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콘텐츠 수출 넘어 문화 허브로…창작 주도권 갖자"
"AI, 위협 아닌 파트너…인간 상상력·감성·창조성이 중요"

이수만 A2O엔터테인먼트 키 프로듀서
[연합뉴스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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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SM엔터테인먼트 설립자인 이수만 A2O엔터테인먼트 키 프로듀서는 18일 "지금까지 우리는 콘텐츠를 통해 K-컬처를 세계로 확장시켜왔지만, 이제는 단순한 '수출'의 시대를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문화 운영체제의 탄생 : K팝, 다음 문명을 디자인하다'를 주제로 연단에 올라 "'K'라는 브랜드가 단단히 뿌리내린 지금, 우리는 글로벌 인재들과 협업을 통해 '다음 세상'을 지향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 세계의 네트워크와 연결돼 있으면서도 그 창작의 설계권과 주도권을 누가 리드해 나아가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때"라며 "아티스트를 배출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세계 곳곳에서 문화 설계자를 키워내고 이들과 협업하는 글로벌 허브로 성장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콘텐츠 강국'을 넘어 '문명을 디자인하는' 국가의 모습일 것"이라고 비전을 제시했다.
이수만은 지난 1990년대 현진영을 발굴해 가요계에 미국 흑인 음악을 도입하고, 30년 전인 1995년 SM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1996년 H.O.T.를 필두로 S.E.S., 신화,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에프엑스, 엑소, NCT, 에스파 등 당대 최고의 K팝 스타들을 키워냈다.
철저한 트레이닝과 프로듀싱으로 대표되는 그의 노하우는 K팝 시스템의 '표준'이 됐고, 그가 발굴한 스타들은 1∼4세대를 아우르는 K팝 아이돌의 역사가 됐다.
이수만은 지난 2023년 보유한 지분을 매각하고 SM을 떠났고, 신생 A2O엔터테인먼트를 세워 지난해 12월 첫 그룹인 A2O 메이(MAY)를 선보였다.
이수만은 수출, 컬래버레이션 등을 통한 합작, 합자(合資) 파트너십을 통한 현지형 아티스트 육성을 골자로 자신이 과거 주창한 '한류 3단계론'을 넘어 프로듀서가 주가 되는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JYP의 박진영, 더블랙레이블의 테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매기 강, 이 영화의 OST 히트곡을 만든 SM 연습생 출신 이재(EJAE) 등이 '훌륭한 프로듀서'라고 일일이 호명했다.
그는 "한국은 이제 프로듀서의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며 "우리가 함께 협업하고 교류하며,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고, 결과적으로는 한국이 세계에서 배우러 오는 나라이자 프로듀서가 되는 꿈을 실현하는 나라로 돼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콘텐츠 강국을 넘어 문명을 디자인하는 국가의 모습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수만은 이날 많은 시간을 할애해 평소 깊은 관심을 쏟고 있는 인공지능(AI)이 미칠 파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가 이끄는 A2O는 '일대 다(多)' 방식이 주를 이루는 아이돌 소통 앱과 달리 AI 기술을 활용해 언제나 팬이 아티스트와 일대일 소통이 가능한 챗봇 '블루밍 토크'(Blooming Talk)를 개발했다. 12∼16세 청소년들이 창작 툴을 배우고 콘텐츠를 만들도록 돕는 공간 'A2O 스쿨'도 준비 중이다.
이수만은 "AI는 인류를 위협하는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가?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AI는 우리를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협력자이자 우리와 공존해 나가야 하는 파트너"라고 말했다.
이어 "AI를 경계하거나 두려워하는 것은 변화의 물결을 거스르는 일"이라며 "AI 프롬프트를 만드는 것은 바로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성이다. 결국 인간의 상상력과 감성, 창조성이 가장 중요한 시기가 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수만은 그러면서 "혼자 꿈을 꾸면 한낱 꿈에 불과하지만, 모두가 같은 꿈을 꾸면 그것은 다른 사람들은 꿈도 꾸어보지 못한 굉장한 미래의 시작"이라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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