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3천개 상점 피해…"피해액 수억유로 달할 수도"
"경찰 어디 있었나"…3대 도시 시장들 "보호받지 못했다"
약탈과 평범한 일상 뒤섞인 '초현실적 풍경'도

약탈로 번진 프랑스 시위
[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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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런던=연합뉴스) 황윤정 김지연 특파원 =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진 시위가 폭력 사태로 번지면서 시청 청사를 비롯한 공공시설이 불타고 2천∼3천 개 상점이 약탈과 파손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약탈 등이 휩쓸고 간 상점의 주인들은 망연자실했고 정부의 대응에 대한 분노도 커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지난 주말 곳곳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의 흔적은 이날까지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지난 17일 1883년 준공된 유서 깊은 시청 청사가 불에 타버린 리모주에서는 18일 밤 광장에 약 7천명이 모여 폭력 사태를 규탄하는 시위를 열었다. 교사인 안(47)은 "폭력적이고 끔찍한 모습이지만 떠날 수가 없어 돌아왔다"며 "황망하다"고 말했다.

화염이 집어삼킨 리모주 시청 지붕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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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주는 프랑스 주요 노동조합 노동총연맹(CGT)이 창설된 곳으로, 현재 주민은 13만명이다. 17일 시위에는 약 5천500명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일부가 시청 동쪽을 공격해 불을 질렀고 세 시간도 되지 않아 화염이 지붕을 완전히 집어삼켰다.
집배원이자 CGT 노조원인 장프랑수아 라우신은 "처음엔 모든 게 괜찮았는데 고속도로 인근에서 사람들이 갈라졌고 어떤 무리가 시청으로 향하고 있다는 말이 들렸다"며 "시청을 불태운 이들에게도, 리모주를 방치한 국가에도 슬픔과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책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공화당 소속 기욤 게랭 리모주 시장은 "정당한 사유로 조직된 평화 시위였는데 복면을 쓰고 고도로 훈련돼 무장한 사람들이 끼어들었다"며 "이들은 고등학생도, 기회를 틈타 약탈에 나선 동네 청년들도 아니다. 극좌 활동가들"이라고 주장했다.

17일 파리에서 달리고 있는 관광객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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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파리에서는 18일 밤까지도 약탈하는 사람들, 파손된 집기류를 치우는 직원, 겁에 질린 관광객, 평소와 다름없이 문을 연 카페에서 술을 마시는 손님이 뒤섞인 '초현실적' 광경이 펼쳐졌다고 르몽드는 전했다.
시청 바로 앞 한 백화점에서는 복면을 쓴 약 10명이 창문을 부수고 시계며 보석류를 마구잡이로 꺼내 갔고, 노동자 계층이 많은 벨빌의 한 전자제품 매장에선 전자레인지나 전동 스쿠터를 사람들이 박스째 들고 나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진압 경찰이 서 있고 갑자기 폐쇄된 지하철역 앞에는 불안한 표정의 관광객들이 서성였다.
19일 새벽까지 최루가스가 자욱한 거리에서 한 여성은 화려한 차림새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앞서 AFP 통신도 지난 17일 식당과 호텔, 주거용 건물은 대체로 피해를 면해 군중이 밖에서 아수라장을 만드는 동안 파리 시민들이 친구들과 평소처럼 토요일 점심 식사를 즐기는 초현실적인 풍경이 펼쳐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로이터 통신은 고급 호텔과 상점이 즐비한 파리 방돔 광장 일대에는 19일에도 대부분 상점의 셔터가 내려져 있었고 경비원들이 주위를 둘러싼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디올 매장 앞문은 부서진 상태였고, 롤렉스와 루이비통, 랄프로렌, 구찌 등 다른 명품 매장 창문도 부서진 상태였다고 한다.

약탈 당한 디올 매장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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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유통업연합(FCD)에 따르면 지난 주말 동안 피해를 본 상점은 3천 곳에 육박한다.
이 단체는 성명에서 "소매업 부문은 잇단 위기로 이미 취약해진 상황에서 또다시 혼란의 최전선에 섰다"며 "약탈당한 상점 뒤에는 수년간 일군 사업이 몇 시간 만에 날아가는 걸 지켜봐야 했던 점주와 직원들, 그의 가족들이 있다"고 개탄했다.

거리에 타버린 차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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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상공회의소(CCI)는 2천여 개 업체가 직접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했다. 알랭 디 크레센조 회장은 RTL에 "피해 규모가 수억 유로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는 정부가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정부는 장물 판매글이 올라온 플랫폼들에 해당 게시물을 내리고 재판매자들을 기소하는 데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고 관계 당국이 전했다.
그러나 상인들은 애초에 정부 대비책이 부족했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마르세유 의류점의 매니저 제라르 누시는 로이터 통신에 "사람들이 모든 걸 부수고 우리를 모욕했다"며 폭도들을 막을 경찰이 충분치 않았다고 말했다.

18일 깨진 명품 매장 창문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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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랑 뉘녜즈 내무장관은 프랑스앵포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지난 17일 배치된 경찰은 6만명으로, 군중을 통제하기에 충분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에마뉘엘 그레구아르 파리 시장과 베누아 파양 마르세유 시장, 그레고리 두세 리옹 시장은 이날 리베라시옹 공동 기고를 통해 이들 세 도시가 시위에 익숙한데도 17일 사태에는 "보호받지 못했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중도좌파 성향의 이들 세 시장은 "30분 이상 경찰 출동 없이 약탈이 계속될 때가 있었다"며 정부가 프랑스 국민에게 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역에 피해 복구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촉구했다.

파리 거리의 불탄 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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