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 재개관…'겸재 정선' 주제로 70건 선보여
'풍악도첩'·'박연폭포' 등 주목…유홍준 관장, 내달 10일 특강

정선 '신묘년풍악도첩' 중 일부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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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1711년 늦가을, 겸재 정선(1676∼1759)은 지인들과 금강산 여행을 떠난다. 그 시절에도 절경으로 꼽힌 산이었다.
내금강, 외금강, 해금강 등 주요 명승을 둘러본 그는 화폭 위로 풍경을 펼쳐냈다.
산세를 따라 대각선과 원형 구도를 사용해 그렸고, 산봉우리 명칭을 적거나 길을 표시하기도 했다. 30대 중반 젊은 작가가 가슴 속에 담은 우리 산천의 아름다움이다.
정선의 회화 세계는 나이가 들수록 한층 무르익는다. 개성의 박연폭포를 그릴 때는 실제보다 폭포수를 길게 표현하고, 절벽은 짙은 먹으로 강조해 장엄함을 더했다.

정선 '박연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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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강산을 실제로 보고 그린 그의 붓질은 훗날 '금강전도'(金剛全圖),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 등 걸작을 남기며 한국 서화사에 굵직한 한 획을 남겼다.
겸재 정선 탄신 350주년을 맞아 진경산수의 시작을 알리는 초기작과 노년의 걸작이 한자리에 모인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새롭게 단장한 '서화실'에서다.
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에 자리한 서화실은 옛 글씨와 그림을 다룬 공간이다.
기존에는 서예, 회화를 소개하는 주제별 전시 공간과 영상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나뉘었지만 약 6개월 간의 공사를 거쳐 전시 구성과 디자인을 새로 꾸몄다.

정선 '북원수회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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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정선 필 풍악도첩(楓嶽圖帖)', '정선 필 북원수회도첩(北園壽會圖帖)'을 비롯해 김정희(1786∼1856)·한호(1543∼1605)의 글씨 등 대표적인 서화 작품 70건을 모았다.
박물관 관계자는 "서화실 입구에서부터 '글씨와 그림이 하나' 되는 순간을 맞이할 것"이라며 "서화 1실은 서예, 서화 2∼4실은 회화 전시로 각각 구성했다"고 말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시즌 하이라이트' 작품이다.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이 서화실을 한 번 둘러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N차 관람'(여러 차례 관람)할 수 있도록 연간 3∼4회에 걸쳐 꼭 봐야 할 작품을 소개한다.

조영석 '설중방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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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측은 "새롭게 달라진 서화실은 교과서에 수록된 익숙한 작품과 우리 미술을 대표하는 명작을 집중 조명할 예정"이라며 "'N차 관람'이 필수"라고 했다.
이달 26일 공개하는 '겸재 정선: 아! 우리 강산이여!'에서는 현재까지 알려진 정선의 작품 중 가장 이른 시기 작품으로 꼽히는 풍악도첩을 만날 수 있다.
금강산을 여행한 뒤 남긴 이 화첩은 대중에 잘 알려진 주요 작품과 비교하면 화풍이나 필치가 조금 다르지만, 정선의 진경산수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기준이 되는 중요한 작품이다.
개인 소장품으로 알려진 노년기 작품 '박연폭포', 정선의 오랜 벗이자 한국적 인물화와 풍속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조영석(1687∼1761)의 대표작도 함께 선보인다.

김정희 '묵소거사자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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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전시는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5월 4일∼8월 2일), '추사 김정희와 그의 시대'(8월 10일∼11월 29일), '조선 모더니즘: 조선 말기의 회화'(12월 7일∼2027년 2월 28일)로 이어진다.
서화실에서는 한국 서예 문화의 정수도 만날 수 있다.
17세기 흘림체인 초서(草書) 대가로 이름 날렸던 윤순거(1596∼1668)의 글씨, 한호의 노년기 글씨를 모은 '석봉진적첩'(石峰眞蹟帖) 등이 전시된다.
세종(재위 1418∼1450)의 아들로 시문과 서화에 뛰어났던 안평대군(1418∼1453)이 시문을 모아 엮은 보물 '비해당 소상팔경시첩'(匪懈堂 瀟湘八景詩帖)도 주목할 만하다.

한호 '석봉진적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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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의 깊이와 폭을 엿볼 수 있는 대표작도 서화실을 채운다.
김명국(1600∼1663 이후)의 '달마' 그림, 당대 최고의 화원인 이명기(1756∼1813 이전)와 김홍도(1745∼1806 이후)가 함께 제작한 '서직수 초상' 등을 볼 수 있다.
여러 작품과 더불어 전시실 자체도 눈여겨볼 만하다.
내부는 짙은 먹빛과 하얀 종이의 색감을 바탕으로 꾸몄으며, 섬유공예가 임서윤 작가가 직물을 활용해 만든 '서화가의 창(窓)'이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최신 3차원(3D) 기술을 활용한 '옛 비석의 벽'에 나타난 글씨도 인상적이다.

김명국 '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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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단장한 서화실을 소개하고자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도 적극 나섰다.
유 관장은 2001년 출간했다가 2009년 절판한 자신의 대표 저서 '화인열전'의 수정·증보판을 최근 내놓으면서 겸재 정선으로 그 시작을 알렸다.
"이제 우리는 겸재 정선을 일컬어 우리나라 화성(畵聖)이라 칭송하여 한 치 모자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유홍준 '겸재 정선' 중에서)
유 관장은 다음 달 10일에는 박물관 극장 '용'에서 특별 강연을 한다.
그는 "새롭게 문을 연 서화실에서 우리 서화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다시금 느끼고, 국민이 사랑하는 서화 작품을 언제나 감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화실 재개관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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