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침대 사다리에 묶이는 아이들도 있었다…압정 체벌도"
"선배들이 폭행해도 보육 선생님들은 알고도 모른 척했다"
"집단수용시설 자체가 국가적 범죄"…여성 고아 3인 인터뷰
[※ 편집자 주= 보육원 출신 김샛별(가명), 박한솔(가명) 씨, 현재 보육원에 살고 있는 이은별(가명) 양의 공동 인터뷰 기사는 내용이 많아 4차례로 나눠 송고합니다. 이번이 두 번째로 주로 보육원생들의 구타 피해를 다뤘습니다. 이미 송고한 첫 번째 기사는 성폭력을 다뤘고 나머지 세 번째, 네 번째 기사는 정신과 약물 복용 등 생활상의 문제들을 다룰 예정입니다. 이미 송고한 기사의 제목과 요약은 이번 기사 맨 아랫부분에 수록했습니다. 인터뷰이들의 요청에 따라 본인의 실명과 얼굴 사진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난타 공연에 사용되는 난타 채
[SNS 캡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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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 기자=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밥을 늦게 먹는다는 이유로 보육원 선생님한테 난타 채로 온몸을 맞았습니다. 난타 채는 난타 공연할 때 북을 마구 두드리는 막대기입니다."
"나는 소변 실수를 했기에 이불 빨래를 하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내 손에 락스 원액을 부었습니다."
"초등학교 1∼2학년생 아이 2명은 교통카드를 훔친 범인으로 지목돼서 침대 사다리에 각각 묶여 있어야 했습니다. 밥 먹는 시간과 화장실 가는 시간을 빼고 하루 종일 묶여 있었습니다. 사탕과 군것질거리를 억지로 먹어야 했는데, 토하기 직전까지 갔습니다."
"어떤 아이는 보육 선생님이 방바닥에 깔아놓은 압정 테두리 내에서 무릎 꿇고 있는 체벌을 받았습니다."
이는 비(非) 수도권 지역의 B 보육원 출신 김샛별(24.가명), 박한솔(24.가명) 씨, 이은별(18.가명) 양 등 여성 고아 3명이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한 사례들이다.
인터뷰는 10월 5일부터 시작해 세 차례 진행됐다. 인터뷰에는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도 참여했다
이들은 인터뷰에서 "우리는 보육원 선생님들을 '엄마'라고 불렀다"면서 "그런데 이 엄마들한테 초등학교 이전의 어린 나이 때부터 맞았다"고 했다.
이들은 "중학교 때는 주로 언니들한테 맞았는데, 이는 보육원 선생님들의 묵인 또는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면서 "보육원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폭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했다.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는 "B 보육원의 이런 문제는 다른 보육원에서도 일어났던 전국적인 현상"이라면서 "우리는 전국 보육원들에 대한 민관 합동 전수조사를 요구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와 같은 집단수용시설과 인력구조,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보육원 내 가혹행위가 사라질 수는 없다"고 했다.
조 대표는 "집단수용시설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아동들에게 국가폭력을 저지르는 범죄 행위"라면서 "가정 또는 가족과 비슷한 분위기에서 모든 아동이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조 대표는 "고아 산업은 당연히 중단돼야 하는데, 당국인 보건복지부와 입법기관인 국회는 고아산업자들의 로비로 인해 올바른 판단을 못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여성 고아 3인과 함께 인터뷰 중인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
[윤근영 기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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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육원에서 많이 맞았나.
▲ (박한솔) 우리는 4살 때부터 맞았다. 밥을 안 먹으면 보육 선생님이 꿀밤을 때리는 경우가 있었다.
-- 꿀밤 때리는 것은 귀엽다고 그러는 것 아닌가.
▲ (김샛별) 보육원에서 귀엽다고 때리는 사람은 없다. 보육원의 꿀밤은 주먹으로 세게 때리는 것이어서 매우 아팠다.
▲ (박한솔) 나도 꿀밤이 무서웠다. 보육원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도 밥을 빨리 먹는다. 4∼5살 때 밥을 늦게 먹는다는 이유로 꿀밤 맞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 보육원에서는 어느 정도 빨리 먹나.
