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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3세 남빅토르 총장 "우리말과 문화 모르면 뿌리없는 나무"
입력 2025.07.10 01:31수정 2025.07.10 01:31조회수 0댓글0

고려인3세 남빅토르 총장 "우리말과 문화 모르면 뿌리없는 나무"


재외동포 장학생 출신 러시아 국립대 타슈켄트 캠퍼스 총장
"대한민국은 내 뿌리, 그 가치 나누는 게 사명…정체성 지키는 힘은 언어와 문화"


남 빅토르 러시아 헤르젠 사범대 타슈켄트 캠퍼스 총장

[남 빅토르 총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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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정체성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한국어와 문화를 배우고 전하는 것입니다."

남 빅토르(49) 러시아 국립 헤르젠 사범대 타슈켄트 캠퍼스 총장은 9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은 제 뿌리이며, 그 가치를 나누는 것이 지금 제가 할 일이자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태어난 고려인 3세인 그는 현지 고려인 학교에서 초·중·고교를 모두 마쳤다. 이후 1993년 타슈켄트 국립 니자미 사범대 한국어교육과에 진학해 1998년 졸업과 동시에 재외동포청 전신인 재외동포재단 초청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그는 한국 유학 중 경희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쳤고, 이후 서울대에서 한국어교육 전공으로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그는 유학 초기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한국 교수들과의 교류를 통해 학문적 기반을 다졌다고 했다.

우즈베키스탄으로 귀국한 그는 모교인 니자미 대학교에서 한국어교육과 교수직을 시작했고, 2018년 새로 문을 연 타슈켄트 부천대학교 초대 총장으로 발탁됐다. 신설 대학의 총장직은 도전이었지만, 그는 6년간 세 가지 중점 과제를 이뤄냈다.

"첫째는 캠퍼스 리모델링, 둘째는 학생 모집과 학과 개설, 셋째는 교수진 구성입니다. 리모델링은 3년이 걸렸고, 이후 정부로부터 추가 부지를 받아 IT 캠퍼스도 열 수 있었죠."

처음 400명이었던 학생 수는 2천 명까지 늘었다. 9개 학과가 개설됐고, 교수진도 한국을 오가며 구축했다. 남 총장은 "급여 수준을 높여 유능한 교수들을 영입했고, 이는 곧 학생 유치로 이어졌다"고 했다.

타슈켄트 부천대 재학생들의 K-POP 콘서트

(서울=연합뉴스) 지난 2023년 남 빅토르 총장이 타슈켄트 부천대 총장 재직 시 직접 기획한 K-POP 콘서트에서 부천대 학생들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남 빅토르 총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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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우즈베키스탄 총리실 발령으로 지난해 7월 헤르젠대 타슈켄트 캠퍼스 총장에 임명됐다. 그는 재외동포재단 초청 장학생으로 모국에서 공부한 뒤, 학문과 교육 현장을 지키며 마침내 거주국을 대표하는 교육자로 성장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헤르젠대 타슈켄트 캠퍼스는 러-우즈베크 양국 합작 교육기관이다. 그는 "현재 1천 명 정도의 학생이 있으며, 9층 강의동과 기숙사 건물이 오는 9월 완공되면 정원이 3천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 총장은 향후 한국어학과 신설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양국 협의를 통해 개설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 총장은 현재 고려인 청소년들은 진로에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그는 "고려인 청소년들은 지금 정말 힘든 시기를 살고 있다"며 "대학교 졸업이 곧바로 안정된 취업으로 이어지지 않고, 국제 정세도 불안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자녀 교육에서도 한국어와 문화 체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뿌리 지키기의 핵심으로 꼽았다.

"우리말과 문화를 알지 못하면 뿌리 없는 나무와 같습니다. 저도 늦게 한국어를 배웠지만, 아이들에게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하고 있어요."

이어 "재외동포청의 모국 초청 연수는 뿌리 교육에 큰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라며 적극 참여를 권장했다.

자생의료재단, 부천대와 의료봉사 후 장학금 전달식

(서울=연합뉴스) 지난 2023년 한국의 자생의료재단과 부천대가 함께 의료봉사를 한 후 자생의료재단이 부천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모습. 왼쪽에서 3번째가 남 총장. [남 빅토르 총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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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열풍은 현지에서도 뜨겁다고 전했다. 부천대학교 총장 시절, 한국어 말하기 대회와 K-POP 콘서트 등 활발한 문화행사를 직접 기획하기도 했다.

그는 "학생들은 한류 콘텐츠를 통해 한국에 흥미를 느끼고, 한국어를 배우려 한다"며 "이러한 관심을 학문적으로 연결해야 교육 효과가 있다"고 했다.

재외동포청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차세대 동포 초청 연수와 장학사업, 한국어 교사 연수와 파견 등은 현지 동포사회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예산 확대를 통해 보다 많은 차세대가 모국과 연결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끝으로 그는 동포 차세대들을 향해 조언했다.

"진정으로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하다 보면, 기회는 반드시 스스로 찾아옵니다. 주저하지 말고 자신만의 길을 당당히 개척하길 바랍니다."

phyeon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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