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제주에는 돌도 많지만 인정 많고 마음씨 고운 아가씨도 많지요.'
혜은이의 노래로 제주말이 널리 알려진 적이 있다. 1977년 발표된 '감수광'이다.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는 '감수광'이 '가십니까?'라는 말인 것을 대한민국 전역에 알렸다. 떠난 이를 향해 애절하게 내지르는 가사 '혼저 옵서예'가 '어서 오세요'인 것도 많은 이들이 그때 알게 됐다. 제주말을 일부 잘못 옮겼다는 논란은 부차적일 뿐, '감수광'이 제주말을 퍼뜨린 것은 분명했다.
반세기가 흘렀다. <폭삭 속았수다>로 대중들은 다시금, 제주말 하나를 확실히 익혔다. 지난해 방송된 드라마는 '감수광'의 재현이었다. 많은 국민이 그 말이 뜻하는 바를 궁금해했고, '매우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뜻으로 쓰인다는 사실을 재미있어했다. 감수광이 인기를 끌던 즈음의 혜은이는 이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은 지금의 아이유와 견줄 수 있는 스타였다는 점도 공교로웠다.

제주 다랑쉬굴 4·3 유적 다크투어
[촬영 조채희]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다랑쉬굴 제주4·3유적지. 제주의 주요 다크투어 대상지.다랑쉬오름 인근 다랑쉬 굴은 1948년 12월18일 하도리와 종달리 주민 11명이 피신해 살다가 토벌대에 발각돼 집단 희생된 곳으로 제주4·3의 비극을 보여주는 대표적 유적지 중 한 곳이다. 다크 투어. 다크투어리즘. 20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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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사건의 아픔을 간직한 다랑쉬굴 은신처와 학살터가 국가등록문화유산이 된다는 보도가 최근 있었다. 사건 당시, 피신하여 살던 주민들이 토벌대에 발각되어 집단 희생된 곳이다. 감수광과 폭삭 속았수다를 떠올린 건 다랑쉬라는 말을 알고 싶어서다. 다랑쉬굴은 다랑쉬오름(오름은 작은 산이나 산봉우리) 북사면 일대의 용암동굴을 말한다. 넓게 보아 다랑쉬오름 지역의 일부인 것이다.
다랑쉬오름의 한자어 이름이 월랑봉(月郞峰)이다. 일제 강점기부터 쓰기 시작했다. 그 전 우리나라 옛 문헌은 다랑시악(多郞時岳), 대랑수악(大郞秀岳), 다랑수악(多浪秀岳)으로 지칭했다. 다랑(또는 대랑)은 달(月)과 관련이 있고, 쉬는 시악(또는 수악)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말의 유래로 보면 다랑쉬굴은 다랑쉬오름굴인 셈이다.

제주 다랑쉬굴 4·3 유적 다크 투어
[촬영 조채희]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다랑쉬굴 제주4·3유적지. 다랑쉬오름 인근 다랑쉬 굴은 1948년 12월18일 하도리와 종달리 주민 11명이 피신해 살다가 토벌대에 발각돼 집단 희생된 곳으로 제주4·3의 비극을 보여주는 대표적 유적지 중 한 곳이다. 다크투어리즘. 20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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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랑쉬의 다랑은 높다는 뜻의 고구려어 달(達)과 관련이 있다고도 한다. 도시의 고지대에 조성된 가난한 사람들의 마을을 달동네라고 했다. 달동네는 달이 가까이 잘 보인다고 하여 달동네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높은 곳에 있어서 달동네이기도 했다. 다랑은 또, 봉우리가 달처럼 둥글게 보인다고 하여 그렇게(아래 아가 쓰인 다. 다랑 ← 달+앙, 月郞) 표기했다는 등 다른 의견도 있다. 자주 그렇듯 어원설은 하나가 아니다. 2026년 여름, 다랑쉬굴의 비극이 새긴 그 말 다랑쉬를 기억한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다랑쉬오름 -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74988
2. 한국민속대백과사전 달동네 - https://folkency.nfm.go.kr/kr/topic/detail/8289
3. 이희재, 『번역의 모험』, 교양인, 2021
4.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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