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특사-푸틴 협상서도 관련 사업 논의…"끔찍한 구상" 비판도
'폴라LNG' 추진 극지 LNG 직접생산 프로젝트
미국이 한국 참여 희망하는 가스관 사업과는 경쟁 관계

지난달 미 대통령 특사 스티브 윗코프(중간)·재러드 쿠슈너(왼쪽)와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UPI=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원본프리뷰
(서울=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미국의 제재 대상인 러시아 에너지 기업이 비밀리에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 자금을 대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미국과 러시아의 협상 과정에서도 알래스카 LNG 개발 문제가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강력하게 희망하는 알래스카 극지 LNG 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자금을 대는 대가로 제재 완화 등 반대급부를 얻어내려 하는 정황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NYT에 따르면 미 재무부 제재 대상인 러시아 에너지 기업 노바텍은 최근 미국 스타트업 '폴라 LNG'가 추진하는 수십억 달러 규모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에 일부 초기 자금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아랍에미리트(UAE) 소재 기업이 폴라 LNG의 사업 초기 자금을 댄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자금 출처는 러시아 기업 노바텍이었다는 것이다.
지난달 사임한 조엘 리들 폴라 LNG 전 최고경영자(CEO)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사업 초기 자금의 출처에 관해 잘못된 정보를 전달받았다"고 폭로했다.
그는 "러시아 기술이 알래스카 노스슬로프 지역의 북극 천연가스 상업화를 통제하도록 하는 것은 불법일 뿐 아니라,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사임 당시 트럼프 행정부에 이 사안을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고 덧붙였다.
폴라 LNG 측은 리들 전 CEO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폴라 LNG는 "리들은 최근 정당한 사유로 해고됐으며, 회사는 향후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는 그의 주장들을 조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NYT가 확보한 폴라 LNG 측 로펌의 법률 검토 메모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폴라 LNG와 노바텍의 관계가 미국의 대러 제재와 관련해 '잠재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바텍 역시 이날 NYT에 보낸 성명에서 폴라 LNG 프로젝트의 '소수 지분 주주'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NYT는 "이는 러시아 에너지 대기업이 미국의 가스 생산 사업에 관한 소유권을 확보하려 하는 주목할 만한 시도"라고 짚었다.

알래스카 북극해 연안의 한 마을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원본프리뷰
또 하나 주목되는 점은 폴라 LNG가 추진하는 LNG 개발 사업에 한국 기업이 건조한 선박이 활용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폴라 LNG는 노바텍으로부터 64만톤 규모의 중력식 해상 구조물(GBS)을 구매해 알래스카 북부 해안 인근에 설치하고, 이 구조물에서 천연가스를 액화해 아시아 시장에 수출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한화오션이 당초 러시아 노바텍의 '북극 LNG 2' 프로젝트용으로 건조한 쇄빙 LNG 운반선을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 여파로 해당 선박들의 계약을 취소하거나, 계약 이행을 중단한 상태였다.
만약 이 프로젝트가 실현된다면 노바텍은 미국의 LNG 개발 사업에 자사 기술을 공급하는 동시에, 관련 사업 지분까지 확보해 이중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대러 제재 취지에 어긋날 뿐 아니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도 전쟁의 책임 대신 이권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된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무부 에너지자원 담당 차관보를 지낸 제프리 파이엇은 노바텍의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 가능성에 대해 "환경적, 경제적, 지정학적으로 끔찍한 구상"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미국과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과정에서 양국의 협력을 통한 알래스카 LNG 개발 구상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재러드 쿠슈너와 만나 알래스카 LNG 개발 계획을 논의했다.
NYT는 이러한 '에너지 거래'가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의 길을 열어줄 수 있다는 것이 백악관 당국자들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알래스카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원본프리뷰
더구나 러시아 노바텍의 기술을 알래스카에 도입하려는 움직임에는 트럼프 일가와 친분이 있는 미국 사업가 젠트리 비치가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NYT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대학 친구인 비치는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당시 취임식에서 재정 담당 부위원장을 맡은 인물이다.
비치는 지난 2월 NYT와 인터뷰에서 노바텍의 천연가스 기술을 알래스카에 도입하는 방안을 놓고 이 회사와 협상을 진행했다고 직접 밝혔다.
다만 비치가 현재도 해당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는지, 노바텍의 폴라 LNG 지분 확보 계획을 알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 주니어의 대변인은 두 사람이 더 이상 가까운 사이가 아니며, 트럼프 주니어는 폴라 LNG 프로젝트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현재로서는 폴라 LNG의 프로젝트가 실제로 성사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노바텍이 미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된 상황에서 노바텍의 기술과 장비를 활용한 사업을 추진하려면 미 재무부의 별도 승인이 필요한 데다, 기술적·환경적 문제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슈 맥매너스 전 미 국무부 에너지자원국 부국장은 "폴라 LNG 프로젝트는 수년이 걸리는 인허가 절차와 러시아와의 관계에 관한 우려에 직면할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폴라 LNG 프로젝트는 현재 한국과 일본, 대만이 투자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알래스카 LNG 가스관 사업과는 별개의 사업이다.
한·일과 대만이 참여를 검토 중인 사업은 알래스카 북부 노스슬로프 지역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약 1천300㎞ 길이의 가스관을 통해 남부 해안으로 운송한 뒤 액화해 아시아에 수출하는 방식이다.
반면, 폴라 LNG는 북부 가스전 바로 옆 바닷가에 액화시설을 설치하고 얼음이 덮인 바다를 뚫고 갈 수 있는 특수한 LNG 운반용 쇄빙선을 이용해 가스를 나른다는 구상이다.
아직 구상 단계긴 하지만, 두 사업은 사실상 경쟁 관계에 있는 셈이다.
mskwak@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