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 재개관…교과서 속 '명품' 계절별로 소개
첫 주자는 탄신 350주년 겸재 정선…초기 금강산부터 노년 걸작까지
"서화실, 박물관의 꽃"…'비석의 벽'·'서화가의 창' 등 공간 주목

겸재 정선의 우뚝 선 바위와 비로봉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 새롭게 단장한 서화실에 겸재 정선의 '우뚝 선 바위'(왼쪽)와 '비로봉'이 전시돼 있다. 서화실의 재개관일은 다음날인 26일이다. 2026.2.25 scap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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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1711년 늦가을, 겸재 정선(1676∼1759)은 지인들과 금강산 여행을 떠난다. 그 시절에도 절경으로 꼽힌 산이었다.
내금강, 외금강, 해금강 등 주요 명승을 둘러본 그는 화폭 위로 풍경을 펼쳐냈다.
산세를 따라 대각선과 원형 구도를 사용해 그렸고, 산봉우리 명칭을 적거나 길을 표시했다. 30대 중반 젊은 작가가 가슴 속에 담은 우리 산천의 아름다움이다.
정선의 회화 세계는 나이가 들수록 한층 무르익는다. 개성의 박연폭포를 그릴 때는 실제보다 폭포수를 길게 표현하고, 절벽은 짙은 먹으로 강조해 장엄함을 더했다.

겸재 정선의 박연폭포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 새롭게 단장한 서화실에 겸재 정선의 '박연폭포'가 전시돼 있다. 서화실의 재개관일은 다음날인 26일이다. 2026.2.25 scap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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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강산을 실제로 보고 그린 그의 붓질은 훗날 '금강전도'(金剛全圖),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 등 걸작을 남기며 한국 서화사에 굵직한 한 획을 남겼다.
겸재 정선 탄신 350주년을 맞아 진경산수의 시작을 알리는 초기작과 노년의 걸작이 한자리에 모인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새롭게 단장한 '서화실' 주제 전시를 통해서다.
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에 자리한 서화실은 옛 글씨와 그림을 다룬 공간이다.
기존에는 서예, 회화를 소개하는 주제별 전시 공간과 영상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나뉘었지만 약 6개월 간의 공사를 거쳐 전시 구성과 디자인을 새로 꾸몄다.

겸재 정선의 우뚝 선 바위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 새롭게 단장한 서화실에 겸재 정선의 '우뚝 선 바위'가 전시돼 있다. 서화실의 재개관일은 다음날인 26일이다. 2026.2.25 scap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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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2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본래 그림과 글씨는 박물관의 꽃"이라며 "단순히 전시를 개편한 게 아니라 특색 있는 '원 포인트'(one-point) 기획전 형태로 꾸렸다"고 말했다.
서화실은 계절에 따라 새로운 주제로 관람객과 만난다.
이달 26일 공개하는 '겸재 정선: 아! 우리 강산이여!'는 보물 '정선 필 풍악도첩(楓嶽圖帖)', '정선 필 북원수회도첩(北園壽會圖帖)' 등 주요 작품 12건을 모았다.
풍악도첩은 현재까지 알려진 정선의 작품 중 가장 이른 시기 작품으로 여겨진다.
금강산을 여행한 뒤 남긴 이 화첩은 대중에 잘 알려진 작품과 비교하면 화풍이나 필치가 다르지만, 정선의 진경산수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기준이 되는 중요한 작품이다.

김명국의 '달마'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 새롭게 단장한 서화실에 김명국의 '달마'가 전시돼 있다. 서화실의 재개관일은 다음날인 26일이다. 2026.2.25 scap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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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의 오랜 벗으로 알려진 조영석(1687∼1761)의 작품 '설중방우도'(雪中訪友圖)는 겨울밤 눈길을 헤치고 벗을 찾아가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학계에서도 주목해 온 이 그림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하는 건 처음이다.
정선의 작품 활동이 성숙기에 접어든 노년기 걸작으로 꼽히는 '박연폭포' 역시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개인 수집가가 전시를 위해 흔쾌히 대여해줬다고 한다.
유 관장은 "겸재 정선의 대표적 작품을 꼽을 때 '금강전도', '인왕제색도', '박연폭포' 3개가 늘 거론된다"며 "먹빛의 강렬함과 더불어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석봉 글씨 모은 '석봉진적첩'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 새롭게 단장한 서화실에 석봉 한호의 노년기 글씨를 모은 서첩 '석봉진적첩'이 전시돼 있다. 서화실의 재개관일은 다음날인 26일이다. 2026.2.25 scap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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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은 이들 주요 작품을 '이 계절의 명화'로 소개한다. 작품은 3개월 주기로 달라지는 만큼 박물관을 여러 차례 둘러보는 'N차 관람'(여러 차례 관람)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겸재 정선 이후에는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5월 4일∼8월 2일), '추사 김정희와 그의 시대'(8월 10일∼11월 29일), '조선 모더니즘: 조선 말기의 회화'(12월 7일∼2027년 2월 28일) 전시가 이어진다.
새로운 서화실에서는 한국 서화사를 대표하는 글씨도 만날 수 있다.
17세기 흘림체인 초서(草書) 대가로 이름 날렸던 윤순거(1596∼1668)의 글씨, '한석봉' 한호의 노년기 글씨를 모은 '석봉진적첩'(石峰眞蹟帖) 등이 전시된다.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 재개관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 새롭게 단장한 서화실에서 취재진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서화실의 재개관일은 다음날인 26일이다. 2026.2.25 scap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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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재위 1418∼1450)의 아들로 시문과 서화에 뛰어났던 안평대군(1418∼1453)이 시문을 모아 엮은 보물 '비해당 소상팔경시첩'(匪懈堂 瀟湘八景詩帖)도 주목할 만하다.
옛 그림의 깊이와 폭을 엿볼 수 있는 대표작도 서화실을 채운다.
김명국(1600∼1663 이후)의 '달마' 그림, 당대 최고의 화원인 이명기(1756∼1813 이전)와 김홍도(1745∼1806 이후)가 함께 제작한 '서직수 초상' 등을 볼 수 있다.
여러 작품과 더불어 전시실 곳곳도 눈여겨볼 만하다.
내부는 짙은 먹빛과 하얀 종이의 색감을 바탕으로 꾸몄으며, 섬유공예가 임서윤 작가가 직물을 활용해 만든 '서화가의 창(窓)'이 시선을 끈다. 김정희 종가에 내려오는 붓과 벼루도 별도로 전시한다.

조영석의 '설중방우도'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 새롭게 단장한 서화실에 조영석의 '설중방우도'가 전시돼 있다. 서화실의 재개관일은 다음날인 26일이다. 2026.2.25 scap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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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용산 개관 이후부터 서화실을 지켜온 '터줏대감' 태자사 낭공대사 비석 너머로는 옛 비석의 다양한 글씨가 벽면을 가득 채운다.
새로 단장한 서화실을 소개하고자 유홍준 관장도 적극 나섰다.
유 관장은 2001년 출간했다가 2009년 절판한 자신의 대표 저서 '화인열전'의 수정·증보판을 최근 내놓으면서 겸재 정선으로 그 시작을 알렸다.
"이제 우리는 겸재 정선을 일컬어 우리나라 화성(畵聖)이라 칭송하여 한 치 모자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유홍준 '겸재 정선' 중에서)
유 관장은 다음 달 10일에는 박물관 극장 '용'에서 특별 강연을 한다.

인사말하는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서화실 재개관 언론공개회에서 유홍준 박물관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2.25 scap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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