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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잘날 없는 스페인 왕실…타향 떠도는 前국왕 명예회복 시도
입력 2025.12.12 02:00수정 2025.12.12 02:00조회수 1댓글0

후안 카를로스 1세, 불명예 퇴위 11년만에 회고록…NYT "왕실의 골치"


후안 카를로스 1세 전 스페인 국왕 회고록

(마드리드 AFP=연합뉴스) 2025년 12월 3일 발간된 후안 카를로스 1세 전 스페인 국왕의 회고록 『화해』 스페인어판이 서점에 진열돼 있다. (Photo by Thomas COEX / AFP)

원본프리뷰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스페인에서 불륜과 비위 의혹으로 퇴위하고 외국에서 '자진 귀양살이' 중인 후안 카를로스 1세(87) 전 국왕이 최근 회고록을 내고 명예회복을 시도하면서 '왕실의 골치'(a royal headache)가 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그의 회고록 '화해'는 프랑스어판이 지난달 5일, 스페인어판이 이달 3일에 발간됐다. 아마존닷컴에 표시된 영어판 발간 예정일은 이달 18일이다.

NYT는 후안 카를로스 1세가 스페인의 민주화 이행을 도운지 반세기만에, 그리고 그의 '희비극적 몰락' 후 10여년만에 회고록을 통해 자신이 재조명되고 재평가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고록이 출간된 올해는 프랑코 사망과 후안 카를로스 본인의 즉위 50년이 되는 해다.

프랑코에 대한 존경심을 표시해온 후안 카를로스는 회고록에서도 "나는 그를 엄청나게 존경했고 그의 지성과 정치적 감각을 높이 샀다"고 썼다.

회고록에는 후안 카를로스가 18세 사관생도이던 1956년 3월에 그의 동생 알폰소(당시 14세)와 총을 가지고 놀다가 총기 오발사고로 숨지게 만들었던 사연도 포함됐다.

이런 왕실 가족들의 사연뿐만 아니라 자신을 포함한 왕실 가족들이 연루된 비위 의혹 등에 대한 내용과 반성도 담겨 있다.

후안 카를로스는 "나는 스페인 국민에게 자유를 줬다"는 자기 자랑과 함께 "아들(현 국왕 펠리페 6세)이 의무감에 내게서 등을 돌리고 친구라던 이들도 등을 돌리고 나니 나는 영원히 자유로워질 수 없음을 깨달았다"고도 적었다.

이에 대해 NYT는 후안 카를로스 전 국왕이 회고록을 통해 불명예 퇴위와 자진 해외 귀양살이로 무너진 입지를 회복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어쩌면 "유동성" 마련에도 도움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회고록을 공저한 프랑스 작가 로랑스 드브레는 후안 카를로스가 이 회고록을 쓰게 된 주요 동기는 두 가지 중요한 이슈에 관해 해야만 할 중요한 얘기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후안 카를로스는 스페인의 양극화가 심각해져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으며, 그가 거부했던 프랑코 독재체제에 대한 호감이 스페인 청년층에서 다시 일어나고 있는 데 놀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후안 카를로스 전 국왕의 '복권' 시도에 대해 그의 아들인 펠리페 6세 현 국왕이나 현 왕실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왕실 공보 담당자는 후안 카를로스 전 국왕의 신간 홍보 영상에 대해 "필요하다거나 적기(適期)라고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후안 카를로스 전 국왕은 현 집권세력인 진보성향 사회당(PSOE)과 페드로 산체스 총리 정권에 대한 극도의 혐오를 드러내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해 왔으며, 이런 태도가 스페인정치의 양극화를 더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아울러 그가 장남인 펠리페 6세 현 국왕과 맏며느리인 레티시아 왕후에 대해 느낀 서운함을 앙갚음하려고 들 경우 왕실의 분열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스페인 왕실은 수십년간 사소하게는 리얼리티 쇼 출연, 전 왕후와 현 왕후 사이의 고부 갈등, 호화생활 논란으로부터 심각하게는 세금 탈루 의혹까지 온갖 잡음에 시달렸으며, 국왕과 왕후에 대한 불륜과 간통 의혹은 쉴 틈 없이 제기됐다.

1938년생인 후안 카를로스 1세는 스페인 제2공화국(1931-1939) 수립으로 쫓겨난 스페인 국왕 알폰소 13세(1886-1941, 재위 1886-1931)의 손자이며, 그 셋째아들인 바르셀로나 백작 후안 데 보르본(1913-1993)의 장남이다.

그는 스페인의 군부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에 의해 아버지 후안과 사촌형 앙주 공작 겸 카디스 공작 알폰소 등 다른 왕족을 제치고 1969년 차기 국가원수로 지명됐으며, 1975년 프랑코 사망 후 국왕으로 즉위했다.

후안 카를로스 1세는 1978년 내각제 입헌군주국으로 헌법을 개정하고 1981년에 군부쿠데타가 일어났을 때 국왕으로서 이를 저지하는 등 프랑코 사후 스페인의 민주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말년에는 온갖 여성들과 불륜 의혹이 끊이지 않았고 호화 생활 논란과 공금 횡령 의혹 등으로 여론이 매우 악화하자 2014년 6월에 장남 펠리페 6세에게 양위하고 퇴위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고속철도 건설계획과 관련해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드러나면서 2020년 8월 스페인을 자발적으로 떠나 외국에 살고 있으며, 스페인에는 가끔 행사 참석을 위해 일시적으로 귀국한다.

스페인 정부와 왕실이 지난달 민주화와 왕정 복고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었을 때 주요 행사장에 후안 카를로스의 자리는 없었다.

그가 옛날에 살던 궁에서 열린 왕실 가족 오찬에는 참석했지만, 오래 머무르지 않고 오찬 후에 일찍 자리를 떠나야만 했다.

이에 대해 후안 카를로스는 회고록 공저자인 드브레에게 "어린이가 본인 세례식에 못 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으며, NYT는 이 발언을 "마치 본인 생일잔치에 참석하지 못하게 된 남자아이와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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