▲ (박한솔) 엄청나게 빨리 먹는다. 나는 아침의 경우 5분 안에, 저녁은 10분 안에 끝냈다. 그러다 보니 소화가 잘 안됐고, 이는 변비로 이어지기도 했다. 고등학교에 가서는 밥 먹는 속도가 느려졌다. 30분간 먹기도 했다. 늦게 먹어도 선생님이 뭐라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 초등학생 이전의 어린아이들에게 꿀밤 외에 다른 가혹행위도 있었나.
▲ (박한솔) 갓난아기보다는 크고, 유치원 아이보다는 작은 아이들의 방이 있었다. 어떤 선생님은 이 방의 아이 위에 올라타듯이 해서는 심하게 간지럽히는 행위를 했다. 다섯 살 아이가 거의 숨을 못 쉴 때까지 간지럽혀서 고통스럽게 했다.

어르신들의 난타 공연 모습
서울의 한 노인종합복지관 어르신들이 생활체육 경연대회에서 난타 공연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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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어떠했나.
▲ (김샛별) 나는 선천적으로 건강하지 못했다. 여러 차례 수술도 받아야 했다. 초등학교 때는 걸음이 느렸고, 말도 잘 못했다. 밥도 빨리 먹지 못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떤 선생님은 내가 밥 먹는 속도가 느리다고 해서 폭행했다. 방에 끌고 가서 난타 채로 때렸다. 내 발을 잡고 뒤집어서는 발바닥을 무작정 때렸다, 발바닥 외에 다른 부위도 때렸다. 온몸에 멍이 들 정도였다. 나는 정확히 세지는 않았지만 한번 맞으면 100대는 넘어갔다. 다른 아이들은 거실에서 내 울음소리를 들었다.
-- 난타 채는 무엇인가.
▲ (박한솔) 북을 두드리는 '난타' 공연이 있는데, 그때 사용하는 나무 막대기 도구를 말한다. 우리는 보육원에서 난타를 배웠고, 전국에 공연하러 다니기도 했다.
-- 초등학교 1학년이면 만 7세인데, 100대 맞는 게 가능한가.
▲ (박한솔) 선생님 방에 혼자 들어가면 그건 좋은 일이 아니었다. 1대 1로 맞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100대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1대 1이 아닌 단체로 맞을 때도 샛별이가 한쪽 발바닥에 맞는 것만 해도 10대는 된다. 다른 발바닥 10대, 손바닥 10대만 해도 벌써 30대다. 1대 1로 맞으면 금방 100대가 넘어간다,
-- 샛별 씨는 이렇게 맞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 (김샛별) 화가 났지만, 화를 못 냈다. 그러니 답답했다.
-- 다른 선생님께 이야기해볼 수 있는 것 아닌가.
▲ (김샛별) 이야기해봤자 "네가 잘못했으니 맞겠지" 정도의 반응 말고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상당수 선생님은 그런 폭력을 알고도 방관하고 방조했던 사람들이다. 나를 도와줄 리 없다.

보육원에서 어린 시절 조윤환 대표(가운데)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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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샛별 씨는 왜 밥 먹는 속도가 느렸나.
▲ (김샛별) 나는 선천적으로 발육이 느렸고, 건강하지 않았다. 게다가 초등학교 1학년 때는 편식했다. 몸이 약하다 보니 싫어하는 음식도 많았고, 못 먹는 음식도 있었다. 그런 음식을 억지로 먹으면 구역질이 났다. 어떤 선생님은 내가 편식한다는 이유로 내 식판에 모든 반찬을 올려놓고 강제로 먹으라고 했다. 당연히 다른 아이들보다 식사 시간이 더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 음식을 몰래 버리고 다른 친구들과 같이 움직이면 안 되나.
▲ (김샛별) 선생님이 지켜보고 있어서 그럴 수 없었다. 보육원에서는 음식을 남겨서는 안 되고, 받은 음식은 무조건 다 먹어야 했다.
