치당한 이들의 귀환을 바라는 마음이 모이던 상징적인 성지와 같은 장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지구 평화 구상'에 따라 재차 휴전이 이뤄진 직후인 지난달 11일 미국의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가 직접 참석해 연설하고 당시 50만명(주최측 추산)의 인파가 들어차 환호하던 곳이기도 하다.
기자가 당시 지켜봤던 모습과 달리 이날 오후에는 광장 전체가 한산했다. 방문객들을 맞아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참사'를 알리던 추모 텐트들도 상당수가 비어 있었다.

한산한 광장
(텔아비브=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6일(현지시간) 텔아비브미술관 앞 인질 광장이 한산하다. 2025.11.7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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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총알에 구멍이 뚫리고 불탄 자동차, 노란 리본과 이스라엘 국기, 인질·희생자들의 이름과 얼굴이 담긴 피켓 등 추모 조형물들은 오히려 한 달 전보다 늘어난 것처럼 보였다.
미술관 직원이라는 조지는 "이전만큼 집회가 활발하지 않다"며 "아마 휴전이 된 것 때문에 사람들이 조금씩 긴장을 내려놓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인질 시신 6구가 더 돌아와야 하는 상황 아닌가"라며 "우리는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가자지구에 사는 사람들이 겪은 일에 대해서는 미안한 감정이 있다"며 "하마스를 상대로 한 전쟁과 민간인이 경험하는 참상은 또 다른 이야기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광장 한 켠에서 인질 억류 시간을 표시해오던 대형 전광판 시계는 761일 10시간을 넘기며 멈추지 않고 분초를 계속 더하고 있었다.
저녁이 되고 땅거미가 지자 일과를 마친 시민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일부는 둥그렇게 모여앉아 히브리어로 노래를 불렀고, 누군가는 학생으로 보이는 앳된 얼굴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열띤 강의를 하기도 했다.

불탄 자동차
(텔아비브=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6일(현지시간) 텔아비브미술관 앞 인질 광장에 하마스가 불태운 자동차가 전시돼 있다. 2025.11.7 dk@yna.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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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글리트'(Taglit)라고 쓰인 흰색 단체 티셔츠를 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타글리트란 이스라엘 정부가 해외에 거주하는 유대인들에게 모국 방문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의 이름이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왔다는 한 젊은 유대인 여성은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에게 "어디에서 왔냐", "한국은 친이스라엘 나라냐", "이스라엘에 와서 무슨 취재를 했냐"라고 꼬치꼬치 캐물으며 경계심을 보였다.
기자가 전날 이스라엘군(IDF)과 함께 가자지구 북부 셰자이야 현장을 취재했을 때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보여주자 그는 "믿기지 않는 광경"이라며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는 "(전쟁 발발 직전인) 2023년에도 이스라엘에 왔었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마음이 너무 무겁다"며 "에너지가 넘치던, 내가 원래 알던 이스라엘의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연합뉴스를 비롯한 14개 세계 주요 언론사 기자들은 전날 휴전 합의에 따른 가자지구내 이스라엘군 철수선 '옐로라인' 바로 앞에 위치한 이스라엘군 주둔지를 방문 취재했다.

'자원봉사'
(텔아비브=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6일(현지시간) 텔아비브미술관 앞 인질 광장을 찾은 시민. 2025.11.7 dk@yna.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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