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박물관·국립해양박물관, 근대 산업도자 경로 조명한 특별전
김환기·변관식 등이 피란 수도서 완성한 그림 접시 60점도 선보여

전시품 모습
[한양대학교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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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009년 서울 성동구 행당동 일대. 도시 개발을 앞두고 발굴 조사가 한창이던 땅에서 그릇 파편이 잇달아 나왔다.
낡은 그릇들은 곳곳에 금이 가고 깨져 있었다.
이 일대에는 19세기 후반부터 1960년대에 이르는 도자기, 생활용품이 함께 묻혀 있었다. 과거에는 경성, 지금은 서울로 불리는 지역의 손때 묻은 흔적이다.
누군가의 일상을 함께 했을 이 그릇들은 어디서 와서, 이곳에 남았을까.

전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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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그릇이 걸어온 여정을 조명하는 전시가 서울과 부산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 한양대학교박물관과 부산 영도 국립해양박물관이 주목한 '사물의 이동'이다.
지난달 개막한 전시는 행당동 폐기 유적에서 출토된 경성의 그릇이 어디에서 만들어져 누군가의 식탁에 올랐다가 어떻게 버려졌는지를 추적한다.
굽바닥의 상표와 명문, 병에 남은 상호, 조각 문양 등을 단서로 찾는 여정이다.
안신원 한양대학교박물관장은 "그릇 파편을 따라가는 일은 단순한 고고학 조사가 아니라 한 도시의 일상과 바다 건너의 산업을 다시 잇는 일"이라고 의미를 강조했다.

전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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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100여년 전 일본 각지에서 만들어진 그릇이 바다를 건너 경성에 도착한 뒤, 백화점과 잡화점을 거쳐 식탁에 오르는 과정을 다양한 유물로 보여준다.
그릇이 거쳐온 곳 가운데 하나인 부산 영도를 다룬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일본 가나자와(金澤)의 일본경질도기주식회사는 1917년 자회사를 설립해 영도에 공장을 지었고, 다양한 그릇을 생산하며 근대 산업도자의 한 축을 담당했다.
이곳은 광복 이후 한국인이 인수한 뒤 대한도기, 대한도자기 등으로 이름을 바꾸며 1970년대 초까지 운영됐다.

전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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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측은 "서울 전시는 소비지 경성에서 출발해 생산지 영도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부산 전시는 그릇이 만들어진 영도에서 시작해 경성으로 향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전시에서는 피란 시기 화가들이 그릇에 남긴 예술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 김환기(1913∼1974), 변관식(1899∼1976), 김은호(1892∼1979), 전혁림(1916∼2010) 등은 영도 대한도기에서 만든 접시에 직접 그림을 그렸다.
접시들은 당시 유엔군과 외국인 기자 등에게 한국을 담은 '기념품'으로도 여겨졌다.

변관식이 그린 핸드페인팅 접시 '도미'
[한양대학교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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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박물관 서화실에서는 노암문화재단이 소장한 핸드페인팅 접시 60여 점을 통해 산업과 예술이 만난 당시 모습을 생각하게끔 한다.
안신원 관장은 "같은 사물의 여정을 서로 반대 방향으로 읽는 이번 전시를 통해 지역의 근대 산업유산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전시는 11월 30일까지, 부산 전시는 11월 7일까지 열린다.

전시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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