-- 다른 아이들은 밥을 빨리 먹었나.
▲ (김샛별) 그들은 내가 늦게 먹는다는 이유로 맞는 것을 보고는 식판에 먹을 것을 적게 담았다.
-- 식당에서 수저로 맞았다는 이야기는 뭔가.
▲ (박한솔) 나는 샛별이가 식당에서 입술 부위를 수저로 맞는 것을 봤다. 밥을 늦게 먹고 헛구역질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 수저는 선생님이 식사하면서 직접 사용하던 은색 쇠 수저였다. 선생님은 수저의 둥근 부위로 여러 차례 때렸고, 샛별이의 입술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그 장면이 충격적이어서 아직도 내 기억에 남아 있다.
-- 일반 가정집에서는 아이들이 늦게 먹는다고 맞지는 않는데.
▲ (조윤환 대표) 식사 속도가 늦다고 해서 부모가 때리지 않는다. 주로 타이른다. 우리 집의 경우 때로는 아이가 밥을 먹지 않은 채 TV를 보고 있기도 하다. 이때는 아내가 옆에 붙어서 밥을 먹여주기도 한다.

1950년 식사하는 고아원 원생들
[미국국립문서보관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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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대 1이 아닌 집단으로 맞는 경우가 있었나.
▲ (박한솔) 자주 있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보육 선생님들은 기분이 나쁠 때 폭행했고, 자기 말을 안 듣는다고 때렸다. 시끄럽다고 때리기도 했다.
-- 어떻게 맞았나.
▲ (박한솔) 일렬로 무릎 꿇은 상태에서 맞곤 했는데, 샛별이는 더 많이 맞았다. 아직도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그날은 선생님이 손바닥을 10대씩 때렸는데, 나는 3대 맞고 손을 뒤로 빼고, 또 3대를 맞고 빼곤 했다. 그런데 샛별이는 1대 맞고 손을 뒤로 빼곤 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화가 나서 샛별이를 마구 때렸다. 다리 쪽을 때렸는데, 그러다 보면 복숭아뼈가 다칠 수 있다. 샛별이가 너무 아파하는데, 우리는 도와줄 수 없었다. 우리도 선생님 눈치를 봐야 했기 때문이다. 그때 우리는 초등학교 1학년생들이었다. 샛별이는 그렇게 맞은 후에 이상하게 걸었다. 발을 다쳤기 때문이다.
-- 한번 맞으면 몇 대 정도 맞았나.
▲ (박한솔) 어떤 선생님은 먼저 아이들에게 무릎을 꿇게 하고는 몇 대 맞을 건지 물어봤다. 아이들이 5대라고 하면 선생님은 10대는 맞아야 한다면서 10대를 때렸다. 그래서 10대가 거의 최저 수준이었다. 선생님이 흥분하면 그 이상으로 때렸다.

"익명출산제 폐기하고 고아특별법 제정하라"
사다리차를 이용해 시위를 벌이고 있는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
[고아권익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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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락스 이야기는 뭔가.
▲ (이은별) 나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도 소변을 실수하는 경우가 있었다.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른다. 어느 날 소변 실수 때문에 나보다 두 살 아래인 후배와 이불을 빨고 있었다. 그때 선생님이 락스 용기의 뚜껑을 열어서 그 원액을 내 손에 부어버렸다.
-- 화상을 입었나.
▲ (이은별) 손을 다치지는 않았다.
▲ (박한솔) 락스 원액은 독한 화학물질이어서 희석해서 사용해야 한다. 냄새도 강해서 그걸 화장실에 뿌릴 때도 문을 열어놔야 한다. 원액이 손에 닿으면 당연히 안 좋다.
-- 이불로 씌워진 채 맞은 적도 있다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 (이은별) 내가 초등학교 3학년 정도 됐을 때였다. 나보다 3살 위인 언니가 오라고 했다. 함께 놀자고 부르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언니는 이불을 나에게 씌우고는 발로 밟고, 마구 때렸다.
-- 그렇게 맞은 이유는 무엇인가.
