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경영연구원 보고서…美, 실리콘밸리 투자·中, 정부지원 업고 '성장'
"韓, 규제 많고 투자 부족…실증·판로 지원 확대, 투자생태계 활성화 필요"

한국에서 열린 기후테크 콘퍼런스 행사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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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글로벌 환경 규제 강화와 인공지능(AI) 확산 등으로 기후·에너지 관련 산업이 부상하는 가운데 세계적으로 '기후테크' 관련 유니콘이 100개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가운데 한국 스타트업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기후테크 K-유니콘 육성을 위한 규제 개선과 지원 강화 등 환경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한전경영연구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글로벌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 현황 분석' 이슈 페이퍼를 펴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홀론IQ에 따르면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4천억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유니콘은 세계적으로 118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후테크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위기 대응을 목표로 하는 기술 산업 분야로, 에너지·수송·자원·식품·환경 관련 산업 전반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홀론IQ는 정의했다.
지역·국가별로 기후테크 관련 유니콘이 가장 많은 국가는 미국으로, 총 47개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중국(35개), 유럽(25개) 등이 뒤를 이었다.

지역별·국가별 기후테크 유니콘 분포 현황
[한전경영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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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실리콘밸리의 딥테크 생태계를 기반으로 핵융합, 에너지 플랫폼, 배터리, 모빌리티 등 전 분야에서 선도적으로 유니콘을 배출하며 글로벌 기후테크 혁신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벤처캐피털(VC)이 기술 상용화 단계까지 긴밀하게 연계돼 있어 AI 및 데이터 기반의 플랫폼과 결합한 혁신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경우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 거대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기후테크 유니콘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었다.
중앙·지방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공유 모빌리티 및 전기차 충전 스타트업도 급속히 성장하면서 세계 전기차·배터리 분야 유니콘의 70%가 중국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유럽은 친환경 규제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에 따라 에너지, 탄소배출권 거래·관리, 산업공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니콘이 탄생했다.
유럽 내에서는 독일(6개), 스웨덴(5개), 영국(4개), 프랑스(3개) 등이 기후테크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었다.
이 밖에 인도네시아, 칠레, 인도, 대만 등 총 9개 국가에 지역 특성이 반영된 맞춤형 유니콘이 각각 1개씩 출현했다.
그러나 한국에는 기후테크 유니콘이 단 한 곳도 없었다.
기후테크 유니콘 절대다수(90%)는 2010년 이후 설립됐으며 특히 2014∼2019년 창업한 곳이 70%에 달하는 등 최근 10년 사이 신생 유니콘이 대거 출현했다.

글로벌 기후테크 유니콘 설립 추이 및 연도별 진입 비중 및 진입 기간
[한전경영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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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테크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하기까지는 평균 6년이 걸렸다.
세부 산업별로는 전력산업 유관 분야가 54개로 가장 많았고, 모빌리티(29개), 제조·자원(17개), 농업·식품(16개), 환경(2개) 등이었다.
사업 유형별로는 기업간거래(B2B)가 61%,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가 24%, B2B+B2C가 15%로 나타났다.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한 주요 요인으로는 독자적인 원천 특허, 획기적 기술 개선, 신기술 기반 플랫폼 구축 등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꼽혔다.
보고서는 한국의 에너지 스타트업이 전체 스타트업 대비 극히 적으며, 유니콘 기업은 전무하다고 지적하면서 국내 시장, 투자, 정책 등 환경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술 역량은 보유했으나 사업화 역량이 부족한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실증·판로 지원을 통해 사업화로 연계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 통합발전소(VPP) 등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기술군을 중심으로 조기 실증과 기술 이전 등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한 한전경영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실증 사업 등 인허가·규제 대응을 지원하기 위한 '규제 컨시어지형 통합 창구' 구축과 테스트베드 접근성 강화, 투자 생태계 활성화 등 유니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환경 조성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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