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뜨거운' AI 전쟁에 설루션 제시…냉난방공조 사업 속도(종합)
엔비디아·MS 등 글로벌 기업과 협력…"中, 가장 경계…전사적 노력 중"

LG전자 냉난방공조(HVAC) 설루션
[LG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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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한낮 기온이 36도까지 오른 8일. 서울 마곡에 자리 잡은 LG사이언스파크 내부는 바깥 날씨와 달리 쾌적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첨단 기술이 녹아든 냉방 시스템 덕분이다.
이날 LG전자는 LG사이언스파크 내 냉난방공조(HVAC) 설루션이 적용된 현장을 국내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이곳은 LG전자 HVAC 설루션이 집약된 장소로, 주요 기업간거래(B2B) 거래처의 필수 코스다.
3층 지하 주차장에 위치한 메인 기계실에 들어가자 LG전자가 자체 개발한 터보 칠러, 스크류 칠러, 흡수식 칠러 등 3종의 칠러 8대가 열기와 함께 윙윙대는 소음을 만들어냈다.
칠러는 물을 차갑게 만드는 장치다. 칠러에서 생성된 차가운 물은 열 교환기를 통해 건물에 시원한 공기를 공급하고, 열기를 흡수한 물은 다시 칠러로 돌아와 차가워진다.
각 칠러는 뛰어난 에너지 효율을 자랑한다. 특히 스크류 칠러는 저렴한 심야 전기를 활용해 물을 얼리고 다음 날 이를 냉열원으로 사용해 전력 절감에 효과적이다.
LG전자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급성장하는 HVAC 분야에서 이 같은 기술력과 연구개발(R&D) 전략을 갖추고 시장 선점에 나섰다.
2030년까지 HVAC 사업 매출 2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는 동시에 시장 속도보다 2배 빠른 '압축 성장'을 이룬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올해 액체냉각 설루션 등 데이터센터향 HVAC을 전년 대비 3배 이상 수주하고, 초대형 냉방기 칠러 매출을 2년 내 1조원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LG전자 냉각수 분배 장치(C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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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LG전자 ES사업본부장 부사장은 "AI 데이터센터 냉각 설루션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기 위해 액체냉각 설루션을 연내 상용화하고 내년부터 본격 공급하겠다"며 "이를 발판으로 시장보다 2배 빠른 압축 성장을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냉각수 분배 장치(CDU)를 활용해 칩을 직접 냉각하는 액체냉각 설루션과 칠러를 이용해 데이터센터 내부 온도를 낮추는 공기냉각 설루션을 보유했다.
LG전자의 CDU는 핵심 부품 기술력인 '코어테크'를 바탕으로 높은 신뢰성과 에너지 효율을 갖췄다. 가상센서 기술이 적용돼 주요 센서가 고장 나더라도 냉각 시스템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올해 초부터는 경기 평택 칠러 공장에 AI 데이터센터 전용 테스트베드를 마련하고 냉각 설루션 성능 향상을 위한 테스트를 이어오고 있다. LG유플러스와 협업해 액체냉각 기술 검증도 진행 중이다.
LG전자는 CDU를 발판 삼아 글로벌 AI 칩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 생태계에 진입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에 액체냉각 방식을 도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본부장은 "엔비디아 인증 절차를 협의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MS)를 포함한 글로벌 빅테크와의 기술 협력도 진행하고 있다"며 "CDU가 만드는 파생 제품도 많다"고 언급했다.

LG전자 냉난방공조(HVAC) 설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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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냉방기 칠러는 데이터센터와 대형 건물 등 B2B 영역에서 성장을 이어간다. 2027년 120억달러(약 16조4천억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칠러 시장에서 2년 내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LG전자는 연구개발(R&D)부터 생산, 판매, 유지보수에 이르는 '현지 완결형'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비하드웨어 분야 매출 비중을 20%까지 확대해 사업 체질을 다진다.
글로벌 사우스 지역에서도 현지 맞춤형 전략과 밸류체인을 강화한다. 국내 창원에만 있던 HVAC 제품 개발 전담 조직을 올해 내 인도에 신설해 인도와 인근 국가 고객 맞춤형 제품 개발에 주력할 예정이다.
중국에서도 R&D 개발 거점을 높이는 작업을 이어간다. 이 본부장은 "최근 가장 경계하는 게 중국"이라며 "중국은 협력업체의 품질과 기술 수준이 상향 평준화돼있고, 원가도 원가대로 줄였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 기업 이상의 한계를 돌파하고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사적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협력사들의 경쟁력을 중국 업체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재성 LG전자 ES사업본부장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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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HVAC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위해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인접 분야에서 순차적 인수를 검토해 사업 역량과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방침이다.
최근에는 유럽 HVAC 사업 확대를 위해 유럽 프리미엄 온수 설루션 기업 OSO사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본부장은 "OSO사는 북유럽에서 업계 1등인 스테인리스 전문 온수기 제조 회사"라며 "OSO사의 전기온수기 기술과 LG전자의 히트펌프 사이클을 결합하면 히트펌프 온수기를 만들 수 있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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