▲ (이은별) 모른다.
▲ (박한솔) 나는 그 가해자 아이한테 폭행한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다. 그는 어떤 선생님이 시켜서 그렇게 했다고 했다. 그 아이는 나중에 은별이한테 사과 편지를 보냈는데, 거기에는 000 선생님이 시켜서 어쩔 수 없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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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들고 있는 체벌은 무엇인가.
▲ (박한솔) 보육 선생님이 초등학생들에게 무릎 꿇게 하고는 책을 10권 이상 머리 위로 들고 있도록 하는 체벌이다. 책이 1개라도 떨어지면 책 권수를 늘렸다. 초등학생 아이들에게는 힘든 체벌이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 이런 처벌은 받지 않았다.
-- 초등학생들이 무엇 때문에 이런 처벌을 받았나.
▲ (이은별) 그 이유를 모른다. 별다른 이유 없이 그렇게 책을 머리 위로 들고 있어야 했다.
-- 압정 체벌은 무엇인가.
▲ (박한솔) 그 체벌을 받는 아이를 직접 본 적이 있다. 어떤 방에 들어가니 초등학생 아이가 무릎 꿇고 있었는데, 그 주변 바닥에는 압정으로 테두리가 만들어져 있었다. 그 테두리 밖으로 움직이지 말라는 뜻이었다. 선생님은 아이의 머리 부위의 벽에도 압정을 박아놨다. 일어서지 말라는 뜻이었다. 이렇게 하면 초등학생들은 겁을 많이 먹는다.
-- 아이가 몸을 움직이면 압정에 다칠 수 있는 것 아닌가.
▲ (박한솔) 그렇다. 조금만 움직여도 무릎을 다칠 수 있다. 그러니 아이는 다리가 저려도 움직일 수 없다.
-- 왜 압정 체벌을 할까.
▲ (조 대표) 선생님 입장에서는 자기가 안 볼 때 아이가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자기가 계속 지켜보는 것은 피곤한 일이니 이런 체벌을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아권익연대 회원들의 2025년 여름 수상레저캠프 기념사진
[고아권익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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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사다리에 묶었다는 것은 무슨 이야기인가.
▲ (박한솔)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었던 시절에 초등학교 1∼2년생 2명이 어떤 아이의 버스카드를 훔친 범인으로 지목됐다. 두 아이는 보육원 방의 침대 사다리에 앉은 자세로 각각 묶였다. 선생님은 이 아이들에게 바이오 사탕과 군것질거리를 많이 주고 다 먹으라고 했다. 아이들은 억지로 그걸 먹어야 했다. 거의 토하기 직전까지 갔다. 그때 선생님은 다른 아이들에게는 그 방에 들어가지 말라고 했다. 이를 어기면 똑같이 사다리에 묶일 것이라고 했다. 이러니 우리가 방에 들어가서 사탕을 대신 먹어줄 수도 없었다.
-- 그 아이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묶여 있었나.
▲ 거의 하루 종일 묶여 있었던 것 같다. 다만 밥 먹을 때와 화장실 갈 때는 풀려났다. 그 선생님이 외출할 때는 그분의 사촌이 와서 우리를 돌봤는데, 그 사촌이 우리가 그 방에 들어가는지 감시했다.
-- 물고문을 당했다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 (박한솔) 보육원은 여름마다 캠프를 갔다.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였던 것 같다. 00 계곡에 갔는데, 어떤 선생님이 내 발목을 잡고 거꾸로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나의 머리를 물속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했다. 다른 선생님은 그걸 보고도 말리지 않았다. 웃고만 있었다.
-- 어른들은 가끔 아이들에게 짓궂은 장난을 하기도 하는데.
▲ (박한솔) 선생님이 그런 행위를 하면서 "말을 안 들으면 이렇게 되는 거야"라고 했다. 장난이라면 그런 말을 하겠는가? 그게 장난이었다면 나도 웃었을 것이다. 나는 숨쉬기 어려웠고, 너무 무서웠다. 그 트라우마로 대학 시절에도 수영 과목이 힘들었다. 스킨스쿠버 수업은 결국 수료하지 못했다.

