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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선택은 '美반대' 하메네이 차남…'항전' 강경노선 이어갈듯
입력 2026.03.09 12:47수정 2026.03.09 12:47조회수 0댓글0

군부와 밀접한 모즈타바 최고지도자로 내세워 전쟁 위기 돌파 의도
세습 무릅쓴 고육책…세습·종교적 자격 비판 '꼬리표' 떼기 어려울 듯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파 하메네이

[타스님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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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뒤를 이을 최고지도자(라흐바르)로 그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선출된 것은 나라의 존립을 건 전쟁 중이라는 비상상황을 헤쳐 나가야 할 이란의 고육책으로 보인다.

현재 이란 이슬람공화국의 신정체제(벨라야테 파키, 이슬람법학자에 의한 신정통치)가 팔레비 세습왕정에 대한 국민적 저항에 힘입었다는 점에서 '세습'이라는 모순을 감내해야 할 만큼 이란이 급박한 처지라는 현실을 방증한다.

전쟁이 시작하자마자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폭사한 뒤 전쟁을 치르는 구심점은 이슬람혁명수비대를 위시한 군부다.

모즈타바는 지난 20년간 혁명수비대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한 만큼 노쇠한 고위 성직자보다는 그가 군통수권자이기도 한 최고지도자 자리에 적합한 것으로 전문가회의의 의견이 모인 것으로 보인다.

혁명수비대가 최고지도자 선출 기구인 전문가회의에 물밑에서 모즈타바의 선출을 압박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혁명수비대로서도 군과 거리가 있는 최고지도자보다는 자신들과 오랜 기간 관계를 맺은 모즈타바가 최고 권력자가 되는 쪽이 전시뿐 아니라 전후에도 '안전'하다고 계산했을 수 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자연사가 아니었고, '적에 의해 순교'했다고 이란 내부에서 규정하면서 세습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순교자의 아들이 최고지도자로서 대미 항전을 이끈다는 상징성은 이란 보수 강경파의 핵심인 혁명수비대와 바시즈민병대의 결속을 유지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혁 한국외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는 9일 "이번 선출을 단순한 권력 세습으로 해석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본다"며 "하메네이의 죽음이 단순한 지도자 교체가 아니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의한 '순교'로 부각하고 그 아들의 승계는 순교자 정신의 계승이라는 상징성을 부여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왕조적 세습'이 아니라 극도의 안보 위기 국면에서 내부 결속을 최대화하기 위한 '정치적 선택'으로 보인다"고 해설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의 차기 최고지도자로서 모즈타바를 거부한 점도 이번 결정을 촉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하메네이의 아들(모즈타바)은 경량급"이라고 폄하하고 "하메네이의 아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는 이란에 조화와 평화를 가져올 사람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란이 모즈타바를 최고지도자로 선출하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굴복한 것처럼 비치는 상황이 된 셈이다. 적이 싫어하는 사람을 최고지도자로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모즈타바를 새 최고지도자로 하는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한 저항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이번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진을 들고 있는 지지자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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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라는 비상상황이긴 하지만 세습이라는 '오명'은 그를 꼬리표처럼 계속 따라다닐 전망이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에 대항해 전쟁을 벌이는 이란에선 7세기 수니파 세습 왕정에 맞서 장렬히 순교한 이맘 후세인의 서사가 겹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맘 후세인은 지도자 선출 권한을 공동체가 아닌 사적 승계로 전락시킨 우마이야 왕조의 야즈드 1세와 맞서 싸우다 전사했다. 1979년 이슬람혁명 때 혁명세력은 '야즈드와 같은 팔레비에 맞서 이맘 후세인처럼 싸운다'고 자부했을 정도다.

시아파는 종교적 지도자의 혈통에 의한 계승을 신봉하지만 이는 정치적 권력의 세습이 아니라 영적 가문의 신성한 연속성을 의미할 뿐이다.

이처럼 시아파가 가장 숭모하는 이맘 후세인의 '순결한 피'를 건국 정신으로 삼는 이란 이슬람공화국에서 이번 최고지도자 세습은 세습 왕정에 살해된 이맘 후세인에 대한 위배로 비판받을 수 있다.

하메네이 가문의 2대에 걸친 통치로 공화국이라는 이념도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1989년 1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사후에도 그의 아들을 후계자로 추대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세습이 체제 정통성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란의 이슬람 신정체제가 높은 지식과 신실함, 고결함을 갖춘 이슬람 법학자에 의한 통치라는 점에서 모즈타바의 종교적 자격 시비가 정통성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버지 하메네이 역시 시아파의 최고위 권위자(마르자에 타클리드) 신분이 아니어서 헌법을 급하게 바꾸고 그를 아야톨라로 승격한 뒤 최고지도자로 선출했었다.

명확히 공개된 적은 없지만 모즈타바는 중급 법학자인 호자톨레슬람으로 알려졌다. 하메네이가 종교적 귄위의 취약점을 최고지도자실과 혁명수비대의 밀착으로 메웠던 전례를 모즈타바도 답습할 수 있다.

이란 국영언론은 선출 소식을 전하면서 그를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라고 칭했다.

또 모즈타바 선출이 전문가회의를 구성하는 종교계 권위자의 숙의의 결과라기보다는 군부의 입김에 의한 결정이라고 평가받는 만큼 이란이 향후 종교국가가 아닌 군부 통치 색채가 더 짙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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