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객, 코로나 이전보다 늘어…케테헌 등 'K컬처' 한몫
정부, 방한시장·상품·동선 다변화 전략으로 도약 시도
관광 수지 적자는 고질적 문제…"덩치보다 가치 키워야"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강애란 기자 = "오늘 자정, 남산타워에서…절대로 놓치지 마세요."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킨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중 아이돌 그룹 사자 보이스가 자신들의 라이브 공연을 소개하는 대목이다.
전 세계 2억명이 넘는 케데헌의 시청자에게 우리나라의 관광 명소를 생생하게 각인시킨 셈이다.
또 영화에서는 잠실 올림픽 경기장, 삼성역 전광판, 북촌 한옥마을, 청담대교, 자양역, 서울 낙산공원 성곽길 등 한국 곳곳이 주요 장면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낙산공원
[한국관광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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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민이라면 익숙해서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곳들이지만, 외국인에게는 테마 투어와 인증 챌린지가 이어지는 유명 장소로 떠올랐다.
여기에 목욕탕과 핫도그 가게, 인생네컷 부스, 한의원, 즉석라면, 김밥까지 'K컬처'의 모습도 담아 한국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케데헌' 열풍에 한국 관심 '쑥'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미국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세계적 인기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구글 검색 트렌드에 따르면 현재(17∼23일) 기준 전 세계에서 '한국'(Korea) 검색량은 2022년 말 이후 2년 8개월 만에 최대다. '한국 음식'(Korean Food) 검색량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케데헌' 공개 후 75% 증가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명동 한 디저트 전문점 모습. 2025.8.20
citybo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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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한객 2천만명시대 오나…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늘어나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최근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코로나19 사태 전보다 늘어났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달 한국을 찾은 방한객은 173만3천199명으로 작년 동기보다 23.1%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7월의 119.7% 수준으로, 더 늘어났다.
올해 1∼7월 방한객은 1천56만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9% 증가했다. 이 역시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 동기간의 106.8%로 회복한 것이다.
방한객의 증가에는 케데헌을 포함한 K팝 등 K컬처와 K뷰티, K푸드 등의 한국산업 제품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특히 K팝을 원산지 한국에서 즐기거나 영화·드라마 촬영지를 둘러보려는 관광객이 늘었다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 해외한류실태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한류 동호회 인구는 2억2천500만명으로 집계됐다. 외래객의 방한 계기 1위는 '한류 콘텐츠를 접하고 나서'(32.1%)로 나타났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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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의 종식과 저가항공사(LCC)의 증편 등 구조적 환경 변화도 작용했지만, 한류 문화를 중심으로 한 소프트 파워가 원동력이 되면서 한국이 찾고 싶은 관광지로 부상한 것이다.
정부는 올해 외국인 관광객 1천850만명 달성을 목표로 전략을 수립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올해 7개월간 1천만명을 넘어선 상태인 데다 세계적으로 K컬처 열풍까지 불고 있어 이 목표를 초과 달성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6월 보고서를 통해 올해 외국인 관광객 수가 역대 최대 규모인 2천9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른 올해 관광 수입은 약 202억5천만달러로, 원화로 환산하면 29조4천억원 규모다. 이는 지난해 명목 국내 소비(1천167조8천억원)의 2.5% 수준이다.
정부는 방한 시장과 상품, 동선을 다변화함으로써 신규 수요를 창출하고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주요 세부 과제로는 ▲ 중국·일본 등 주력 시장 세분화 ▲ 글로벌 K 관광 마케팅 추진 ▲ K 콘텐츠 인기 활용 ▲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오사카엑스포 등 국제 이벤트 계기 방문 유도 ▲ 동호회·교육·해양관광 등 특수목적시장 공략 ▲ 지방 관광 편의성 향상 등이 담겼다.
이와 함께 외국에서 직접 로드쇼를 개최해 한국을 알리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국내관광 홍보 대상 국가를 기존 20개국에서 25개국으로 늘리고, 외국인 관광객이 교통비와 입장료로 활용할 수 있는 'K 관광 패스'를 신규 발행한다.
정부는 또 한류와 연계한 K푸드·뷰티 등 관련 예산도 편성됐다. 푸드 분야는 수출 전 단계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고, 뷰티 분야에선 제조원료 국산화를 지원하는 한편 미국에 공동물류기지 두 곳도 구축하기로 했다.

K관광 로드쇼 개최 지역
[한국관광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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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한식(K푸드)과 K뷰티·패션·의료 등 고유한 우리나라 문화의 매력에 전 세계 20·30세대에서 K컬처가 큰 인기를 끌면서 방한 관광이 늘고 있다"며 "과거 단체 관광과 면세점 쇼핑에서 개별·로드숍·체험 위주로 관광이 재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관광객 지출 늘려야…수익 창출 전략 필요"
그러나 관광 수지 적자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적자는 약 100억3천800만달러(한화 13조9천959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내국인의 해외여행 규모가 더 큰 이유도 있지만, 방한 외래객의 지출이 줄어든 것도 작용했다.
방한 외래객 1인당 관광 수입은 지난해 1천5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6.4% 감소했다. 지난 2019년에는 1천185달러로 지금보다 높았다.
관광 대차대조표만 본다면 양적인 회복은 이뤄졌지만, 수익 창출 면에서는 거꾸로 간 셈이다.
실제 외국인 관광객들이 국내에 들어와도 돈을 쓸 곳이 없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외국인이 관광할 곳도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지역 불균형도 심각한 상태다.
이제는 덩치만 키울 게 아니라 가치를 만들어내는 전략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관광객은 많이 들어오지만, 수입은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며 "정부가 눈으로 확인되는 양적 증가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다양한 관광객의 수요를 반영한 세부 전략을 세우고 고부가 관광 분야의 규제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aayyss@yna.co.kr,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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