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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향 벗어나려 '원본' 독일 행정법 연구…김남진 교수 별세(종합)
입력 2025.05.09 07:04수정 2025.05.09 07:04조회수 0댓글0

[대한민국 학술원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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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행정법 연구 1세대'의 대가로 꼽히는 김남진(金南辰) 고려대 명예교수 겸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이 지난 7일 오후 4시께 서울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9일 전했다. 향년 93세.

충북 충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충주고,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처음엔 헌법학을 공부했다. 학술원 홈페이지에 적은 '연구업적 개요'를 보면 지도교수인 헌법학자 한태연(1916∼2010) 전 의원과 함께 오스트리아계 미국인 공법학자 한스 켈젠(1881∼1973)의 책 '민주주의의 본질과 가치'(1960)를 번역했다. 대학원 졸업 후 건국대 강사로 강단에 섰을 때 헌법보다 행정법 강의를 자주 하게 된 데다 한태연 전 의원이 유신헌법 제정에 앞장서는 걸 보고 실망해 행정법 연구에 몰두한 것으로 알려졌다. 1975년 법학 박사 학위도 '법치행정의 원리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받았다.

이후 단국대·경희대·고려대 법학과 교수로 강단에 서는 한편, 1989∼1990년 한국공법학회장, 1996∼2002년 국무총리 행정심판위원회 위원, 2010∼2013년 한국행정법학회 이사장 등으로 활동했다. 지방자치실시위원회와 토지공개념연구위원회에도 참여했다. 2006년 공법 분야 학술원 회원이 됐다.

행정법 전 분야에 걸쳐 큰 영향을 미쳤다. 대표 저서인 '행정법 연습'(1979), '행정법의 기본문제'(1980)를 비롯해 '행정법', '경찰행정법', '토지공법론' 등 기본서를 펴냈다. 특히 식민지 시대 일본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국가 중심의 행정법 해석'을 바꾸려고 독일 행정법을 연구했다. 이를 위해서 독일어, 일본어뿐 아니라 프랑스어, 라틴어까지 공부했고, 네덜란드에서 유학한 적도 있다.

이 과정에서 재량을 '자유재량'과 '기속재량'으로 나누는 통설과 달리 '결정재량'과 '선택재량'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고, '토지공개념' 도입을 강하게 주장했다. 또 국가가 복지를 전적으로 제공하는 게 아니라 민간을 참여시키기 위한 이론인 '보장국가론'을 제창했다.

제자인 김중권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에 영향을 준 일본식 행정법 해석은 오래전 독일식 해석"이라며 "고인은 일본이 참고한 '원본'인 독일의 법 해석이 진작에 바뀌었다는 걸 알고 국내 행정법 해석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또 "식민지 시대 일본식 해석은 '국가 중심 행정법'이었고 '관치국가'에 걸맞은 것이었다"며 "고인은 이걸 현대 독일식 민주적 행정법으로 바꾸려고 한 '위대한 반대자'였다"고 강조했다.

서정범 경찰대 교수는 2014년 '고려법학'에 실은 글에서 "김남진 선생님은 헌법과 행정법의 영역을 넘나드는 수많은 글을 발표하여 왔다는 점에서 '진정한 국법(國法)학자'라고 할 수 있고, 행정법 총론과 각론, 그리고 각론의 거의 모든 영역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는 점에서 '전방위적 행정법학자'라고도 할 수 있다"며 "행정법학의 거의 모든 테마에 대하여 전통적 논의를 극복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한국 행정법학계의 코페르니쿠스'로 규정할 수 있다"고 썼다.

빈소 강남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5호실, 발인 10일 오전 7시30분, 장지 한남공원묘원. ☎ 02-2019-4005

chungwon@yna.co.kr

※ 부고 게재 문의는 팩스 02-398-3111, 전화 02-398-3000, 카톡 okjebo, 이메일 jebo@yna.co.kr(확인용 유족 연락처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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