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지도자로 체급 키우기 포석도…'들러리 평가' 때는 역풍 가능성

우상호 정무수석 예방 받은 장동혁 대표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신임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접견하고 있다. 2025.8.27 utzza@yna.co.kr
원본프리뷰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여야 지도부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회동 제안에 대해 사실상 '단독 회동'을 조건으로 걸면서 제1야당 대표로 존재감 키우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통합 행보에 '들러리 설 순 없다'는 명분을 내세워 회동 주도권 확보를 모색하면서 나름의 성과를 만들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지난 27일 예방한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이 대통령의 초청 의사를 밝히자 "단순 만남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 즉답하지 않았다.
그는 이 대통령이 28일 미국·일본 순방을 마치면서 여야 지도부 회동을 공식화하자 회동하더라도 별도의 단독 면담이 있어야 한다면서 역제안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의제 조율 등에 대해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6일 대표직 수락 연설에서 "모든 우파 시민과 연대해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천명한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회동을 걷어차지 않고 오히려 단독 회동을 요구하는 것을 두고 다목적 포석이라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당장 여야 지도부가 모인 자리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 '이럴 거면 뭐 하러 갔느냐'는 비판이 강경 지지층을 중심으로 당내에서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정기국회를 앞두고 선명한 '야성'을 부각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칫 자신이 내세운 '반(反)정부 투쟁' 구호의 진정성도 의심받을 수 있다.
반면 회동을 성사시킨 이 대통령은 여야의 초강경파 대표가 서로 악수도 하지 않는 상황과 맞물려 '정치를 복원했다'는 평가를 받을 개연성이 작지 않다.
당 관계자는 31일 "단순히 대통령실의 순방 성과를 얘기하는 자리에 들러리 역할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장 대표의 단독 회동 요구에는 소수 야당 대표로서 국민의힘이 원하는 의제를 관철하려는 목적도 있다는 관측이다.
국민의힘은 특검법·검찰개혁 법안 처리 속도 조절, 자당 추천 몫 인권위원 선출안 처리 등 주요 현안을 주요 의제로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내란 세력' 운운하며 제1야당을 패싱하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의 갈등 국면에서 단독 회동을 통해 요구를 관철하는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계산도 없지 않다.
나아가 단독 회동 요구에는 사실상 '1.5선'인 장 대표의 체급 키우기 측면도 있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이 대통령과 단독으로 만날 경우 야권의 지도자로 주목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 장 대표는 단독 회동을 '제1야당 대표와 영수회담'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영수회담은 여당 총재를 겸직하던 과거에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와 만나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여야의 최고 지도자가 국정 현안에 대한 담판 등을 통해 교착된 정국을 푼다는 의미가 크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영수회담'은 과거 권위적인 정치문화에서 쓰던 용어"라며 "지금은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으로 쓴다"며 영수회담이란 표현 사용을 자제해줄 것을 언론에 요청하기도 했다.

장동혁 대표 예방한 우상호 정무수석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신임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회의장 탁자 위에 이재명 대통령이 우 수석을 통해 보낸 축하난이 놓여 있다. 2025.8.27 utzza@yna.co.kr
원본프리뷰
다만 회동 성사까지는 난관도 적지 않다. 특히 국민의힘 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했던 특검 수사는 가장 큰 변수다. 압수수색이 현실화하면 정국이 급랭하며 회동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당 지도부 관계자도 "이르면 다음 주 중에는 여·야·정 회동 일정이 잡힐 수 있다"면서도 "당사 압수수색이 들어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 간 회동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거나 '대통령 좋은 일만 시켜줬다'며 역풍을 맞은 것도 장 대표로는 고민되는 지점이다.
가령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회동하고 국정 전반에 대한 협력을 합의했지만, 이를 두고 청와대는 당시 "더 이상 좋을 수 없다"는 평가를 내놨으나 같은 이유로 정세균 대표는 당시 당에서 '들러리 섰다'며 고강도 비난을 받기도 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3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회동이 급한 건 이 대통령 쪽"이라며 "여당이 입법 폭주를 일삼는 상황에서 최소한 국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게 첫 안건이 돼야 만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chic@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