1950년 뜨개질 배우는 고아원 원생들
[미국국립문서보관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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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덜 맞았나.
▲ (박한솔) 선생님 대신 주로 언니들이 때렸다. 선생님들은 중학생을 때리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직접 때리지는 않았다. 주로 언니들에게 시켰다.
-- 언니들이 어떻게 때렸나.
▲ (박한솔) 패턴이 있다. 어떤 언니는 먼저 무릎을 꿇게 했다. 그리고 내 머리털을 자기 손으로 꼬았다. 그다음에는 머리털을 움켜잡고 휘저은 뒤에 뺨을 때렸다. 주먹과 손으로 때렸다. 발로 허벅지 등을 차기도 했다. 방에서도 때렸고, 거실에서도 때렸다.
-- 거실에서 때리면 보육 선생님들이 알지 않나.
▲ (박한솔) 어느 날 나는 거실에서 폭행당하면서 울고 비명을 질렀다. 너무 억울했기 때문이다. 거실 가로질러서는 선생님 방이 있었고, 그 방문은 어느 정도 열려 있었다. 나는 울면서 선생님 방문 쪽을 쳐다봤지만, 그분은 나와보지도 않았다. 폭행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다 알고, 다 듣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했다. 그때 나는 "선생님은 왜 나를 안 도와주지? 왜 가만히 있으시지?'라는 생각을 했다.

"고아원은 아동에게 해로운 환경이다"
시위 중인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
[고아권익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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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들이 왜 안 도와줬다고 생각하나.
▲ (김샛별) 보육원 선생님들은 오히려 우리들이 맞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 선생님들이 폭행을 왜 좋아했다고 생각하나.
▲ (김샛별) 그래야 보육원 아이들을 컨트롤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 (박한솔) 선생님 중 1명이 나한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언니들이 때리거나 뭐라 하면 그냥 말 잘 듣고 가만히 있어라.". 그 당시 나는 말 안 들으면 언니들한테 맞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억울해도 그냥 당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덤빌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했다. 우리는 그렇게 세뇌당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업무보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9월30일 열린 한 특별위 전체회의에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업무보고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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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인터뷰에서 고아 청년들은 구타가 많았다고 했는데, 조 대표는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고 판단하나.
▲ (조 대표) 그렇다고 본다. 집단수용시설에는 사랑보다는 조직의 효율성이 중요시된다. 이를 위해 징벌은 필수적인데 그것의 수위가 점점 올라가서는 결국 폭력으로 변질된다.
-- 이런 폭력은 전국적인 현상이었다고 생각하나.
▲ (조 대표) 내가 자란 보육원에서는 폭력이 훨씬 심각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이나 중국, 아프리카에 아동 집단수용시설이 있다면 폭력은 반드시 발생한다.
-- 지금도 한국의 보육원에서는 구타 또는 가혹행위가 여전하다고 보나. 현재 보육원에 있는 은별 씨는 어떻게 보나.
▲ (이은별) 지금은 이런 구타가 없는 것 같다.
▲ (박한솔) 내가 파악한 바로는 아직도 보육원 내에 구타가 있다.
▲ (김샛별) 사람은 쉽게 안 바뀐다. 가혹행위는 있다고 본다. 은별이는 고교 3학년생이어서 구타를 안 당하니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 (조 대표) 은별 씨는 지금 보육원에서 최고 고참이기 때문에 아무도 건드리지 못한다. 고아원에서 고참들은 후배들 간의 폭력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후배들도 고참 앞에서 구타를 잘 하지 않는다. 마치 옛날에 가정에서 형이 동생을 혼낼 때 아버지 앞에서는 그러지 않는 것과 같다, 게다가 여자 원생들이 남자 방에서 이뤄지는 폭력은 알기 어렵다. 그리고 보육원 내 가혹행위는 정신과 약물 복용 등 다른 방식으로 지능화되고, 은밀해지는 측면이 있다.

법안 심의하는 국회 보건복지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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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해야 하나.
