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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신라의 수중 화분·1㎝ 크기 주사위…월지에서 찾은 '보물'
입력 2025.10.27 12:33수정 2025.10.27 12:33조회수 0댓글0

국립경주박물관, 월지관 새 단장…최근 발굴성과 등 600여 점 첫선
수장고 속 출토 유물 한자리에…초심지 가위 등 영상 활용해 전시


'십석입옹'을 새긴 항아리 전시 부분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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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궁궐 안에 연못을 파고 산을 만들어 화초를 심고 진기한 새와 기이한 짐승을 길렀다."('삼국사기' 674년 기록 중에서)

1975년 3월 말 경북 경주 인왕동 일대는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몇 달 전 연못을 준설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기와 조각이 연이어 발견됐기 때문이다. 급히 공사가 중단됐고, 발굴 조사를 위한 조사단을 꾸려 첫 삽을 떴다.

이듬해 연말까지 진행된 조사에서는 '의봉4년개토'(儀鳳四年皆土)라는 문자가 새겨진 암키와를 비롯해 벽돌, 건축 부재, 불상, 배 등 한국 고고학을 새롭게 쓴 유물이 잇달아 발견됐다.

귀틀(수중 화분)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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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형태가 1만5천여 점, 파편 형태가 1만8천여 점. 3만3천여 점의 유물을 찾은 월지(月池·옛 명칭은 안압지)는 그야말로 옛사람들의 생활사 박물관이었다.

통일신라의 궁궐 문화를 엿볼 수 있게 한 월지 조사 50주년을 맞아 오랜 기간 잠들어있던 '보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국립경주박물관이 약 18개월의 공사를 끝내고 최근 공개한 월지관에서다.

박물관 관계자는 "최근 새롭게 발굴된 유물 87점과 그동안 소개되지 않았던 월지 출토 유물 515점 등 600여 점을 교체해 새롭게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주요 전시품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상아 주사위, 돌로 만든 인물상, 글씨가 적힌 꽃·새 무늬 뼈 장식 X선 사진과 글씨면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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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발굴한 귀틀, 즉 수중 화분이 대표적이다. 귀틀은 그동안 월지를 다루는 학술 자료 일부에서 발굴 당시 촬영한 사진으로만 소개됐을 뿐, 실물이 공개된 적은 없다.

박물관 측은 "10세기 이전 유적에서 귀틀을 수중 화분으로 사용한 사례는 월지 출토품이 유일"하다며 "전통 조경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월지 동쪽에서 찾은 주사위와 인물 조각도 눈여겨볼 만하다.

작은 주사위는 신라 유적에서 나온 유일한 상아 주사위로 의미가 크다. 상투를 틀지 않고 부리부리한 눈매가 돋보이는 인물상은 서아시아에서 온 사람으로 추정된다.

초심지 가위 전시 모습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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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세기 신라가 다른 나라와 활발하게 교류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유물이다. 두 유물은 크기가 0.7∼1.4㎝에 불과해 당대 신라인의 정교한 공예 기술도 보여준다.

못 머리를 작은 꽃 모양처럼 만든 못을 일컫는 소화정(小花釘) 182개, 글씨가 적힌 꽃·새 무늬 뼈 장식 역시 발굴 조사 이후 처음으로 관람객과 마주한다.

월지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도록 전시를 흥미롭게 풀어낸 점이 돋보인다.

동쪽 호안(護岸·지반이나 토사 등을 쌓아 조성한 제방을 보호하는 구조물)에서 찾은 보물 판불(정식 명칭은 '안압지 출토 금동판 불상 일괄')은 뒷면까지 볼 수 있도록 꾸몄다.

동물 뼈 전시 모습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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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우수한 금속공예 기술을 보여주는 왕실 유물로 추정되는 가위(보물 '경주 월지 금동초심지가위')는 초 심지를 어떻게 자르는지 사용 모습을 영상으로 표현했다.

약 10섬(十石·약 700ℓ)이 들어간다는 의미를 담아 '십석입옹'(十石入瓮)을 새긴 큰 항아리, 금속으로 만든 생활용품과 옻칠을 한 그릇 등도 주목할 만하다.

총 1천840점을 소개하는 공간 곳곳도 이전과 달라졌다.

전시 개편 전(왼쪽)과 후(오른쪽) 모습 비교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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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은 지진 위험에 대비해 전시품 받침 아래에는 유물을 보호할 면진 시설을 설치했고, 모든 진열장에는 저반사 접합 유리를 써 관람객들이 보기 편하게 했다.

또 2004년 증축한 2층 전시 공간을 전면 철거하고, 장애인이나 노약자도 전시를 보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전시실 안팎의 경사로를 법적 기준에 맞도록 개선했다.

윤상덕 관장은 "통일신라 궁중 문화의 정수가 담긴 월지의 문화유산을 새로운 연출 기법으로 선보였다"며 "새로운 월지관에서 신라 문화유산의 찬란함을 만끽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적 '경주 동궁과 월지'

(경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20일 찾은 경북 경주 동궁과 월지 모습. 1963년 사적으로 지정된 동궁과 월지는 통일신라의 궁궐 문화를 오롯이 담은 유적으로 역사적 가치가 크다. 2025.10.27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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