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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 잇는 찬란한 금빛…104년 만에 한자리 모인 신라 금관
입력 2025.10.27 02:06수정 2025.10.27 02:06조회수 0댓글0

국립경주박물관, APEC 및 개관 80주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특별전
'황금의 나라' 금관·금 허리띠 등 국보 7점·보물 7점 포함 총출동
일반 관람은 11월 2일부터…"K-문화유산의 세계적 가치 알릴 것"


국보 '황남대총 북분 금관'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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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역시 제일 흥미를 끄는 것은 금관이었다. 그것도 금관이 세 개나 진열돼 우리 진열품 중에서도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일품인 것은 틀림없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초대 관장을 지낸 김재원(1909∼1990) 박사는 1987년 11월 박물관신문에 실은 '경복궁 야화-워싱톤(워싱턴) 국립미술관' 글에서 이같이 떠올렸다.

그의 기억이 머무른 건 1957년 12월 미국이었다.

내로라하는 동양 미술 전문가들이 다녀간 전시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이 총출동했다. 주요 신문이 전시를 비중 있게 다루며 '칼러(컬러) 사진'을 실을 정도였다.

신라 금관

윗줄 왼쪽부터 교동 금관, 황남대총 금관, 금관총 금관. 아랫줄은 서봉총 금관, 금령총 금관, 천마총 금관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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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미국 뉴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13년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열린 '황금의 나라, 신라' 특별전은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금관과 금 허리띠 등으로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았다.

신라의 찬란한 금빛이 한자리에 모인다. 1921년 경북 경주 노서동의 한 무덤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후 약 104년 만에 함께 빛나는 '황금의 나라' 면모다.

국립경주박물관은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박물관 개관 80주년을 기념한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을 선보인다고 27일 밝혔다.

신라의 모관

왼쪽부터 황남대총 남분 모관, 금관총 모관, 천마총 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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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신라 금관은 동아시아 고대 장신구 중 가장 독창적이고 완성도 높은 조형미를 지닌 걸작"이라며 "6점의 금관을 한자리에 모은 첫 전시"라고 소개했다.

그간 흩어져 있던 신라 금관이 모두 모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까지 발견된 신라 금관은 총 6점으로, 금령총과 황남대총에서 발견된 금관은 평소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관리하며 금관총·교동·천마총 금관은 국립경주박물관에 있다.

서봉총 출토 금관은 2023년 5월부터 국립청주박물관에서 전시해 왔다.

신라의 관식

위는 황남대총 남분 관식, 아래는 천마총 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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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금관총·황남대총 북분(北墳·북쪽 무덤)·천마총 등에서 출토된 금 허리띠 6점도 함께 전시장을 빛낸다. 국보 7점, 보물 7점을 포함해 총 20점이 모인 귀한 자리다.

박물관 측은 "한국 고대 문화의 정수이자 K-컬처의 뿌리인 신라 황금 문화를 세계에 소개한다는 취지"라며 "신라의 국제적 위상과 교류의 흔적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신비로운 자태의 금관이 간직한 이야기도 주목할 만하다.

신라 금관은 나뭇가지나 사슴뿔 같은 장식에, 구부러진 옥을 주렁주렁 매단 모습이 인상적이다. 비슷한 시기 고구려, 백제 등에서는 보이지 않는 형태라고 알려져 있다.

신라 금허리띠

윗줄 왼쪽부터 황남대총 남분 금허리띠, 황남대총 북분 금허리띠, 금관총 금허리띠. 아랫줄은 서봉총 금허리띠, 금령총 금허리띠, 천마총 금허리띠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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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에서는 나뭇가지 모양의 세움 장식은 하늘과 땅을 잇는 신성한 나무를, 사슴뿔과 새 모양 장식은 풍요와 초월적 권능을 각각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구부러진 옥 장식과 달개(금관 등에 매달아 반짝거리도록 한 얇은 쇠붙이 장식)는 생명력과 재생, 황금빛은 절대 권력과 부를 상징한다고 박물관 측은 전했다.

전시를 기획한 김대환 학예연구사는 "나무를 상징하는 황금의 세움 장식은 왕이 하늘과 연결된 존재임을 보여준다"며 "신라 금관은 마립간(왕)의 권력과 위신의 상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재까지 발굴된 신라 무덤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금관 이야기도 흥미롭다.

금관총 출토 금허리띠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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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에서는 금동관과 금관이 나왔는데, 이 중 북분에서는 금관과 함께 '부인의 허리띠'(夫人帶·부인대)라는 글이 새겨진 허리띠도 나와 왕비의 무덤으로 추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윤 관장은 "금관은 성인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었고, 어린이나 여성도 착장할 수 있었다"면서도 "왕이나 왕비, 이에 버금가는 최상위 계층"이 착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해방 이후 우리 손으로 처음 발굴한 천마총 출토 금관을 비추며 마무리된다.

머리 위에 올려 쓰는 모자 형태의 관인 모관(帽冠), 새의 날개가 펼쳐져 있는 듯한 관식(冠飾) 등을 통해 죽음 너머까지 이어진 신라인의 금빛 염원을 느낄 수 있다.

전시 개막일 안내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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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 곳곳에서는 신라 금관을 둘러싼 논의와 최근 연구 성과도 살펴볼 수 있다.

윤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문화유산의 세계적 가치를 알리고 과거와 현재, 신라와 세계를 잇는 문화 외교의 장(場)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박물관은 28일부터 11월 1일까지 닷새간 잠시 문을 닫을 예정이다.

박물관 측은 누리집에 올린 공지를 통해 "APEC 정상회의 행사로 인해 임시 휴관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일정이나 행사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관람객들은 11월 2일부터 12월 14일까지 전시를 볼 수 있다.

임시 휴관 안내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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