▲ (조 대표) 집단수용시설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아동들에게 국가폭력을 저지르는 범죄다. 가정 또는 가정과 비슷한 분위기에서 모든 아동이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보건복지부와 국회가 보육시설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 (조 대표) 국가지원을 받으면서 사회적 지위, 정치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보육원을 당국이 건드리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복지부와 국회는 사회 문제화되지 않으면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 이들 기관은 고아 산업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인가.
▲ (조 대표) 유지하자는 입장이 강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고아산업자들의 로비와 힘이 그들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있다고 본다. 이러니 고아 관련 정책이 올바른 길로 가지 못하고 있다.
(인터뷰 2차 기사 질의-답변 끝)

보육시설들의 이익단체인 한국아동복지협회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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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보육원 원장의 입장]
[ ※ 편집자 주= 연합뉴스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위해 [삶] 인터뷰에 참여한 고아 청년들의 주장들을 정리해서 해당 보육원 원장에 보냈습니다. 사실 여부 확인을 요청한 것이었습니다. 다음은 원장이 보내온 내용을 압축한 것입니다.]
질의하신 내용에 관하여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일련의 주장과 관련해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한 아동은 경찰서를 비롯한 여러 관계기관에 신고, 또는 고소 등을 진행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관계기관에서는 관련 내용에 지목되는 생활지도원 선생님들(보육교사들)을 여러 차례 소환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결론은 아직 전달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법적 판결이 명확히 판명되지 않은 내용을 일방적인 내용으로 보도하는 것은 기사의 본질을 벗어나는 것일 겁니다. 인터뷰이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진 후 기사화해야 허위사실 유포 또는 무고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리는 생각이 듭니다. 이에 해당 내용의 보도가 현시점에서 이뤄지면 안 된다고 봅니다.
본 기관 대부분의 아동은 문제가 생기면 즉시 담당 생활지도원들에게 이야기하거나 그들의 행동에 대해서도 사무실에 수시로 들락이며 해결을 요구하고 있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즐겁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동과 행정기관의 전문요원들이 아이들과 개인적인 면담을 정기적으로 진행하여 충분히 그들의 욕구, 불만 등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문제상황이나 의심 상황 발생 시 신속한 조처를 취하고자 노력하여 시설아동으로서 부당함을 겪지 않도록 부족하고 소홀함이 없는지 챙기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대수롭지 않게 대하였다' '미온적으로 처리하였다'고 느껴졌다면 안타깝지만, 저희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받아들이고 앞으로는 더욱 잘해 나가야 하겠지만 과거와 현재 모두 우리 보육원에 근무한 전체 종사자들은 위법하게 아이들을 대한 적이 없고 사회 통념상 도의적으로 비난을 받을 정도로 잘못을 저지르거나 무책임한 행동을 한 적 없습니다.

여성 청년고아 3인과 함께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조윤환 대표
[윤근영 기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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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인터뷰 기사 요약>
[삶] "짜장면 사주겠다며 아저씨가 여고생 성추행하고 치근덕"(2025년 10월 23일 송고)
보육 교사가 7살 남자아이를 씻겨 주면서 성추행하는 일이 있었다. 보육시설의 남자 중학생이 여자 후배를 성추행하기도 했다. 초등학생 1학년 남자아이가 동급생 여자아이를 성추행한 일도 있었다.
자동차 운전면허학원 강사 아저씨가 보육원의 여고생에게 추행하기도 했다. 그는 짜장면을 사주겠다면서 토요일에 나오라고 했다. 축구를 가르쳐주는 외부 자원봉사자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기도 했다.
보육원 아이들이 성폭력 피해를 입으면 보육원 측이 철저히 대응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런 미온적인 대응은 또 다른 피해로 이어진다.
B 보육원 내의 이런 성폭력 문제는 다른 보육원에서는 더욱 심각하다, 지금과 같은 집단수용시설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가능하면 가정위탁으로 고아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더 근원적으로는 고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선진국처럼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을 더욱 확대하면 고아 발생이 감소할 것이다.
keun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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