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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1967년 '동백림(동베를린) 사건' 후 월북했다가 북한의 공작원으로 유럽과 남미에서 활동한 뒤 1997년 귀순해 도자기 연구에 여생을 바친 조상권(趙相權) 광주요(廣州窯) 도자문화재단 이사장이 지난 23일 오후 2시30분께 경기도 이천의료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지인이 24일 전했다. 향년 89세.
1936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고인은 일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960년 프랑스 유학을 떠났고, 건축학 명문인 국립 보자르건축학교에 다녔다. 1961년 한 살 많은 상현숙(尙賢淑·2005년 사망)씨와 결혼했다. 유학 중 알게 된 선배의 권유로 1963년 동베를린 북한 대사관에 찾아갔고, 1963년과 1964년 잇따라 북한을 방문했다. 1967년 '동백림 사건'이 터진 뒤 부부가 함께 월북하는 쪽을 택했다.
동백림 사건은 1967년 중앙정보부가 유럽에 있는 유학생, 교민 등 194명이 동베를린 북한 대사관을 드나들며 간첩 활동을 했다고 발표한 사건이다. 2006년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박정희 정권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동백림 사건을 '대규모 간첩 사건'으로 확대·과장했다고 결론냈다.
고인은 1972년 북한에서 김일성을 만났을 때 '고려청자 재현'을 건의한 걸 계기로 북한 기술자들과 함께 가업인 도자기 만드는 일에 매달렸다. 고인의 부친 조소수(1988년 작고)씨는 사업가로 1963년 경기도 이천에 광주요를 세웠다.
예술에 종사할 줄 알았지만 북한은 고인에게 공작원 교육을 시켰다. 1969년부터 북한에 자녀(1남1녀)를 남겨둔 채 부부 공작원으로 유럽과 남미에서 활동했다. 생전에 언론 인터뷰에서 "가족이 볼모로 잡혀 있으니 도리가 없었다"며 "공작원인 건 사실이지만, 내가 북으로 넘겼거나 하는 등의 피해를 본 국민은 한 사람도 없었다"고 말했다.
1997년 막내 동생 조태권 화요그룹 회장과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의 도움으로 한국에 귀순했다. 이후 동생이 마련해준 광주요 도자문화재단에서 도자기를 만들며 은거했다.
24일 공개된 부고장에는 북한에 남은 자녀(아들 조성호, 딸 조성연)의 이름을 올렸다. 빈소는 경기도 이천병원 장례식장 국화 6호실, 발인 25일 오전 7시 30분, 장지 이천시 모가면 진가리 선영. ☎ 031-630-4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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