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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협상 늦어지며 이달에만 원화 2.4% 추락…엔화 이어 2위
입력 2025.10.26 04:05수정 2025.10.26 04:05조회수 1댓글0

달러 절상 폭은 1.3% 불과…환율 6개월 만에 다시 1,440원대 기록
"현금투자 최소화·달러 조달 부담 완화 방안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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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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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한미 관세협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이달에만 2% 넘게 추락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6개월 만에 1,440원대로 뛰었다.

이달 원화 절하율은 새 내각 확장재정 전망에 약세를 나타낸 일본 엔화(-3.26%)에 이어 주요국 중 2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외환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되려면 3천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시 현금투자 규모를 최소화하고 달러 조달 부담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이달 달러 1.3% 오르는데 원화 가치 2.4% 하락…주요국 중 하락 폭 2위

26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24일 전주 대비 17.2원 상승한 1,439.4원에 야간 거래를 마쳤다.

지난 23일에는 장 중 1,441.5원까지 뛰면서 지난 4월 29일(장 중 고가 1,441.5원) 이후 약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4일 1,400원, 25일 1,410원을 연이어 넘어선 데 이어 이달 10일 1,430원, 23일 1,440원까지 뚫었다.

한미 관세협상이 길어지면서 불안감이 커지는 데 따라 환율이 수위를 높이는 양상이다.

원화는 이달 다른 주요국 통화 대비로도 가치 하락 폭이 컸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지난 24일 야간 거래 종가를 기준으로 지난달 말 대비 2.39% 하락했다.

같은 기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가 1.31% 절상됐는데, 원화는 그보다 더 크게 절하된 것이다.

달러화 지수(달러인덱스)를 구성하는 통화 중 유럽연합(EU) 유로(-1.12%), 영국 파운드(-0.86%), 캐나다달러(-0.75%)는 원화보다 하락 폭이 작았고, 스위스 프랑(+0.10%)과 스웨덴 크로나(+0.16%) 달러 대비 강세였다.

원화보다 더 떨어진 통화는 일본 엔(-3.12%)뿐이었다.

호주 달러(-1.50%), 대만달러(-1.11%) 등 다른 아시아 통화도 원화보다는 강했으며, 중국 역외 위안(+0.44%)은 달러 대비 가치가 상승했다.

통화별 등락률 비교

[연합인포맥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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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환율 상승 요인으로는 한미 관세협상 불확실성이 꼽힌다.

한미 양측은 다음 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타결을 목표로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인데 주요 쟁점인 3천500억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 구성에서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자칫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미 CNN과의 인터뷰에서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히는 등 정부 관계자들이 기대치를 낮추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협상이 장기화하면서 한국 경제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원화 약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본에서 확장 재정 정책을 공언해온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리가 취임하면서 엔화가 약세를 나타낸 것도 원화에 약세 압력으로 작용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다카이치 총재 당선 이후 재정 정책 확대, 일본은행 금리 인상 지연·종료 시나리오가 엔화 약세로 이어지면서 원화도 동조했다"고 분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지난 2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이 한 달 새 약 35원 정도 올랐는데, 4분의 1은 달러 강세, 4분의 3은 지역·국내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국내 요인으로 미·중 갈등에 따른 위안화 약세, 일본 확장정책 기대감에 기인한 엔화 약세, 한미 관세 협상과 3천500억달러 대미 투자 조달 우려 등을 언급했다.

'서학개미' 등 내국인 해외투자 증가세는 구조적 원화 약세 요인으로 꼽힌다.

이 총재는 "내국인 해외증권투자가 환율 상승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올해 들어 외국인 국내증권투자보다 우리가 나가는 게 거의 4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올해 1∼8월 거주자 해외증권투자액은 886억5천만달러로, 같은 기간 외국인 국내증권투자(205억3천만달러)의 약 4.3배였다.

◇ "매년 150억∼200억달러 분납 합의해도 환율 하락 미지수"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3천500억달러 대미 투자 수급 부담 우려와 협상이 어그러지면 상호관세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부분을 외환시장이 일부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민경원 연구원은 "리스크는 반영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관세협상과 관련해서 외환 시장에서 공감대를 얻고 있는 시나리오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미 양측은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가운데 현금 투자 비중에서 주로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8년에 걸쳐 연 250억달러씩 총 2천억달러 규모의 현금 투자를 요구하지만, 우리 측은 규모를 훨씬 줄이자는 입장을 고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한은에 따르면 외환시장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규모는 연간 150억∼200억달러 정도다. 이는 외환보유액을 허물거나 시장 조달을 많이 늘리지 않고 이자나 배당 등을 활용해 공급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연 200억 달러가 최대로 끌어모을 수 있는 금액인데, 250억달러씩 8년 분납 투자한다면 연 50억달러는 추가 부담이 되는 셈이다.

이민혁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연기금 해외투자 포트폴리오 증가액이 연간 300억∼400억달러 정도인데, 50억달러는 8분의 1∼6분의 1 수준에 해당한다"며 "조달 부담이 적다고 할 수 없고, 외환시장 내 수급 불균형을 야기해 환율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50억∼200억달러 수준에서 합의점을 찾는다고 해도 환율 안정을 자신할 수 없다. 세부 사항을 두고 여진이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김서재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조달 가능하다는 수준에서 분할 투자하더라도 시장은 원화 가치 하락 압력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정부 중심의 현금 투자보다 민관 협력, 보증, 대출 등 간접 방식으로 투자가 진행돼야 외환시장 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병철 NH농협은행 FX파생사업부 과장은 "분할 투자 합의가 이뤄진다면 단기적으로 외환시장이 안정을 찾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연기금, 개인 투자자 등 국내 거주자 해외투자 확대 추세와 맞물려 원화 약세가 심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환율 상단 1,460원까지 열어둬야…다음 주 한미 정상회담·美 FOMC 분수령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환율 상단을 1,450∼1,460원 정도로 제시하면서 당장 다음 주 한미 관세협상 타결 여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등을 주요 변수로 꼽았다.

민경원 연구원은 올해 4분기 환율 범위로 1,370∼1,460원을 예상했다.

그는 "유로화 고평가 해소, 미국 성장 우위와 달러 자산 수요 강화로 달러 지수가 상승할 것"이라며 "구조적인 수급 변화를 반영한 달러 실수요 증가를 반영해 4분기 초중반 환율이 올랐다가 연말 소폭 안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병철 과장도 연내 환율 범위로 1,380∼1,460원을 제시하면서 "연말까지 달러 수요 최고조로 달러 강세, 원화 약세를 전망한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물가 안정세가 확인되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서재 이코노미스트는 달러가 약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엔과 유로 약세, 글로벌 불확실성 등이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연준이 최소 한 차례 정책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고 양적 긴축(QT·시중의 유동자금을 줄이는 정책) 종료도 기대돼 달러인덱스는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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